[로컬크리에이터] ‘진짜 여수’와의 만남...지역과 여행객을 잇다

정성환 기자 2024. 3. 2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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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크리에이터] (17) 하지수 ‘여수와’ 대표 <전남 여수>
17년경력 교사생활 접고 2019년 설립
먹거리·문화 등 6가지 프로그램 운영
사업 지속 성장…일자리 창출 등 기여
싱가포르 기업 협업 ‘관광객 유치’ 계획
전남 여수 로컬 여행사 ‘여수와’는 하지수 대표 1인 기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남 출신 직원 4명과 함께 근무하는 어엿한 지역 기업으로 성장했다. 왼쪽부터 김지형 팀장, 하 대표, 황수인 사원. 여수=강재훈 프리랜서 사진기자

‘아름다울 려(麗)’에 ‘물 수(水)’ 자를 쓰는 전남 여수는 도시 이름부터가 아름답다. 365개 섬과 남해바다가 뽐내는 경관은 연평균 1200만명이 여수를 찾는 이유다. 여수 로컬 여행사 ‘여수와’를 운영하는 하지수 대표 역시 여수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다고 단언한다. 하 대표는 여수의 섬과 술·먹거리·문화·역사를 주제로 깊이 있고 지속가능한 여행상품을 개발한다. 지금은 여수에서 난 제철 식재료로 요리하는 ‘여수와 여수의 맛’, 북토크와 시 낭송이 있는 ‘여수와 문화잇다’ 등 6가지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 대표는 여수에서 나고 자란 여수 토박이다. 사실 5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창업과는 거리가 먼 17년차 중등 교사였다. 정해진 날에 정해진 월급이 나오던 그를 로컬 여행사 대표로 바꾼 건 제자의 한마디였다.

“저는 항상 서울을 동경할 필요가 없다고 가르쳤어요. 그런데 꿈이 많던 한 제자가 ‘선생님은 교사라서 서울이나 여수나 대우가 똑같겠죠’라고 하더라고요. 나는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이 있으면서 아이들에게 희망을 가르치기가 부끄러웠죠. 차라리 내가 먼저 성공 사례가 되자고 용기를 냈습니다.”

먼저 하 대표의 눈에는 화려한 관광지 이면에 쌓인 쓰레기가 보였다. 여수는 2012년을 기점으로 관광산업이 급성장하며 쓰레기가 넘쳐나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환경 파괴라는 부작용을 앓았다. 하 대표는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진짜 여수’를 만날 수 있는 여행을 구상했다. 이 아이디어는 2019년 4월 지역혁신가를 발굴하는 LG소셜캠퍼스의 ‘로컬밸류업’ 프로그램에서 환경 보호와 지역 활성화 효과를 인정받아 대상을 받았다. 자신감을 얻은 하 대표는 같은 해 6월 로컬 여행사 여수와를 설립했다.

체험형 프로그램 ‘여수의 맛’ 투어의 시작 지점인 이순신광장 내 거북선 모형. 뒤로 돌산대교와 수산물특화시장이 보인다.

공교롭게도 2020년 국내 여행업 등록을 마치자마자 코로나19가 찾아왔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다른 여행사엔 재난이었지만 여수와에는 기회였다. 장소를 다녀오기만 하는 일반 여행과는 다르게 지역문화를 깊게 체험하는 여행 특성 때문이다. ‘여수의 맛’ 투어는 시장을 걸으면서 좋은 식재료를 고르고 상인에게 직접 식재료의 산지와 특성을 들으며 시식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장거리 여행이 불가능해지자 전남지역 안에서 의미 있는 여행지를 찾는 인구가 늘었고 창업 첫해부터 5000명이 여수와를 찾아왔다.

전남 권역에서 로컬크리에이터 국책사업을 오래 지켜본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의 김현호 담당사원은 “지역주민에게 직접 이익이 돌아가는 수익 구조를 만든 훌륭한 사례”라며 “선어시장 상인들이 직접 수산물을 고르고 먹는 법을 알려주면 구매로 이어질 때가 많은데, 이렇게 지역과 여행객 간 연결까지 이뤄낸 로컬크리에이터는 드문 게 사실”이라고 칭찬했다.

빈집을 개조한 숙소 스테이무아는 경력 단절 여성과 결혼이민여성, 마을 어르신들이 공동 관리한다.

지난해 직원 4명과 연매출 3억원을 달성한 여수와의 성장은 지역 일자리 창출과도 맞물린다. 여수와는 2019년부터 마을 가이드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매년 20명을 배출했다. 지금은 가이드 5∼6명이 자기만의 여행 코스에서 안내자로 일한다. 2020년 빈집을 개조해 만든 숙소 ‘스테이무아’는 마을 어르신과 결혼이민여성, 경력 단절 여성 등 10여명이 돌아가며 관리한다.

광주광역시 출신인 김지형 여수와 팀장(28)은 여행업에 관심이 많아 전남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하던 도중 여수와를 만났다.

“회사가 계속 성장하는 시기다보니 여행 기획이나 마케팅뿐 아니라 문화교육, 로컬 굿즈(기념상품) 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맡을 수 있어서 저 같은 청년에게는 정말 소중한 기회죠. 지방자치단체나 다른 로컬크리에이터, 주민분들과 협업이 많아 지역에 애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워요.”

일제강점기 쇠망치와 정으로 자연 암반을 깎아 만든 여수 마래 제2터널에서 역사 투어가 진행되고 있다.

5월부터 여수와는 국제 여행사로 발돋움한다. 싱가포르에 있는 한식 기업과 협업해 국제 관광객을 유치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캄보디아로도 진출한다. 여수의 매력을 세계에 알릴 생각에 직원 모두 정신이 없다.

여수와 사무실이 있는 관문동의 이름을 따서 ‘협동의 관문’이라는 창업인 모임도 만들었다. 지역에서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경험을 공유하고 마케팅이나 국가 지원사업 신청 방법 등을 교육한다.

“요즘은 여수에서 태어나지 못해 아쉽다는 말이 나오게 하려고 노력해요. 제가 거둔 성공이 더 많은 사람에게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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