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를 위하여, 선박도 ‘튜닝’한다

석남준 기자 2024. 3. 2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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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선박 개조 시장
HD현대마린솔루션과 선박 엔진 개조 계약을 체결한 그리스 넵튠사의 선박. 사진=HD현대마린솔루션

선박 친환경 개조, 유지보수 등을 하는 회사인 HD현대마린솔루션은 최근 그리스 회사와 선박 엔진 개선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스 업체가 HD현대마린솔루션에 요청한 건 자동차 운반선 4척을 고쳐달라는 것이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자동차 운반선의 엔진 보조 장치를 바꾸고, 연료 분사량, 연료와 공기의 혼합비 등을 조절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엔진 개조 작업이 끝나면 자동차 운반선의 연비가 개선되고, 탄소 배출도 줄게 된다.

선박도 자동차처럼 ‘튜닝’하는 시대가 됐다. 다만 자동차처럼 좀 더 멋있어 보이고, 더 빨리 달리기 위한 게 아니다. 선박 튜닝은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친환경 규제가 배경이다. 선박을 운항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달렸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선박을 새로 도입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 부담 탓에 기존 노후 선박 개조 기술이 주목받는 것이다. 독일의 만에너지솔루션즈, 핀란드의 바르질라, 국내 HD현대마린솔루션 등 선박 엔진 제조 업체들이 선박 개조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하고 있다.

그래픽=이철원

◇환경 규제에 목 조이는 선박들

선박 개조 시장을 키우는 건 친환경 규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해부터 환경 규제를 본격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화물 1톤을 1마일 운송하는 데 나오는 이산화탄소량을 지수화한 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다. 선박의 출력, 중량에 맞춰 계산하는 EEXI를 검사 기관으로부터 검증받고, 기준을 충족하면 발급받는 국제에너지효율증서를 선내에 비치해야 운항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EEXI는 쉽게 말해 2030년까지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 줄이라는 규제”라고 말했다.

또 1년간 운항 정보를 바탕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수화한 탄소집약도지수(CII)도 있다. 작년부터 시작됐는데 1년 동안 운항 정보를 바탕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수화해 올해 본격 시행된다. CII는 선주 입장에서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매년 A부터 E까지 등급을 부여하는데, E등급을 받거나 3년 연속 D등급을 받으면 재검증 때까지 운항할 수 없다.

문제는 두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운항 중인 전 세계 400GT(총톤수) 이상 선박의 60% 이상이 EEXI와 CII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저속 운항과 개조의 갈림길

선박에 대한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느리게 운항하기’다. 실제 상당수 선박이 엔진 설계 출력의 70%로 운항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운항 속도를 낮추면 탄소 배출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매년 강화되는 규제에 느리게 운항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선사와 선주들이 선박 개조를 선택하는 이유다. 선박 개조 시장은 점점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인피니티 리서치는 2023년 17억달러(약 2조2771억원) 규모인 선박 개조 시장이 2028년 39억달러(약 5조2240억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개조 시장의 잠재적인 고객(선박)이 1만2000척에 달한다”고 했다.

선박 개조는 자금력과 선박의 상황에 따라 선택지가 다양하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가장 효과적인 개조는 친환경 연료를 주입할 수 있는 이중 연료 추진 엔진으로 고치는 것이다. 이 외에 배기가스 저감 장치를 설치하거나, 엔진 보조 장치를 설치해 엔진 부하를 최적화하는 방법이 있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선주와 선사들은 속도를 낮춰도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선박 프로펠러를 교체하거나 프로펠러에 저항을 줄여주는 캡을 씌우는 방법, 선체 저항을 줄이기 위해 오염 방지 도료를 칠하는 방법까지 갖가지 개조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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