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천안함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김태훈 2024. 3. 2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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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326호국보훈연구소'라는 이름의 단체가 출범했다.

숫자 326은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날짜가 2010년 3월26일이란 점에서 비롯했다.

당시 천안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이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천안함과 해군이 있는 한 우리 바다는 영원히 안전하고 평화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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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326호국보훈연구소’라는 이름의 단체가 출범했다. 숫자 326은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날짜가 2010년 3월26일이란 점에서 비롯했다. 당시 천안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이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한 3월26일을 영원히 잊지 말자는 뜻에서 연구소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폭침 이후 한동안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 조사 결과를 아예 부정하거나 ‘우리 군이 대응을 잘못한 것’이란 식의 주장을 편 이가 많았다. 14년이 지난 현재도 마찬가지다. 최 소장에 따르면 연구소의 가장 큰 목표는 생존 장병 58명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천안함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다.

26일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천안함 폭침 14주기 추모식이 열려 생존 장병과 전사자 유족들이 2023년 취역한 새 천안함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천안함의 ‘그날’이 명칭에 아로새겨진 것은 연구소뿐만이 아니다. 우리 해군에는 ‘3·26 기관총’이 있다. 전사자 중 한 명인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씨가 국가로부터 받은 보상금, 각계각층이 낸 성금 등을 모아 해군에 기부한 2억원 가까운 돈으로 2011년 구입한 K-6 중기관총을 그렇게 부른다. 3·26 기관총이 해군 함정에 장착된 것을 직접 확인한 날 윤씨는 먼저 간 아들이 떠오른 듯 총을 부여잡고 오열했다. 당시 해군참모총장은 “46용사의 충혼이 깃든 3·26 기관총이 거친 폭풍우 속에서도 서해 바다 곳곳을 누비며 조국을 지키는 수호신이 될 것을 확신한다”는 말로 윤씨를 위로했다. 기관총을 담당하는 사수들도 “선배 전우의 애국혼이 담긴 기관총을 운용하게 돼 영광”이란 소감을 밝혔다.

폭침 14주기인 26일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추모식이 열렸다. 1000t급 초계함에서 2800t급 호위함으로 부활한 새 천안함이 생존 장병과 전사자 유족들에게 처음 공개됐다. 함장 박연수 중령과 승조원들이 도열한 가운데 최 소장과 윤씨 등이 승선해 함정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옛 천안함과 달리 해상작전 헬기 이착륙을 위한 비행갑판까지 갖춘 늠름한 자태에 생존 장병들은 뿌듯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적의 해상 도발로부터 아군의 생명을 지킬 3·26 기관총도 당연히 새 천안함에 장착됐다. 견학이 끝난 뒤 한 유족은 “천안함을 잘 지켜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그러자 승조원들은 “저희가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천안함과 해군이 있는 한 우리 바다는 영원히 안전하고 평화로울 것이다.

26일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천안함 폭침 14주기 추모식이 열려 전사자 유족이 천안함 46용사 얼굴이 새겨진 부조물을 어루만지고 있다. 뉴스1
문제는 정치권이다. 4·10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들 중에는 과거 천안함 폭침에 막말을 내뱉은 이들이 포함돼 있다. 북한 어뢰가 아닌 아군 기뢰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제기하거나 “천안함이 폭침이라고 쓰는 언론은 다 가짜”라고 주장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 소장을 향해 “부하를 다 죽이고 무슨 낯짝으로”라고 비난한 인사도 공천장을 거머쥔 것을 보면 민주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의심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이들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반국가세력들이 국가안보를 흔들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말이 필요없다. 유권자들이 투표로 심판하면 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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