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직접 못 뽑게…김진태 강원지사의 ‘러닝메이트법’

박수혁 기자 2024. 3. 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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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메이트법 미는 국민의힘, 22대 국회서 벼르고 있어
강원교사노조, 강원실천교육교사모임, 강원교총, 새로운학교강원네트워크, 전교조 강원지부 등 5개 단체가 지난 20일 강원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감 러닝메이트제에 대해 “임명제에서 간선제, 주민직선제까지 발전을 거듭해온 교육자치의 정신과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흔드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전교조 강원지부 제공

“깜깜이 선거를 개선하려면 ‘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지난달 14일 강원도의회 신년연설에서 김진태 강원지사가 한 말이다. 김 지사는 “강원특별법 3차 개정을 위해 철저히 준비 중이다. 상속세·법인세 감면 등의 내용도 있지만 정책선거를 통해 진정한 교육자치 실현이 가능한 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위한 조항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가 쏘아올린 ‘광역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제’가 대통령실과 정부의 호응을 업고 여권에서 지지세를 넓혀가고 있다. 강원도는 강원특별자치도법 개정안에 이 내용을 담아 5월 말 개원할 22대 국회에 ‘강원특별자치도 1호 법안’으로 제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의 긍정적 태도 역시 김 지사의 계획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2월 제1차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서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필요성을 언급했고, 2023년 1월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실에 보고한 주요 업무계획에도 ‘러닝메이트법’(지방교육자치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포함돼 있다.

강원특별법 개정안에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넣어

현재 국회에는 국민의힘 김선교·정우택 의원의 교육감 러닝메이트제를 담은 법률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개정안은 각 정당 공천을 받은 시·도지사 후보가 교육감 후보를 지명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유권자는 시·도지사 선거만 참여하고, 당선된 시·도지사가 선거 전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인물이 자동으로 교육감이 된다. 하지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헌법이 규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 지사의 셈법은 선거법이나 교육관계법 개정 없이 특별자치도법 개정으로 강원도에 한해서만 ‘시범 실시’의 물꼬를 터보자는 것이다. 야당이 선거법이나 교육관계법 개정만큼 강하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섞여 있다.

지난달 14일 강원도의회 본회의장에서 김진태 강원지사가 전국 최초로 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강원도의회 제공

문제는 정작 강원지역의 교육계부터 러닝메이트제에 부정적이란 사실이다.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은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임명제로 전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교육 대통령’으로 불리는 교육감은 1991년까지 대통령이 임명하다가 간선제가 도입되면서 2006년까지는 교육위원회나 선거인단이 뽑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간선제의 한계로 대표성이 떨어지고 선거인단 수가 적은 점을 악용한 금권·파벌 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자 2007년부터 주민이 직접 투표로 선출하는 직선제가 도입됐다.

실제 강원지역 교원단체들은 진보 성향의 전교조 강원지부뿐 아니라 보수 성향의 강원교총까지 합세해 “교육감 러닝메이트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교육자치의 심각한 후퇴”라고 반발하고 있다. 강원교사노조, 강원실천교육교사모임, 강원교총, 새로운학교강원네트워크, 전교조 강원지부 등 5개 단체는 지난 20일 강원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임명제에서 간선제, 주민직선제까지 발전을 거듭해온 교육자치의 정신과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흔드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손민정 강원교사노조 위원장은 “흔히 러닝메이트제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시·도지사의 교육감 임명제다. 러닝메이트제는 교육을 정치에 이용하고, 교육감을 정당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지명하고 싶은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 강원특별법과 함께 졸속 처리 안 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가 국회 강득구 의원실과 공동으로 2022년 7월11일부터 닷새간 전국 학부모, 교원, 행정직 공무원 1만8535명을 대상으로 벌인 교육감 선거제도 관련 설문조사에서 ‘현행 유지’는 36.6%, ‘교육감 직선제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은 50.5%,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2.9%였다. ‘개선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시·도 학교운영위원회 투표(23.1%)에 대한 선호가 가장 높았고, 정당 추천 러닝메이트제(10.2%), 대통령 임명제(9.5%), 정당 소속 러닝메이트제(4.14%), 시·도지사 임명제(3.63%) 순이었다.

강삼영 모두가특별한교육연구원장은 “교육감 직선제 폐지는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엄중한 논의를 거쳐야 할 주제로, 강원특별법에 은근슬쩍 끼워 넣어 졸속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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