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프랑스가 패스트패션에 제동 거는 이유

김효선 기자 2024. 3. 2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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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패스트패션 제한 법안 통과
버려진 의류, 아프리카에 쌓여 환경 오염 초래
“저렴한 옷 짧게 입고, 버리고, 또 사라” 트렌드에 경종

지난주 프랑스 하원이 패스트패션 제품에 10유로(약 1만4000원)까지 단계적으로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패션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패스트패션이 만든 의류 폐기물이 아프리카에 산처럼 쌓이는 것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원까지 최종 통과하면 세계 최초로 패스트패션을 제재하는 국가가 된다.

미국 뉴욕에 있는 쉬인 팝업 매장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로이터

패스트패션은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해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공급, 소비하는 의류 산업을 말한다. 유행할 것 같은 아이템이 있으면 즉시 기획, 디자인에 들어가 생산과 유통까지 한다. 1년에 4번 신규 컬렉션을 선보이는 전통적인 의류 브랜드와는 구별된다. 유럽연합(EU)은 패스트패션을 ‘낮은 가격에 낮은 품질의 의류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최근 패스트패션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격한 인기를 얻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패스트패션 산업 규모는 1조7000억 달러(약 2283조원)로 집계됐다. 패스트패션 관련 종사자는 3억명으로 추산됐다. 패스트패션 의류 생산량은 지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두 배 늘었고, 1인당 구매 수도 60% 증가했다.

가장 주목 받는 기업은 중국 패션업체 쉬인(Shein)이다. 2012년 중국 난징에서 설립된 쉬인은 5000원짜리 치마, 7000원짜리 바지 등 초저가 전략을 앞세우며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다. 지난 2021년 쉬인은 아마존을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이 됐다. 현재 쉬인은 H&M과 Zara를 합친 것만큼 몸집이 커졌으며 지난해 8월에는 포에버21의 모기업인 스파크 그룹 지분 약 3분의 1을 인수하기도 했다. 현재는 기업공개(IPO)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패스트패션의 급부상하면서 문제점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패스트패션은 저렴한 가격으로 의류를 공급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값이 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한 철만 입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버려진 의류들은 아프리카 지역에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쉬인에서 수출된 원자재의 대부분은 가나, 케냐 등 국가에 버려져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면서 “유엔에 따르면 의류 부문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며 이는 항공 및 해운을 합친 것보다 많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FT는 “패스트패션 회사들의 목표가 소비자들이 옷에 돈을 덜 쓰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 동안 입는 옷의 양을 늘리고 더 많은 돈을 쓰도록 유도하는데 이는 의류 회사에만 좋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처음 칼을 빼든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지난 14일 프랑스 하원은 ‘만장일치’로 패스트패션 제한법을 가결했다. 저가 의류에 대한 환경 부담금 부과와 저가 의류 판매 광고 금지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법안에 따르면 패스트패션 회사는 소비자가 제품을 폐기할 때 발생하는 환경 영향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판매된 품목당 최대 10유로(1만4000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또한 패스트패션 제품과 기업에 대한 광고 금지 내용도 담겨있다.

앞서 안세실 비올랑 의원은 쉬인을 지목하며 “매일 7200개의 새 의류 아이템을 생산하고 있는데, 섬유는 가장 오염이 심한 산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프랑스 환경부는 “아프리카는 더 이상 패스트패션의 쓰레기통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크리스토프 베슈 환경부 장관은 “이번 투표로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초고속 패션의 과잉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국가가 됐다”라고 말했다. 상원에서도 법안이 통과되면 이후 법령을 통해 패스트 패션의 구체적 기준이 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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