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만원→2800만원 된 사연… 모르면 손해보는 교통사고 합의금

이학준 기자 2024. 3. 2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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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법원과 다른 기준으로 합의금 계산
꼼꼼히 따져 주장하는 사람에게만 유리
“덜컥 합의하기보단 소송 실익 따져봐야”
일러스트=이은현

70대 여성 A씨는 교통사고를 당해 비골·경골·대퇴골 등이 골절됐다. 파란불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으나 절반쯤 건넜을 때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었고, 이를 보지 못한 승용차가 A씨를 추돌한 것이다. 가해자 측 보험사는 A씨에게 손해배상금(합의금)으로 1100만원을 제시했다. A씨가 횡단보도를 제때 건너지 못한 과실이 40% 있다는 것이다. A씨는 변호사를 고용한 뒤 자신의 과실이 20%라고 주장했다. 결국 보험사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합의금으로 2800만원을 지급했다.

A씨처럼 보험사가 제시한 합의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가 제시하는 합의금은 법원 기준이 아닌, 보험약관 기준에 따라 계산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합의금이 터무니없이 비합리적이라면 전문가 도움을 받아 보험사와 추가 협의를 하거나, 소송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26일 보험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은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합의금을 산정할 때 법원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 법원 판례가 아닌 보험약관에 명시된 기준으로 계산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보험사는 교통사고로 경제적 활동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금전적 손실인 ‘휴업손해’를 계산할 때 세후 급여(실수령액)의 85%를 입원일수로 곱해 계산한다. 세전 400만원, 세후 330만원의 월 급여를 받는 직장인이 10일 입원했다면, 휴업손해액은 약 140만원이다. 반면 법원은 세전 급여의 100%를 손해로 인정, 휴업손해액을 약 200만원으로 본다. 보험사와 60만원 차이가 나는 것이다.

또 보험사는 간병비를 계산할 때 피해자가 병원에 입원한 일수에 하루 도시일용임금을 곱한다. 하지만 상해등급에 따라 인정 일수는 제각각이다. 상해등급 1~2급은 60일, 3~4급은 30일, 5급은 15일만 인정하는 식이다. 하지만 법원은 입원일수에 상한이 없고 상해등급도 따지지 않는다. 간병의 필요성만 인정되면, 입원 일수가 60일이 넘더라도 모두 간병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자동차사고 과실비율은 사건을 심리하는 각 재판부가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법원이 보험사보다 피해자에게 10~15% 더 유리하게 판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밖에 위자료는 물론 교통사고에 따른 장해율 산정에도 차이가 있다.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보험사의 합의금 계산 방식이 법원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는 피해자는 더 많은 합의금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법원 기준으로 계산한 휴업손해액 등을 보험사에 제시해 합의를 유리하게 끌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피해자들은 보험사만 믿고 덜컥 합의금을 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합의 전 보험사가 제시한 합의금이 합리적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손해배상금 합의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판례 등을 토대로 논리적인 의견서를 작성해 보험사에 제출하면 의견을 반영해 주는 경우가 많다”라며 “인터넷 검색으로도 법원 기준이 어떤지 알 수 있지만, 여의치 않으면 변호사 등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게 제일 좋다”라고 했다.

이처럼 보험사가 약관 기준 이상의 합의금을 지급하는 것을 보험업계에선 특인제도라고 부른다. 우선 약관 기준대로 합의금을 제시하고 피해자가 이를 거절하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하면, 뒤늦게 특인제도를 통해 더 많은 합의금을 지급하겠다고 설득하는 식이다. 특인제도는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만든 제도다.

보험사는 통상 소송을 제기하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배상금의 85~90%를 합의금으로 제시한다. 소송을 제기할 경우 1~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변호사 선임비용 등 각종 비용이 드는 만큼 소송을 하는 것보다 더 많은 합의금을 지급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인을 통한 합의금도 법원 기준이 아닌 보험사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산정되기 때문에 정확히 계산됐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송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금과 비교해 합의금이 터무니없이 적다면, 소송을 진행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보험 전문 변호사는 “소송을 진행할 경우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더 많은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라며 “금액 차이가 많이 나지 않으면 시간·비용을 생각했을 때 그냥 합의하는 게 나을 수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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