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한 충남대 의대 이재환 교수 "망가진 의료 현장에 절망감"

대전CBS 지영한 기자 2024. 3. 2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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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 병원‧의대 교수 2백여 명이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정책 추진에 반발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섰다.

"의료의 미래가 사라진 이 땅에서 더 이상 필수의료에 몸담아 일할 자신이 없고 교수 지위에 대한 어떠한 아쉬움도 없습니다. 학생, 전공의가 수련을 포기한 마당에 교수로서의 삶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정신 상태로 환자 분들께 건강한 진료를 해 드릴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눈물을 흘리며 사직서를 제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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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0일 가량 당직에도 "환자에게 최고 진료" 라는 자긍심 하나로 버텨
정부의 무모한 정책 추진으로 무너진 의료 현장에 '자괴감'과 '절망감'만 남아…이젠 떠나야 할 때
충남대 의대 이재환 교수. 충남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충남대 병원‧의대 교수 2백여 명이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정책 추진에 반발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섰다. 충남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 주까지 이를 취합 한 뒤 학교와 병원측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충남대 병원 심장내과 이재환 교수가 '사직의 변'을 언론에 공개했다.이 교수는 20년 가까이 필수의료 분야에서 진료를 담당했다.

이 교수는 우선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자긍심이 무너진 점을 사직의 첫째 이유로 꼽았다.

"그동안 저는 필수의료의 한 분야에서 저와 저의 팀이 최고의 진료를 환자들에게 제공 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더 나은 치료를 위해서 끊임없이 저를 갈고 닦았습니다….(그런데) 저를 지탱해왔던 교수로서의 자부심, 보람, 책임감은 무력감과 자괴감, 절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요즘 매일 밤잠을 설칩니다. 이천명 증원 후의 대한민국 의료가 어떻게 망가질지 뻔히 알기에 복잡한 생각들로 머리 속은 가득 차 있습니다. 이건 정말아니라고 아무리 외쳐도 통하지 않는 현실에 심한 무력감을 느낍니다."

이 교수는 또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추진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대학병원의) 장시간의 대기와 3분 진료에 만족하실 분은 없을 것입니다.(환자도, 의사도, 병원도 불만인) 이 박리다매 진료와 무너진 의료전달체계가 의사들이 줄기차게 정부를 향해 개선을 요구해왔던 것입니다. 저는 이 불합리한 현실이 언젠가는 개선이 될 거라는 희망을 한구석에 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엉뚱한 2000명 증원 정책과 이로 인한 전공의 사직, 이어지는 정부의 태도에 저는 희망의 끈을 놓았습니다."

이 교수는 특히 그동안 환자 진료에만 매진하면서 바람직한 의료 정책을 만드는데 목소리를 내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다.

"잘못된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없이 살아온 저 스스로가 한심스럽습니다. 후배들에게 면목없고 국민들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위기를 넘긴 환자와 안도하던 가족들의 모습들을 위안삼아 그럭저럭 순응하며 살아왔던 제 인생에 눈물이 납니다. 내 할 일만 열심히 하면 되지 라는 안이한 마음으로 살았던 지난 날들을 이제서야 후회합니다."

무엇보다 이교수는 앞으로 교수로서, 학자로서 학생과 전공의에 대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자괴감도 사직의 중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의료의 미래가 사라진 이 땅에서 더 이상 필수의료에 몸담아 일할 자신이 없고 교수 지위에 대한 어떠한 아쉬움도 없습니다. 학생, 전공의가 수련을 포기한 마당에 교수로서의 삶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정신 상태로 환자 분들께 건강한 진료를 해 드릴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눈물을 흘리며 사직서를 제출합니다."

그럼에도 이 교수는 사직서가 수리되기전까지는 환자 곁은 지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들께 죄송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사직서가 정상적으로 처리될 때까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환자 분들을 돌봐 드릴 것입니다. 저를 믿고 아픈 몸을 맡겨 주신 환자와 가족분들께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하는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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