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탐사가 혜성보다 늦어진 이유는

한겨레 2024. 3. 2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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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의 시선으로 보는 우주탐사 역사 (12)
혜성, 소행성, 왜행성 탐사
태양계를 구성하고 있는 태양(맨 오른쪽)과 행성, 왜소행성, 위성들. 위키미디어 코먼스

행성과 소행성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크기에서 큰 차이가 난다. 가장 작은 행성인 수성의 지름은 가장 큰 소행성인 베스타(4 Vesta) 소행성의 길이보다 8.5배 크다. 모양에서도 확실한 차이가 난다. 행성은 둥근 공 모양인 반면, 소행성은 공 모양과는 거리가 멀다.

행성이 둥근 공 모양인 것은 행성의 큰 질량이 만드는 중력 때문이다. 행성의 중력이 끌어당기는 행성의 겉부분은 행성 내부를 큰 압력으로 누른다. 이 압력은 행성의 내부물질이 고체여도 움직이게 하거나 모양을 변하게 할 수 있을 만큼 크다. 행성이 공 모양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일어나면, 중력이 만드는 큰 압력은 내부압력이 평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내부물질을 움직이게 만든다. 이로 인해 행성의 모양은 긴 시간동안 천천히 공 모양으로 변한다. 목성과 토성처럼 액체와 기체 상태의 유동체로 구성되어 있으면 더 쉽게 공 모양으로 변한다.

소행성은 행성에 비해 크기와 질량이 훨씬 작다. 작은 질량으로 인해 중력도 작고 내부압력도 작다. 내부물질을 움직이게 하거나 변형하기에는 소행성의 내부압력이 너무 작기 때문에, 소행성은 공 모양이 되기 어렵다. 예외로 소행성대(asteroid belt)에서 가장 큰 천체인 세레스(Ceres)는 행성보다 작아도 둥근 공 모양이다. 질량이 공 모양이 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레스가 위치하는 소행성대에는 비슷한 공전궤도를 도는 소행성들이 많다. 공 모양일 만큼 큰 천체이고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고 하더라도, 주위의 다른 천체들이 비슷한 공전궤도를 돌고 있으면 2006년부터 왜행성(dwarf planet)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새로운 분류 방식을 따라, 세레스는 왜행성으로 분류한다. 과거에 행성으로 분류됐던 명왕성(Pluto)도 왜행성으로 분류한다.

혜성으로 분류하는 천체도 있다. 혜성이 태양에 가까워지면 혜성의 본체인 핵(nucleus)에서 나온 가스와 먼지가 태양풍과 반응하고 태양 빛을 반사해서 핵보다 훨씬 큰 긴 꼬리를 만든다. 지구 공전궤도를 지나가는 혜성은 꼬리의 길이가 수십만km에 이른다. 지구에서 가까우면 혜성의 꼬리는 맨눈으로도 관측할 수 있다. 중국에는 기원전에 혜성을 관측한 기록이 남아 있다. [1] 탐사선이 혜성에 가까이 다가가서 찍은 사진을 보면, 혜성의 핵은 둥근 공 모양에서 많이 벗어난 모양이다. 혜성의 핵이 공 모양이 아닌 이유도 소행성과 마찬가지로 작은 질량으로 인한 작은 중력 때문이다.

그림 1. 가장 작은 태양계 행성인 수성(오른쪽), 왜행성인 명왕성(왼쪽 위)과 세레스(왼쪽 중간), 그리고 소행성대에서 세레스 다음으로 가장 큰 천체인 베스타 소행성. 천체 사진 출처: NASA

긴 꼬리를 지닌 혜성과 혜성 탐사선

혜성은 길쭉한 타원 모양의 공전궤도를 도는 경우가 많다. 목성 너머의 먼 곳에서 날아와 지구 공전궤도 근처나 그 안쪽까지 다가오는 혜성들도 있다. 이런 혜성들은 긴 꼬리 덕분에 소행성보다 더 쉽게 관측할 수 있다. 그만큼 혜성의 궤도를 파악하는 것도 용이하다. 궤도를 파악한 혜성이 지구의 공전궤도에 가까이 오는 시기에 맞춰 탐사선을 보내면, 어렵지 않게 혜성을 가까이에서 탐사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주탐사에서는 소행성보다는 혜성 탐사가 먼저 시작됐다.

최초의 혜성 탐사선은 미국의 ICE호(nternational Cometary Explorer:국제 혜성 탐사선)이다. ICE호는 원래 ISEE-3호(International Sun-Earth Explorer-3: 국제 태양-지구 탐사선 3호)라는 이름으로 1978년 8월12일 발사된 우주선으로, 태양-지구 L1 라그랑주점 주위의 헤일로 궤도를 돌면서 태양과 관련된 측정을 수행하고 있었다. 기존 임무를 끝낸 ISEE-3호는 1982년에 혜성 탐사 임무를 새로 부여받으면서 탐사선 이름이 ICE호로 변경되었다. ICE호는 태양-지구 L1 헤일로 궤도를 떠나, 지구를 거쳐 자코비니-지너(21P/Giacobini-Zinner) 혜성을 향해서 갔고, 1985년 9월11일 자코비니-지너 혜성의 꼬리를 통과하면서 혜성의 핵에서 7862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다.[2]

그림 2. 한나라 시대 마왕퇴 3호 무덤에서 발견된 기원전 2세기에 혜성을 그린 그림(위)과 페루의 천문대에서 1910년에 촬영한 핼리 혜성의 모습.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혜성 중에서는 가장 잘 알려진 혜성은 핼리 혜성(Halley’s comet: 1P/Halley)이다. 기원전부터 전 세계에서 관측되다가 18세기 초에 에드먼드 핼리(Edmond Halley)에 의해 같은 혜성이 주기적으로 나타나 관측된 것으로 밝혀졌던 혜성이다. 인류가 우주탐사를 시작한 이후 핼리 혜성이 처음으로 지구와 가까워진 때는 1986년 3월이다. 혜성 탐사도 이때 봇물이 터지듯 했다.[3] 여러 탐사선 중에서 비교적 핼리 혜성에 가깝게 다가간 탐사선으로는 소련의 베가 1호와 2호, 유럽우주국(ESA)의 지오토호(Giotto)가 있다. 1984년 12월15일과 21일에 발사된 베가 1호와 2호는 먼저 금성을 근접비행하면서 착륙선을 투하하고 핼리 혜성을 향해 갔다. 1986년 3월6일 베가 1호는 핼리 혜성에서 8900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고, 3일 후에는 베가 2호가 핼리 혜성에서 8700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다.

1985년 7월2일 발사된 혜성 탐사선 지오토호는 1986년 3월14일 핼리 혜성에서 596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다. 지오토호는 핼리 혜성 탐사를 마치고 두번째 목적지인 그릭-스키옐럽 혜성(26P/Grigg–Skjellerup)으로 날아가 1992년 7월10일 혜성의 핵 200km까지 접근했다. 일본의 스이세이호도 1986년 3월8일 핼리 혜성에서 15만1000km 거리까지 접근했다.

혜성 근처에서 물질을 채집해 지구로 보낸 혜성 탐사선도 있다. 1999년 2월7일 발사된 스타더스트호는(Stardust)는 2002년 11월 2일 안네프랑크(5535 Annefrank) 소행성에 3097km까지 근접비행했고, 14개월 후인 2004년 1월 2일에 빌트 2 (81P/Wild) 혜성의 핵에서 237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다. 스타더스트호는 빌트 2 혜성의 핵 주변을 덮고 있는 코마(Coma)에서 혜성 먼지와 우주 먼지를 채집했다. 이때 에어로젤을 부착한 테니스 라켓처럼 생긴 채집기를 사용했다. 2005년 1월15일 지구를 근접비행하던 스타더스트호는 채집한 물질을 담은 캡슐을 분리했고, 캡슐은 대기권에 진입해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4] 이후 스타더스트호는 새로운 목적지인 템펠 1 (9P/Tempel) 혜성으로 날아가, 2011년 2월15일 혜성에서 180km 떨어진 곳까지 다가갔다.

그림 3. 지오토호가 1987년에 찍은 핼리 혜성과 스타더스트호가 2004년에 찍은 빌트 2 혜성. 스타더스트호는 빌트 2 혜성 핵 주변의 코마에서 혜성 먼지와 우주 먼지를 채집해 지구로 보냈다. 오른쪽 그림 속 스타더스트호 그림에서 테니스 라켓처럼 생긴 장비가 혜성 먼지와 우주 먼지를 채집한 채집기이다. 사진과 그림 출처: ESA, NASA, 위키미디어 코먼스

혜성에 충돌한 딥임팩트호와 혜성을 공전한 로제타호

2005년 1월12일 발사된 혜성 탐사선 딥임팩트호(Deep Impact)는 혜성 충돌 시험을 수행했다. 근접비행선(flyby vehicle)과 충돌선(impactor)으로 구성된 딥임팩트호는 혜성에 접근하면서 372kg의 충돌선을 분리했고, 같은해 7월4일 충돌선은 템펠 1 혜성의 핵에 초속 10.3km의 속도로 충돌했다.[5] 운동에너지로 계산한 충돌에너지는 19.7기가줄(GJ=10억 J)로 TNT 4.7톤이 폭발할 때의 에너지와 맞먹는다. 충돌 후 혜성의 핵 표면에는 지름 150m의 충돌구가 만들어졌다. 충돌선은 충돌 2초 전까지 혜성의 사진을 찍었고, 데이터는 바로 근접비행선에 전송됐다. 충돌 관측 결과로부터 템펠 1 혜성은 태양계 먼 외곽의 오르트 구름(Oort cloud)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후 딥임팩트호 근접비행선은 지구를 근처를 지나가면서 궤도를 수정했고, 2010년 11월4일 하틀리 2(103P/Hartley) 혜성에 694km까지 접근했다.

혜성 주위를 공전한 혜성 탐사선도 있다. 유럽우주국(ESA)의 로제타호는(Rosetta)로 2004년 3월2일 아리안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지구-화성-지구-지구 순서로 중력도움 항법을 시행하는 과정을 포함해 총 10년 5개월 동안 비행한 로제타호는 2014년 8월 목성 공전궤도 근처에서 화성 공전궤도 근처로 다가오고 있던 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67P/Churyumov-Gerasimenko)에 접근했고, 9월10일에는 이 혜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했다. 관측 임무를 수행하던 로제타호는 싣고 간 혜성 필레(Philae) 착륙선을 분리했고, 2015년 8월 13일에 착륙선은 67P 혜성의 핵 표면에 착륙했다.[6] 하지만 착륙할 때 속도를 줄이는 역추진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착륙선은 착륙과 동시에 튕겨 나가 예정 착륙지에서 벗어난 곳에 착륙했다. 햇빛이 닿지 않는 그늘에 착륙한 착륙선은 태양광 패널을 이용한 발전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배터리가 소진되었고, 이후 모선인 로제타호와의 통신이 끊겼다.[7]

혜성 탐사는 비교적 이른 1985년에 시작됐지만, 혜성 궤도선은 거의 30년 후인 2014년이 돼서야 실현됐다. 혜성 궤도선이 늦어진 것은 혜성 공전 속도 때문이다. 혜성 궤도선이 되려면 혜성을 따라잡아 혜성 가까이에서 혜성과 비슷한 속도로 날아가야 한다. 하지만 목성 너머에서 날아오는 혜성은 공전 속도가 빨라서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이런 혜성을 따라잡으려면 탐사선이 목성 너머까지 곧바로 갈 수 있는 속도를 낼 수 있거나, 중력도움 항법을 시행해 속도를 충분히 높여야 한다. 그만큼 혜성 궤도선은 상대적으로 더 큰 비용과 기술이 필요하다.

그림 4. 딥임팩트호의 충돌선과 충돌한 템펠 1 혜성의 충돌 67초 후 사진(왼쪽)과 혜성 주위를 도는 궤도선인 로제타호가 찍은 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의 모습(오른쪽). 왼쪽 아래 사진은 충돌 전후를 찍은 사진으로 충돌 전 사진은 딥임팩트호가 찍었고 충돌 후 사진은 스타더스트호가 찍었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로제타호에서 분리되어 햇빛이 닿지 않는 그늘에 착륙한 필레 착륙선의 모습이다. 필레 착륙선은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면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사진 그림 출처: NASA. ESA, 위키미디어 코먼스

감자처럼 생긴 소행성을 탐사한 탐사선들

혜성처럼 긴 꼬리가 없는 소행성은 상대적으로 관측이 어렵다. 처음으로 소행성을 관측한 때도 망원경이 발명된 지 한참 지난 19세기 초이다. 에드먼드 핼리가 핼리 혜성의 주기를 계산한 때보다 100년 후이다. 그만큼 소행성의 궤도를 파악하는 것도 혜성보다 늦었다. 탐사 우선순위에서도 소행성 탐사는 다른 천체 탐사보다 뒤로 밀렸다. 이런 이유로 인해, 소행성 탐사는 혜성 탐사보다 늦게 시작됐다.

최초로 소행성을 탐사한 우주선은 갈릴레오호(Galileo)이다. 갈릴레오호의 주 임무는 목성 주위를 도는 궤도선이 되어 목성과 그 위성들을 탐사하는 것이었다. 1989년 10월18일 발사된 갈릴레오호는 중력도움 항법으로 속도를 높여 목성으로 향해 가는 도중에 소행성대에 있는 2개의 소행성에 가까이 접근했다. 1991년 10월29일 가스프라(951 Gaspra) 소행성에서 1600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고, 1993년 8월28일에는 이다(243 Ida) 소행성에서 2400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다. 갈릴레오호가 촬영한 사진을 분석하면서 이다 소행성 주위를 공전하는 작은 소행성 다크틸(243 Ida I Dactyl)을 발견했는데, 이는 소행성 주위를 공전하는 위성을 최초로 관측한 것이었다.[8]

여러 소행성 탐사선 중에 처음으로 소행성 주위를 도는 공전궤도에 진입하고 착륙까지 성공한 탐사선은 1996년 2월 17일에 발사된 니어 슈메이커호(NEAR Shoemaker: Near Earth Asteroid Rendezvous Shoemaker)이다. 지구에 가까운 천체를 의미하는 근지구천체(NEO) 탐사가 목적인 니어 슈메이커호는 1997년 6월27일 마틸데(253 Mathilde) 소행성 1200km까지 접근했다. 1998년부터 에로스(433 Eros) 소행성에 접근한 니어 슈메이커호는 2000년 2월14일 에로스 소행성 주위를 도는 공전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2001년 2월12일에는 에로스 소행성 표면에 착륙했다.[9]

소행성 탐사가 혜성 탐사에 비해 늦게 시작됐지만, 첫 소행성 궤도선인 니어 슈메이커호가 소행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한 때는 첫 혜성 궤도선인 로제타호가 혜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한 때보다 14년 더 빨랐다. 발사 날짜를 기준으로 따져도 니어 슈메이커호가 로제타호보다 8년 빨랐다. 소행성 궤도선 임무를 더 일찍 수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혜성의 공전궤도와 다른 근지구천체의 공전궤도 때문이다. 혜성은 관측하기 쉽고 지구 공전궤도를 지나가기 때문에 탐사선이 혜성에 다가가기는 쉽지만, 궤도선이 되기 위해 혜성의 빠른 공전 속도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근지구천체는 혜성보다 관측하기 어렵지만, 지구의 공전 속도와 비슷한 근지구천체의 공전 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금성이나 화성에 갈 수 있는 속도를 낼 수 있는 탐사선 정도이면 근지구천체의 공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다. 목성에 갈 수 있는 속도가 필요한 혜성 궤도선보다, 근지구천체에 속하는 소행성의 궤도선이 더 쉬운 임무이다.

그림 5. 갈릴레오호와 니어 슈메이커호가 촬영한 소행성 사진. 사진 출처: NASA

소행성 물질을 지구로 보낸 탐사선과 소행성 충돌 실험 다트

소행성에 착륙해 소행성 물질을 채집해 지구로 보낸 소행성 탐사선도 있다. 2003년 5월9일 발사된 일본의 하야부사호는 근지구천체인 이토카와(25143 Itokawa) 소행성으로 갔고, 2005년 11월 여러 차례 착륙 시도를 하면서 소행성 표면 물질을 채집했다. 이후 소행성을 떠난 하야부사호는 2010년 6월13일 소행성 물질을 담은 캡슐을 분리했고, 켑슐은 대기권에 진입해 지구로 귀환했다. 회수한 캡슐에서 0.01~0.1mm 크기의 알갱이 수천개를 찾았지만 그중에서 이토카와 소행성에서 채집한 물질은 1000분의 1그램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10] 하야부사호는 이온추진체를 사용한 일본의 첫 탐사선이다.

2014년 12월 4일에 발사된 하야부사 2호는 소행성 류구(162173 Ryugu)에서 표면 물질을 채집했고, 소행성 물질을 담은 캡슐은 2020년 12월5일 지구에 귀환했다. 하야부사 2호가 지구로 보낸 소행성 물질은 5그램 정도이다.[11] 하야부사 2호도 이온 추진체를 사용해 소행성에 접근했다.

가장 최근에 소행성 물질을 지구로 보낸 소행성 탐사선는 오시리스-렉스호(OSIRIS-REx)이다. 영어 이름 OSIRIS-REx는 ‘Origins, Spectral Interpretation, Resource Identification, Security - Regolith Explorer’의 줄임말로 ‘기원, 스펙트럼 해석, 자원 식별, 안전 - 표토 탐사선’을 의미한다. 2016년 9월8일 발사된 오시리스-렉스호는 2018년 12월 베누(101955 Bennu) 소행성에 접근했고 2020년 10월 20일엔 베누 소행성의 표면 물질을 채집했다. 2023년 9월24일 베누호가 지구로 보낸 캡슐에서 총 121.6 그램의 소행성 물질을 얻었다.[12] 이후 오시리스-렉스호는 아포피스(99942 Apophis) 소행성을 탐사하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았고, 이름은 오시리스-아펙스(OSIRIS-APEX: OSIRIS Apophis Explorer)로 변경됐다. 아포피스 소행성은 2029년 4월8일 지구에서 3만2000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하는 370미터 길이의 근지구천체다. 오시리스-아펙스호는 아포피스 소행성 주위를 돌면서 아포피스 소행성의 표면 물질도 채집할 예정이다.

그림 6. 소행성 표면 물질을 채집한 소행성 탐사선. 왼쪽: 일본의 하야부사 2호는 류구 소행성에서 약 5그램의 소행성 표면 물질을 채집해 지구로 보냈다. 오른쪽: 오시리스 렉스호는 베누 소행성에서 채집한 121.6 그램의 소행성 표면 물질을 채집해 지구로 보냈다.

하야부사 1, 2호나 오리시스-렉스호가 소행성 물질을 채집해 지구로 가져오는 임무가 가능했던 것은 지구 공전궤도와 비슷한 공전궤도를 도는 근지구천체를 탐사했기 때문이다. 이런 천체에 다가가는 것은 지구 중력을 벗어나는 속도보다 조금 더 큰 속도를 낼 수 있는 탐사선이면 가능하다. 소행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하고 소행성 표면에 착륙하는 것도 지구와 비슷한 공전 속도와 작은 소행성 중력 때문에 어렵지 않다. 같은 이유로 소행성을 떠나 지구를 향해 가는 것도 어렵지 않다.

캡슐이 지구 대기권에 진입해 귀환할 때는 대기의 공기저항으로 속도를 줄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고온을 버텨야 한다. 지구 저궤도의 인공위성이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는 속도는 제1 우주속도인 초속 7.9km 정도인 반면, 근지구천체에서 오는 캡슐은 제2 우주속도인 초속 11.2km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지구 대기에 진입한다. 캡슐이 대기권에 진입할 때의 운동에너지는 같은 질량의 인공위성이 대기권에 진입할 때의 운동에너지보다 2배 더 크다. 귀환하는 캡슐은 더 큰 운동에너지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공기저항에 의해 발생하는 열도 더 많다. 그만큼 지구로 귀환하는 과정은 더 혹독하다.

그림 7. 우주선을 소행성에 충돌시킨 다트(DART) 소행성 임무. 위: 충돌 실험이 어떻게 수행됐는지를 보여주는 그림. 왼쪽 아래: 다트 우주선이 충돌한 디모르포스 소행성. 오른쪽 아래: 충돌 4개월 후에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은 사진. 충돌 후 내뿜은 먼지가 만든 긴 꼬리가 보인다. 출처: NASA

다트(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이중 소행성 방향전환 실험)라고 부르는 탐사선은 같은 이름의 임무를 통해 우주선을 소행성 충돌시키는 실험을 수행했다. 근지구천체로 분류되는 디디모스(Didymos) 소행성은 작은 위성인 디모르포스(Dimorphos) 소행성을 거느리고 있다. 다트는 디모르포스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서 디디모스 소행성 주위를 도는 공전주기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측정한 실험이다. 2021년 11월24일 발사된 다트 탐사선은 11개월이 지난 2022년 9월26일 충돌실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로 소행성 물질이 뿜어져 나왔고, 1만km에 이르는 긴 먼지 꼬리를 만들었다. 디모르포스 소행성이 디디모스 소행성 주위를 도는 공전주기 변화를 측정한 결과, 충돌 후 내뿜은 소행성 물질이 로켓처럼 소행성을 추진하는 효과가 컸음이 밝혀졌다.[13]

그림 8. 소행성대에서 가장 큰 천체인 세레스 왜행성과 베스타 소행성을 탐사한 돈호. 아래 사진은 베스타 소행성과 세레스 왜행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서 찍은 사진. 사진, 그림 출처: NASA

왜행성을 탐사한 돈호와 뉴호라이즌스호

왜행성을 탐사한 탐사선으로는 돈호(Dawn)와 뉴호라이즌스호(New Horizons)가 있다.

2007년 9월27일 발사된 돈호는 화성을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 항법으로 속도를 높여 소행성대를 향해 날아갔다. 2011년 7월16일 소행성대에서 두번째로 큰 천체인 베스타(4 Vesta) 소행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했다. 베스타 소행성에서 궤도선 임무를 수행한 돈호는 2012년 9월5일 베스타 소행성을 떠나 소행성대에서 가장 큰 천체이면서 왜행성인 세레스(Ceres)로 향했다. 2015년 3월6일 세레스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하면서 왜행성 궤도선으로서의 두번째 임무를 수행했다.[14]

돈호가 궤도선으로서 2개의 다른 천체인 베스타 소행성과 왜행성인 세레스를 탐사할 수 있었던 데는 이온추진체(ion thruster)의 역할이 컸다. 돈호는 목표한 천체에 가기 위한 궤도수정, 근접비행에서 공전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역추진, 공전궤도에서 벗어나기 위한 추진 과정에서 이온추진체를 사용했다. 돈호가 이온추진체로 가속하거나 감속해서 얻은 속도증분(Delta-v)는 초속 11.5km이다. 이를 위해 돈호는 이온추진체의 추진제(propellant)로 제논 425kg을 싣고 갔다. 발사 당시 돈호의 질량이 1217.7kg이었으므로 탐사선의 초기질량에서 차지하는 추진제의 질량은 35%수준이다. 돈호의 이온추진체가 제논이온을 내뿜는 속도는 초속 18.6~31.4km이다.[15]

만약 연소한 연료를 초속 3km로 내뿜는 액체연료 로켓만 장착했다면, 싣고 가야 할 연료와 산화제의 질량은 36톤에 이른다. 탐사선 본체의 질량을 합쳐 총 37톤에 이르는 탐사선을 지구 중력 탈출 속도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로켓은 아폴로 프로그램의 새턴 5형 로켓 정도이다. 이온추진체 장착의 효과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돈호는 궤도 진입을 돕고 고도조절을 하기 위해 하이드라진 연료를 사용하는 액체연료 로켓도 장착했지만, 이를 위해 탑재한 연료와 산화제 질량은 45.6kg에 불과하다.

그림 9.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가 촬영한 천체와 비행궤적. 사진 및 그림 출처: NASA, 위키미디어 코먼스

두번째 왜행성 탐사선은 명왕성을 탐사한 뉴호라이즌스호(New Horizons)이다.

뉴호라이즌스호는 돈호 발사보다 1년 8개월 이른 2006년 1월19일 발사됐다. 발사 때 질량이 478kg인 비교적 소형 탐사선인 뉴호라이즌스호는 지구에서 곧바로 목성을 향해 날아갔다. 목성을 근접비행하면서 첫 중력도움 항법으로 뉴호라이즌스호는 태양계를 벗어나고도 남을 속도를 추가로 얻었다.

뉴호라이즌스호는 발사 후 9년 6개월만인 2015년 7월14일 명왕성을 근접비행하면서 명왕성과 그 위성인 카론(Charon)의 선명한 사진을 지구로 전송했다. 명왕성의 다른 작은 위성 사진도 촬영했다. 명왕성 근접비행 이후 뉴호라이즌스호는 궤도를 수정해 2019년 1월1일 다른 크기의 찹쌀떡 2개를 눈사람처럼 붙인 모양의 카이퍼대(Kuiper belt)의 아로코트 소행성(Arrokoth, 별칭: 울티마-툴레, Ultima Thule)에 3500km까지 접근했다. 뉴호라이즌스호는 파이어니어 10, 11호와 보이저 1, 2호에 이어 태양계를 벗어나는 속도로 날아가는 5번째 탐사선이다.[16]

주)

[1] “Divination, Mythology and Monarchy in Han China”, Loewe, Michael, pp62-64,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4)

[2] “ISEE-3/ICE”, NASA, https://science.nasa.gov/mission/isee-3-ice/

[3] “List of missions to comets”,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missions_to_comets

[4] “Mission Information : stardust”, Planetary Data System, NASA, https://pds.nasa.gov/ds-view/pds/viewMissionProfile.jsp?MISSION_NAME=STARDUST

[5] “Deep Impact (EPOXI)”, NASA, https://science.nasa.gov/mission/deep-impact-epoxi/

[6] “Rosetta”, ESA, https://www.esa.int/Enabling_Support/Operations/Rosetta

[7] “Philae found!”, ESA, https://www.esa.int/Science_Exploration/Space_Science/Rosetta/Philae_found

[8] “Galieo”, NASA, https://science.nasa.gov/mission/galileo/

[9] “NEAR Shoemaker”, NASA, https://science.nasa.gov/mission/near-shoemaker/

[10] “Hayabusa Asteroid Itokawa Samples”, NASA, https://curator.jsc.nasa.gov/hayabusa/

[11] “Hayabusa2 returned with 5 grams of asteroid soil, far more than target”, Th Japan Times, 2020년 12월 19일, https://www.japantimes.co.jp/news/2020/12/19/national/science-health/hayabusa2-asteroid-soil/

[12] “NASA's final tally shows spacecraft returned double the amount of asteroid rubble”, Marcia Dunn, Phys.org, https://phys.org/news/2024-02-nasa-tally-spacecraft-amount-asteroid.html

[13] “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DART)”, NASA, https://science.nasa.gov/planetary-defense-dart/

[14] “Dawn (spacecraft)”,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Dawn_(spacecraft)

[15] “Dawn - NASA - NSSDCA - Spacecraft - Details”,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2007-043A

[16] “New Horizons”, NASA, https://science.nasa.gov/mission/new-horizons/

윤복원 |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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