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그루, 쌍둥이 키우는 92년생 '싱글맘'의 꿈 (인터뷰②)

유수경 2024. 3.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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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데뷔한 배우 한그루
어린 나이에 결혼·출산으로 연기 활동 중단
솔직하게 고백한 싱글맘의 삶
"아이들 엄하게 교육... 혼내고 눈물도"
"가늘고 길게 꾸준히 일하고파"
배우 한그루가 본지와 만나 솔직한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샛별당엔터테인먼트 제공

10년 전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던 tvN '연애 말고 결혼'의 주연 배우였던 한그루. 당시 단순무식하고 귀여운 주장미 역을 맡아 발랄한 매력을 보여줬던 그가 지니 TV 오리지널 '야한(夜限) 사진관'으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으로 복귀하기 전까지 한그루의 공백기는 길었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결혼을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그는 2017년 쌍둥이를 출산하며 육아에 집중해왔다. 은퇴를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싶었던 한그루는 자연스럽게 연기 활동과 멀어졌다.

그런 그가 2년 전 샛별당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고 연예계 복귀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결혼 7년 만의 파경 소식을 전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현재는 쌍둥이 자녀를 키우는 씩씩한 싱글맘으로 살아가고 있다.

'야한 사진관'을 통해 오랜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한그루는 어린 나이에 여러 일들을 겪으며 성숙해진 스스로를 체감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런저런 신경 쓰는 일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가 되고 나니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며 웃는 그에게서 굳건한 의지와 열정이 느껴졌다.

생계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는 한그루를 만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수로 데뷔한 한그루

"저는 가수를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노래도 못하고 그때는 비주얼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신인 배우가 데뷔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기 어려운 시기였어요. 가수로 데뷔해야 예능도 나가고, 이슈가 되어야 작품을 할 수 있는 때였던 거죠. 그래서 앨범을 냈는데 인생에서 제일 흑역사 같아요. 그래도 그 덕분에 예능도 출연하고 드라마도 하게 됐죠. 연기를 처음 할 때는 너무 어려웠어요.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는데, 현장에서 계속 하다 보니까 진짜 많이 배우게 되더라고요."

잊지 못할 마지막 작품

"'연애 말고 결혼' 속 주장미 캐릭터가 제 실제 성격과 제일 비슷해요. 그 역할을 할 때 연우진 오빠랑 현장에서 케미가 잘 맞았어요. 오빠도 캐릭터랑 비슷한 면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평상시처럼 연기해서 아주 재밌었죠. 같이 출연한 배우들도 성격이 너무 좋았고 한선화, 정진운 배우도 자주 만나고 있어요. 이번 작품 역시 '연애 말고 결혼'과 비슷하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행복해요."

스스로를 위한 결정을 하다

"어린 나이에 결혼해 집안일에만 몰두했던 저는 미래에 대한 계획이 있고 그런 주변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어요. 아이를 키우는 것 역시 큰 일이지만 제 일이 없는 게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으로 저를 위한 결정을 했죠. 사실 이혼 전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이 있었거든요. 원래는 밖에 나와 있으면 자꾸 할 일이 생각나서 운동하는 것도 엄두를 못 냈어요. 아이들 하원 두세 시간 전에 들어가야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각나니까 못했는데, 어느 날 수영을 등록했죠. 그러면서 살도 빠지고 건강해졌고 지금은 헬스와 요가도 하고 있어요. 애들 보내면 짐 싸고 나가서 운동하고 다시 애들 픽업하고 집에 와서 같이 설거지하고 그런 식으로 지내고 있죠."

육아에 집중한 지난 시간들

"제 나이가 26살 때였는데 육아를 하려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때는 부모님 도움을 받거나 이모님을 쓰는 걸 생각 못했어요. 막상 육아를 해보니까 젊은 나도 이렇게 힘든데 부모님은 더 힘드실 거 같더라고요. 아예 안 해봤으면 '나 아니어도 봐주겠지' 할텐데 남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집을 못 비웠죠. 늘 아이들과 함께 있었어요. 그런데 정작 아이들이 기억을 못하더라고요. 하하. 지금 8살인데 5살 이전의 기억을 잃은 거 같아요."

엄격히 교육하는 엄마

"저는 좀 엄한 스타일 같아요. 그렇게 안 하면 둘을 혼자서 못 키워요. 통제가 안 되고 얘네가 밖에 나갔을 때 누군가에게 혼날 거 같아서 '남에게 욕먹느니 나한테 혼나고 배우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가르칠 게 있으면 엄하게 해요. 애들이 말을 안 듣거나 둘이 계속 싸우거나 그러면 감정을 쓰게 되잖아요. 아침에도 준비하면서 에너지 소비를 많이 하고, 혼내면서 '빨리 가' 하고 보내는데 교문에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면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멀리서 보면 쪼그맣잖아요. 갑자기 '나는 인간이 덜 됐다' 하면서 눈물이 나요. 왜 혼냈을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런 마음으로 돌아오는데, 아이들이 집에 오는 순간 하나씩 열 받는 일이 생기고 재우면 또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배우 한그루가 본지와 만나 솔직한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샛별당엔터테인먼트 제공

쌍둥이 자녀는 나의 행복

"자고 있는 애들을 바라볼 때 정말 행복해요. 아이들이 컸다는 걸 느끼는 포인트가 있어요. '이런 말을 하네' 하며 단어 사용이 놀랍고 뭉클한 순간이 있죠. 어떤 순간에 엄마 편을 들어주는 것도 좋아요. 아직 수면 독립을 못해서 셋이 같이 자거든요.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요. 그러다 보니 저는 수면의 질이 안 좋죠. 양쪽에서 발로 차니까 애들 방을 만들어주고 싶다 하면서도, 막상 아빠 집에 가서 자는 날은 애착 인형이 없는 거처럼 허전해서 잠이 안 와요."

닮고 싶은 선배들

"과거 작품 하면서 두 분이 기억에 남는데 고두심 선생님과 김해숙 선생님이에요. 그 당시 제 바스트샷 촬영인데도 오셔서 호흡을 맞춰주셨어요. 그냥 대사만 맞춰줘도 되는데 울어 주시고 (연기를) 다 해주시더라고요. 좋은 말도 많이 해주셔서 같이 하면서 왜 선생님들이 그 자리에 있는지 체감했어요. 김해숙 선생님은 연락 드리면 정성스럽게 매번 답장을 해주시고,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선생님들을 보면 정말 멋진 거 같아요. 오랜 기간 꾸준히 일하는 자체가 멋지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에서 인지도가 있든 없든 세상이 알아주는 배우든 아니든 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분들은 다 멋져 보여요."

힘이 되는 동료들

"잘 될 때 축하해 주는 사람이 진짜 내 사람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슬플 때 위로해 주려고 연락하는 사람들은 좀 있지만, 좋은 일 있을 때 축하해 주고 같이 기뻐하고 울어주는 사람들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행히 제 주위엔 이제 그런 사람들만 남았어요. 한채아, 조윤희 언니와 주말 드라마를 같이 하면서 친해졌는데 언니들도 결혼하고 애기 낳고 그러다 보니 공감대도 형성이 돼요. 김지수 언니나 김사랑 언니와도 친해서 종종 만남을 갖고 있어요."

생계를 위한 노력

"제가 운동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요즘은 자격증을 따고 싶어서 공부하고 있어요. 사람 일이 어찌 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저도 제 인생이 이렇게 될지 몰랐던 것처럼요. 보디빌딩 자격증에 도전하려고 하고, 내년엔 수영 자격증도 따고 싶어요. 저는 물이 잘 맞는 거 같아요. 애들 키우면서 화도 많아지고 욱할 때도 있는데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찬물이 얹어지면서 마음도 차분해지고 좋더라고요. (배우) 일도 언제 있을지 모르니까 그것만 기다리며 살 수는 없어서 다양하게 많은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한그루의 꿈

"지금은 현실적으로 싱글맘이니까 애들을 잘 키워내고 좋은 엄마가 되는 걸 늘 생각해요. 그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 같아요. 저도 미성숙한 사람이니까 아이들에겐 바르고 좋은 것을 요구하면서 전 그렇게 못하는 게 많으니 부모로서 모범이 되는 것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죠. 일적으로는 예전엔 '내가 이런 것을 하면 좋겠다' 하는 큰 꿈을 가졌는데 지금은 가늘고 길게 가는 게 어려운 일이란 생각을 많이 해요. 뭐가 됐든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자체가 제일 어려우면서도 바라는 일 같아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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