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낙하 공중진화대·24시간 가동 상황반… 산불 잡는 음지의 전사

김창희 기자 2024. 3.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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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불조심 기간… 산림청‘원팀’대원들 헌신 조명
공중진화 104명 최정예 인력
레펠 등으로 험준한 지역 진입
특수진화대선 435명 맹활약
드론팀은 불씨 확인 정찰대役
상황실, 감시원 1만2128명 및
300여개 기관과 실시간 소통
지난 2022년 4월 경북 봉화군 봉화읍 화천리 산불현장에서 공중진화대원들이 야간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대전=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본격적인 산불조심 기간을 맞아 산림재난을 최일선에서 책임지고 있는 숨은 파수꾼들의 역할이 조명받고 있다. 24시간 불 켜진 상황실에서 밤을 새우는 상황반원, 목숨을 걸고 헬기에서 지상에 투입돼 화마와 사투를 벌이는 현장 진화대원에 이르기까지 숲과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땀을 쏟는 음지 속 이름 없는 용사들의 묵묵한 헌신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대전청사 15층 산림청 중앙산림재난 상황실은 전국의 산림재난을 감시하고 대응을 지휘하는 심장부다. 상황실 요원 4개 조(조별 3명)가 교대 근무하며 연중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전국 300여 개의 소속기관, 유관기관, 지방자치단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신속 정확한 상황 판단을 통해 재난 피해를 최소화하는 컨트롤 타워다.

상황실 반원들은 우선 산불 신고가 접수되면 산불상황관제시스템을 활용해 기상 상황, 주변 보호 시설물, 담수지 등 현장 여건을 파악한다. 산불감시원, 헬기, 드론 등으로부터 실시간으로 현장 정보도 받는다. 확보한 정보를 토대로 진화전략을 세우고 현장에 설치된 통합지휘본부와 소통하며 진화작업을 진행한다. 산불확산예측 시스템을 통해 확산 방향·정도를 예측해 선제적으로 산불영향권에 위치하는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진화자원을 유효적절하게 배치하는 게 중요하다.

전국 산불감시원 1만2128명과도 ‘리얼타임’으로 상황을 공유한다. 감시원에게 지급된 ‘산불재난안전통신기’를 통해 생생한 동영상·사진 전송 등이 가능하다. 올해는 다행히 눈·비가 잦은 기상 상황과 적절한 대응 덕분에 산불피해 면적이 10년 평균치의 1% 이하로 감소했지만, 아직 방심은 이르다. 이주훈 산림청 상황실 주무관은 “밤낮없는 교대 근무로 피로가 크고, 주말·명절에도 가족들과 시간 맞추기가 어렵지만 산림재난 최일선 부서의 일원이라는 사명감으로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3월 경북 울진 산불현장에서 공중진화대원이 헬기 레펠로 현장에 진입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불이 최고조에 이르는 주불 단계에서는 공중과 지상 진화인력들이 현장에서 사투를 벌인다. 입체적 지상·공중 작전이 동시에 벌어지며 진화의 가장 중요한 고비가 되는 순간이다. 산림청 헬기 45대는 공중진화의 주력군으로, 전국 13개 권역에 분산 배치돼 맹활약한다. 지자체·군 헬기 등까지 합하면 총 192대까지 동원할 수 있다.

지상진화 자원인 공중진화대(104명)는 최정예 진화인력이다. 헬기를 타고 산불 발생 지역에 접근한 뒤 상공에서 레펠을 통해 산불현장에 투입돼 절벽지, 암석지 등 험준한 산악지에서 산불을 진화한다. 2일 이상 지속하는 산불현장에 투입돼 다음 날 진화 헬기가 출동하는 일출까지 야간 산불 확산을 저지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도시·산악지역 산불, 야간산불, 국유림과 사유림, 시·도 등 지역 구분 없이 상시 진화 활동을 벌인다. 2016년 출범 후 현재 435명(공무직 390, 기간제 45)이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산불전문예방진화대(9604명)는 지역별 산불진화 및 잔불, 뒷불 정리를 담당한다. 드론산불진화대도 10팀이 활약 중이다. 화상카메라가 장착된 정밀 드론을 통해 야간산불 현장의 열점·불씨를 확인하는 야간 정찰대 역할을 담당한다.

라상훈 산림청 공중진화대 팀장은 “28년간 근무하면서 지난 2022년 울진·삼척 산불현장에서 213시간 동안 악전고투 끝에 응봉산을 사수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신체적·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직접 음식을 해 주시는 지역주민의 격려와 함께 당시 구조했던 천연기념물 새끼 수리부엉이가 다시 건강을 회복해 자연으로 방사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생명을 살리는 직업에 대한 보람과 사명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산불진화 역량은 국격도 높였다. 산림청 최정예 산불진화대 70명이 지난해 7월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 일원으로 캐나다 퀘벡주 르벨쉬르케비용 지역에서 미국 산불진화대와 함께 한 달간 산불진화 임무를 수행한 것. 특히 열화상 드론으로 땅속 불씨를 찾은 다음, 이를 산불기계화진화시스템을 활용해 제거함으로써, 미국과 캐나다 산불진화대의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갈수록 대형화·동시다발화하고 있는 산림재난으로부터 국민과 숲을 지키기 위해 일선 현장에서 많은 인력이 묵묵히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산불진화 역량을 고도화하고 관련 인력들이 더욱 자부심을 느끼며 근무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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