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것만으론 부족…차량에 안마의자·4D 스피커 넣는 이유

최우리 기자 2024. 3. 2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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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삶] 모빌리티
다이내믹 바디케어 시트. 현대트랜시스

거실에 있는 안마기가 차에도 있다?

기아 이브이(EV)9 2열에는 현대트랜시스에서 개발한 ‘다이내믹 바디케어’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두드림과 진동 방식의 안마 기능이 있는 시트다. 팔걸이에 있는 스위치로 강도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집에 있는 일반 안마 의자에 앉아있는 느낌이 든다”, “마사지보다는 진동 시트라고 봐야 한다”와 같은 소비자 평가글이 올라와 있다. 이 기술은 카니발 신형과 지(G)90에도 적용돼있다.

시트, 안마 의자를 넘다

현대트랜시스가 2022년 개발한 ‘에르고 모션 시스템’은 운전자가 운전할 때 최적의 자세를 잡을 수 있도록 7개의 공기주머니를 시트 안에 넣은 게 핵심이다. 이 시스템은 이브이9뿐 아니라 제네시스와 그랜저(GN7)와 케이(K)9에도 사용됐다. 쿠션부 공기주머니는 10㎜, 등받이 공기주머니는 30㎜까지 부풀어 오른다.

EV9 프로젝트에서 시트기능설계팀으로 참여한 송현석 책임연구원은 “기존 차량에 적용되지 않은 신기술을 시트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반대로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타산업군에서도 (시트에 적용된 기술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도 많다”고 말했다. 송 책임연구원은 요즘에는 안마 기능뿐 아니라 건강상 위급한 상황을 사전에 알리는 시트 기술에 열중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선 탑승객의 호흡과 맥박을 확인하는 생체 신호 측정 기술과 체형을 인식하는 체압 분포 모니터링 기술 개발이 필요하단다.

일본 도요타의 알브이(RV)차인 알파드에는 등받이와 팔걸이 부분에 저반발 메모리 폼 소재를 사용해 몸으로 전달되는 진동을 줄인 기술이 적용됐다. 열선과 통풍, 전동 틸트, 공기압을 사용한 지압기능도 있다. 렉서스 운전석에는 지압을 해주는 ‘리프레시 시트’가 적용돼있다. 어깨부터 허벅지까지 엄지손가락 정도의 압력 자극을 준다. 거실에 있는 안마기와 마찬가지로 15분 동안 지속되고 5단계로 강도 조절도 가능하다.

다이내믹 바디케어 시트

자동차를 이동수단만이 아닌 취미나 여가를 즐기기 위해 이용하는 이들이 늘면서 넓고 쾌적한 실내에 대한 소비자 요구는 커지고 있다. 올해 기아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이에스(CES)에서 공개한 목적기반차량(PBV) 피브이(PV)5의 시트는 공간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트 등받이를 앞뒤로 펼칠 수 있는 ‘플립 기능’을 적용돼 있다. 전기차 폴스타2는 운전자가 시트에 앉으면 이를 감지해 주행 준비 상태로 전환한다. 브레이크 페달만 밟아도 차량에 시동이 걸리면서 운전자가 차량을 작동하기 위해 별도의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운전자의 안전벨트가 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석 문이 열리면 자동으로 주차 브레이크가 작동하고, 기어는 주차 상태로 변환한다. 독일 베엠베ix는 시트에 4D 사운드 시스템이 내장돼있다. 전체 차량에는 30개의 스피커가 달려있다.

자동차 시트는 보통 사고 대비 등 내구성 확보를 위한 지지 프레임과 앉았을 때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폼 패드, 피부와 같은 커버링으로 구성돼있다. 시트가 앞뒤·위아래로 움직이고 통풍·히터·마사지 기능까지 담아내다 보면 크고 무거워지기 때문에 경량화 기술도 필요하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시트는 엔진 다음으로 자동차에서 비싼 부품”이라고 말했다. 일부 프리미엄급 차량에는 해발고도가 높아 모기가 없는 곳에서 서식하는 소의 가죽만 쓴다. 모기 물린 상처가 남아 있는 가죽으로 시트를 만들면 손상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레칼레 폴고레 시트. 마세라티 제공

시트 소재도 변신 중

시트 소재도 변신 중이다. 2013년식 엘에프(LF)소나타에는 세계 최초로 피마자 오일 추출물 20% 함량의 바이오 폴리오레탄 폼패드를 적용했다. 2021년식 케이(K)9 시트는 옥수수로 만든 바이오매스가 20% 들어간 인조가죽을 사용했다. G90과 그랜저 지엔7 시트는 폴리우레탄과 같은 석유계 물질이 아닌 광물(석영)에서 추출한 실리콘 인조가죽으로 만들었다. 베엠베 아이엑스(ix)와 포르쉐 타이칸 시트는 올리브 기름 채취 과정에서 버려지는 올리브잎을 사용해 태닝한 가죽을 썼다. 가죽시트에서 발암물질인 6가 크롬염이 나오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포르쉐 전기차 타이칸에는 일부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어망 소재로 생산된 재활용 섬유가 차량 바닥 커버에 사용되기도 했다. 마세라티의 두번째 스포츠실용차(SUV)인 ‘그레칼레 폴고레’에는 바다 양식장에서 나온 어망과 같은 해양 폐기물, 공장 폐기 직물, 버려질 카펫 등을 재활용한 소재인 재생 나일론 섬유(에코닐)가 내장재로 활용됐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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