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럴 제대로 성공한 ‘3만원 기차여행’ 직접 가보니

홍지연 매경닷컴 기자(hong.jiyeon@mkinternet.com) 2024. 3. 2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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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가 주최한 ‘3만 원 하루 기차여행’ 이벤트가 대박이 났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 이슈몰이를 하더니 이벤트 신청자가 10만명 넘게 몰렸다. 역대급 관심이 쏟아진 ‘3월엔 여기로(여행가는 달, 기차로 떠나는, 로컬 여행의 앞글자만 따서 만든 이름)’ 이벤트.

얼마나 좋길래, 궁금증이 일어 직접 따라가 봤다. 지난 15일 장미란 제2차관과 함께 한 태안 여기로 여행기를 전한다.

‘2024년 3월 여행가는 달’ 캠페인
2024년 2월 20일부터 3월 31일까지 진행하는 국내관광 캠페인으로 여행 비수기 국내여행 참여 유도를 위해 추진됐다. ‘3월 숨은 여행 찾기, 로컬 재발견’이라는 슬로건으로 철도·항공 등 교통·숙박·여행상품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고 국민 참여 이벤트와 여행 콘텐츠를 제공해 국내여행을 유도한다.

캠페인 일환으로 진행하는 ‘3월엔, 여기로’ 3만원으로 당일 기차여행을 떠날 수 있는 대국민 참여 이벤트다. 3월 8일부터 3월 30일까지 21개 지역에서 24개 여행코스로 진행한다. 3월 14일 기준 약 11만명 신청자가 몰렸고 경쟁률은 65대 1을 기록했다.

‘여기로’만을 위해 운행하는 전세 기차
‘3월엔 여기로’ 이벤트만을 위해 운행하는 특별 열차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3월 15일 오전 7시 서울역 7번 플랫폼에 도착했다. 진행 요원이 곳곳에 깃발을 들고 서 있어서 수월하게 열차를 찾을 수 있었다. 기차에 올라 이벤트 당첨자들을 훑어봤다. 젊은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다양한 여령대 사람들이 있었다.

70대 노부부부터 어린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온 가족 여행객까지 다양하게 자리를 채웠다.

“여기로 이벤트에 당첨되신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예산 태안 서천 로컬 체험 관광으로 기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열차 안에서 진행한 뽑기 이벤트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열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날 탄 4353호 열차는 ‘여기로’ 이벤트를 위해 마련한 특별열차로 일반 승객 없이 추첨으로 뽑힌 120여 명만 탑승했다.

기차 안에서는 특별 이벤트도 진행했다. 꽃무늬 바지와 밀짚모자로 단장한 직원이 카트를 끌고 뽑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어르신들은 오랜만에 보는 간식 카트를 보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벤트를 위해 마련한 간식 카트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오랜만에 타는 새마을호 속도감에 새삼 놀랐다. 수원역을 빠져 나오고서도 기차는 속도를 높이지 않고 느긋하게 달렸다.

오전 9시쯤 기차는 아산역에 멈춰섰다. 여기서부터 태안까지는 버스로 이동한다. 버스에는 장미란 제2차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태안에 처음 방문한다는 그가 반갑게 맞아줬다.

버스를 타고 태안까지 2시간이 좀 덜 걸렸다.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해서인지 졸음이 몰려왔다. 태안으로 가는 버스 창밖으로 푸근한 봄볕이 쏟아졌다.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맛보는 태안 향토음식 게국지
만리포사랑 노래비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이동 시간이 워낙 길어 첫 일정은 점심 식사로 시작했다. 여행 경비에 중식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 개별적으로 사 먹어야 한다.

버스는 만리포 해수욕장 앞에 일행을 내려줬다. 주어진 시간은 약 한 시간 20분.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밥을 먹고 알아서 시간을 보낸 뒤 버스가 있는 곳으로 다시 모이면 된다. 횟집에서 게국지로 점심을 먹었다. 현지 사람들은 지금 일반 식당에서 파는 게국지는 옛날 게국지랑은 다르다고 말한다.

태안 향토음식 게국지(왼쪽), 모둠회(오른쪽)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게국지 옛날 냉장시설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때에 만들어진 음식이다. 그옛날 태안 사람들은 게를 잡아다 오래 먹기 위해 소금에 절여 보관했다. 시간이 흘러 젓국이 베어나오게 되고 이 젓국에 김장철 배추질을 넣고 끓여낸 것이 게국지다. 지금 먹는 게국지는 꽃게와 대하 등 해산물을 푸짐하게 넣고 끓여 국물 맛이 시원하다.

“반도 속 반도 태안의 해안선 길이는 총 559㎞나 됩니다. 해수욕장은 등록된 것만 28개, 섬은 114개나 있어요.” 권문선 태안군 문화해설사가 말했다.

만리포 해수욕장은 1955년 개장한 유서깊은 해변이다. 동해 경포대, 부산 해운대와 더불어 국내 3대 해수욕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밥을 빠르게 먹고 주변 산책에 나섰다. 만리포사랑 노래비도 보고 전망대에도 올랐다. 전망대에 오르면 주변 풍경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2021년 7월에 문을 연 만리포전망대는 아파트 13층 높이(37.5m)로 지어졌다. 입장료가 없고 엘리베이터로 꼭대기까지 곧장 연결해 누구든 편히 이용할 수 있다.

난생 처음 도전한 맨발걷기 ‘어씽’
신두리 해수욕장에서 진행한 맨발걷기, 어씽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다음 목적지는 신두리 해안사구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2023년 장안사퇴와 함께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편입됐다. 신두리 해안사구에서는 3가지 체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갯벌을 맨발로 걷는 ‘어씽’, 노르딕 워킹 그리고 해안사구 트레킹이다.

장미란 차관은 일반 참가자 20여 명과 맨발걷기 ‘어씽’에 도전했다. 파란 조끼를 맞춰 입은 진행 요원이 눈에 띄었다. ‘태안해양치유전문가협회’에서 나온 분들이랬다. 태안은 웰니스에 진심인 지자체다.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를 목표로 해양치유센터 오픈을 준비 중이다. 달산포에 해양치유센터가 문을 열면 완도에 이어 국내 두 번째가 된다.

신두리 해수욕장에서 진행한 맨발걷기 체험 / 사진=문화체육관광부
해변에 가면 맨발로 걷는 일이 흔하니 별 것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갯벌을 걷는 일은 또 다르더라. 물이 빠지면서 생긴 모래 굴곡을 발바닥 중앙으로 꾹꾹 지르밟자 시원함이 느껴졌다.

갯벌마다 감촉이 다른 것도 신기했다. 물이 빠진 갯벌에는 고둥이 참 많았다. 고둥 밭을 지날 때는 마치 지압판을 밟는 것 같았다. 대부분 황해비단고둥인데, 껍질이 무척 단단해 사람이 밟는다고 해서 절대 부서지거나 죽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태안 수국 명소로 유명한 팜카밀레 허브농원. 팜카밀레에는 고양이 ‘로마’가 살고 있다. 로즈마리를 줄여 이름 붙였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어씽이 끝나고 마지막 목적지 팜카밀레 허브농원으로 향했다. SNS에서 수국 맛집으로 소문난 팜카밀레에서는 족욕을 즐겼다. 허브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는 온수에 발을 담그니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허브차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행을 마무리했다.
‘3월엔 여기로’ 태안 여행은 허브농장에서 족욕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장미란 2차관은 “직접 와서 맨발걷기도 해보니 시원하고 기분 좋다. 앞으로도 국민 여러분이 참여할 수 있는 여행 이벤트를 많이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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