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제 안심, 다시 취준 해야죠!"…LH 계약 청년들 가벼운 발걸음
"서울은 집을 구하고 나서 직장을 구해야 해요. 다시 '취준(취업준비)'하는데 부담도 덜 할 것 같아요!"
청년 매입임대주택은 LH에서 주택을 매입해 청년(만 19~39세),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시중 시세의 40~50% 수준에 임대하는 주택이다. 서울의 경우 강남구 등 총 21개구에서 모집하기 때문에 입주자들의 학교나 직장 등과 가까운 곳을 선택할 수 있다.
이번 공고는 지난해 말 이뤄졌다. 지난 8일 입주자 대상 명단이 공개된 후 20일부터 입주자에게 주택을 개방해 대상자가 직접 본인이 들어갈 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현장은 시종일관 차분한 분위기였다. 구비 서류를 제대로 갖췄는지 수차례 가져온 종이 뭉치를 살펴보는 청년들이 많았다. LH 현장 담당자는 "청년 입주자들은 이런 계약이 처음인 사람도 많아서 서류를 누락 하는 경우도 많다"며 "계약 체결에 가져와야 하는 서류는 사전에 안내를 여러 차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을 마치고 조금은 상기된 표정으로 나서는 이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20대 사회초년생인 A씨는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알게 됐다. 우리 회사에서는 공공주택 관련 공고가 뜨면 다 같이 보고 신청한다"며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가격 대비 집이 좁았는데, 이 집은 금액적으로도 면적으로도 타협이 돼서 신청했고 계약도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뒤이어 나온 20대 B씨는 "서울에서 직장을 구하기 위해선 집을 먼저 구해야 하는데, 이렇게 구할 수 있게 됐고 다시 '취준'을 해보려고 한다"며 "내 주변에서는 '청년 매입임대주택' 제도를 활용하는 사람이 내가 처음이라, 궁금해하고 나에게 물어보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계약자들은 혜택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난 순위가 높아서 됐다. 보통 선순위는 그만큼 못 산다는 것 아닌가. '누가 누가 더 못 사나' 경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순위가 낮아도 여유롭지 않은 사람이 많고 또 이런 주택을 신청할 기회 자체가 적은 것도 아쉽다"고 토로했다.
특히 청년층 거주 비율이 높은 서울은 지난해 약 14만명이 신청해 단일 지역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은 지난해 평균 경쟁률 129.5대 1을 기록했다. 올해 1차시인 이번 접수에는 164대 1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여러 유형이 제공되는 신혼부부, 무주택가구 대상 공급에 비해 청년은 유형도 제한적이고 소득·자산 기준은 엄격하고 공급은 적다. 특히 서울에 거주 청년의 한 달 생활비와 소득을 고려하면, 현행 기준은 빡빡하다.
LH 관계자는 "서울은 청년들이 몰리는 만큼 경쟁률도 높고, 입주 비율도 높아 공공주택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서도 더 많은 이들이 공공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일반 공공임대주택은 혼합형을 늘리고 있다. 청년 대상 주택도 유형을 늘려 소위 '주거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임대주택의 문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금, 월세의 비율을 높여서 일반에도 개방하면,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인식도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며 "진짜 살만한 집, 분양·매매 주택과 임대주택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LH 매입임대주택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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