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에 쏙 들어오던 폰, 이젠 없다...5인치 스마트폰의 종말

장형태 기자 2024. 3. 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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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스마트폰 시대 막 내려
그래픽=김현국

5인치대 소형 스마트폰 시대가 막을 내렸다. 지난해까지 5인치대 고성능 플래그십(대표) 스마트폰을 출시해온 대만의 에이수스가 최근 6.8인치 화면 스마트폰 ‘젠폰 11 울트라’를 출시하면서, 올해는 5인치대 스마트폰을 내놓는 주요 제조사가 더는 없을 전망이다. 인치는 화면의 크기를 나타낼 때 흔히 쓰는 단위로 1인치는 2.54㎝이다. 보통 화면 크기는 대각선 길이를 말한다. 5인치대 스마트폰이 없어졌다는 것은 새로 나오는 스마트폰 화면의 대각선 길이가 15.24㎝ 이상이라는 것이다.

‘5인치대 스마트폰의 종말’은 휴대전화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 더 이상 통화가 아니라 동영상 보기와 카메라, 게임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2007년 세상에 처음 내놓은 아이폰은 3.5인치 제품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더 이상 작은 몸집으로는 고성능 부품과 고용량 배터리를 담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화면이 큰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트렌드는 꾸준히 있었지만, 통화 중심의 소형 스마트폰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 스마트폰은 전화기가 아닌 ‘내 손안의 컴퓨터·카메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국

◇외면받는 작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이처럼 크기를 키우는 것은 매년 성능이 업그레이드되는 부품을 탑재하려면 내부 공간이 커져야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부품 기판은 크기가 한정돼 있는데, 이곳에는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AP·카메라·센서 등 수십가지 칩이 붙어 있다. 게다가 동영상 시청 수요가 늘어나 고용량 배터리와 방열판까지 탑재되면서 작은 스마트폰이 물리적으로 등장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미 삼성전자는 2019년 갤럭시S10e를 마지막으로 5인치대 폰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애플은 비교적 최근까지 소형 스마트폰을 꾸준히 출시했다. 2020년 아이폰 12 미니(5.4인치), 2021년 아이폰 13 미니(5.4인치) 등을 선보였다. 특히 아이폰 미니 시리즈는 보통 아이폰과 동급 AP, 카메라 렌즈 등을 탑재하면서 ‘작은 고성능 폰’으로 주목받았다. 외신과 IT 리뷰어들도 호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판매량은 처참했다.

미국 IT 전문지 폰아레나는 “2020년 아이폰 12 미니 미국 판매량은 12 시리즈 중 6%에 불과했다”고 했다. 이듬해 나온 아이폰 13 미니는 전체 13 시리즈 중 3% 정도만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두 모델 모두 단종됐다. 애플은 2022년부터는 아예 미니 대신 6.7인치 크기 ‘아이폰 14 플러스’를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아이폰 미니 시리즈의 실패 이유로 적은 배터리 용량과 비싼 가격을 꼽았다. IT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 12 미니는 5G 환경에서 동영상을 볼 경우 5시간정도면 배터리가 다 닳았다”고 했다. 가격도 95만원부터 시작해, 아이폰 12(최저 109만원)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다.

◇화면은 거거익선? 7인치가 한계

제조사들은 ‘화면 인플레이션’이 7인치까지는 넘기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7인치가 넘어갈 경우 한 손으로 사용하기가 사실상 어렵고, 이미 7인치 이상은 ‘태블릿 PC’로 분류하고 있다. 대신 삼성전자를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폴더블폰으로 ‘한 뼘 크기’와 대형 화면 두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안간힘이다.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폰이 지금보다 더 얇아진다면 대형 스마트폰뿐 아니라 작은 화면을 선호하는 수요까지 모두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 갤럭시Z 플립 시리즈는 접으면 주머니나 핸드백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2030 여성 고객 사이에서 인기다. 지난해 Z 플립 사전 판매 고객 중 2030 여성 비율이 35%에 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Z플립 외부 화면 크기를 1.9인치에서 3.4인치로 늘리자 소비자 반응이 좋았다”며 “폰을 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올여름 출시될 갤럭시Z 플립 6가 전년도 모델보다 화면이 더 커져 4인치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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