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지방자치 무용론’ 해법은

오상도 2024. 3. 25.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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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설운동장 자리에 50층 높이 건물을 지어 ○○산이 내려다보이도록 하겠습니다."

2022년 민선 8기 출범 인터뷰에 응했던 인구 20여만 소도시의 한 시장은 이듬해 3월 시의회에서 기어이 '사고'를 쳤다.

한 차례 지방의회가 해산되는 아픔을 딛고 1991년 지방의회, 1995년 지자체장이 각각 직선제로 부활한 지방자치는 활력이 넘쳤다.

실제로 국내 지방자치제는 외국의 경험만 앞세웠다는 태생적 한계를 품고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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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설운동장 자리에 50층 높이 건물을 지어 ○○산이 내려다보이도록 하겠습니다.”

2022년 민선 8기 출범 인터뷰에 응했던 인구 20여만 소도시의 한 시장은 이듬해 3월 시의회에서 기어이 ‘사고’를 쳤다. “(나) 안 올 거니 걱정하지 마세요… (직원들은) 다 나가”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이다. 인근 기초자치단체장도 비슷한 시기 시의회에서 “지○하네”라고 막말을 해 도마 위에 올랐다.
오상도 사회2부 차장
기초단체장을 바라보는 ‘껍데기’ 기자들의 표현도 경계선을 넘은 지 오래다. 한 지역 출신 기자는 한 현직시장을 향해 ‘맹주’, ‘영웅’, ‘천재 정치인’이란 칭송을 남발해 대상자까지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현 시장과 맞붙은 전직 시장에 대해서도 ‘대중교통 마술사’ 등의 ‘시(市)비어천가’를 부른 바 있다.

광복 이후 중앙집권의 테두리에 갇혀있는 한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민낯이 씁쓸하다. 한 차례 지방의회가 해산되는 아픔을 딛고 1991년 지방의회, 1995년 지자체장이 각각 직선제로 부활한 지방자치는 활력이 넘쳤다. 하지만 대다수 기초단체장이나 시·군의원들과 달리 일부 지역에선 여전히 포퓰리즘 등에 갇힌 무능한 현실이 회자되고 있다.

이런 지방자치에 대한 축소·폐지론은 논란 속에 마무리된 지난해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이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책임 공방 속에서 전국의 단체장들이 경쟁적으로 벌여 온 온갖 전시성 사업과 선심성 축제가 지적받은 것이다.

일각에선 “스스로의 혁신보다 중앙 권력의 힘을 빌려 더 많은 자원을 지역으로 가져오려 한다”는 강준만 교수의 ‘지방은 내부 식민지’라는 표현이 재차 거론됐다. 30년이 된 한국의 자치제가 정착하지 못했다는 호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국내 지방자치제는 외국의 경험만 앞세웠다는 태생적 한계를 품고 출범했다. 분권형 자치의 경험이 부족했던 한국 사회에 자치의 개념은 정확히 전달되지 못했고, 역사·문화적 한계만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중앙정부의 선택적 투자를 받는 ‘자원배분 왜곡’과 거대 정당의 ‘정당 공천제’는 연고에 기초한 선거를 지방자치로 곡해하고, 이를 악용하는 정치권의 지방 세력화라는 부작용도 가져왔다.

1980년대 영국과 독일, 프랑스처럼 일부 국가의 지자체 폐지·감소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의식은 ‘무용론’보다 보완과 성찰, 재정비에 무게가 쏠려있는 듯하다. 시·군·구에 이양된 일부 권한을 시·도나 중앙부처(국가 사무)로 되돌리자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유명무실해진 주민소환제를 대신할 몇 가지 발칙한 상상을 해본다. 3회 연속 시·군 단체장이 기소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지역에는 아예 관선 시장·군수를 파견해 잠시나마 ‘정치판’에서 벗어나 재정비의 시간을 주는 걸 고려해볼 만하다. 선거 때마다 투표용지에 여야 후보 외에 ‘관선 단체장’ 선택란을 마련해 제3의 답지를 주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30년 정도의 지방자치 역사이면 투표 불참이라는 소극적 저항 대신 단체장 거부·탄핵 정도의 역량이나 권리를 갖췄다고 자부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 아닌가 싶다.

오상도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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