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레드향 섞어 판 농협 직원…알고 보니 4톤 더 있었다

문준영 2024. 3. 25.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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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피땀 흘려 재배한 농작물이 제값에 팔리지 않으면 기분이 어떨까요.

KBS는 얼마 전 한 농협 직원이 자신의 아버지가 수확한 레드향을 농가 상품에 섞어 팔았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알고 보니 이런 식으로 판매한 레드향, 무려 7톤에 육박했습니다.

문준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제주시 서부지역의 한 농협 과수유통센터.

이곳 직원이 자신의 아버지가 수확한 레드향 2.6톤을 농협자금으로 1,670만 원에 구매한 건 지난 1월 10일입니다.

이 물건은 30여 개 농가가 공동 재배한 레드향과 섞여 전국 공판장과 하나로마트 등에 판매됐습니다.

농가들은 상태가 좋지 않은 물건을 섞어 팔았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이 직원, 지난 1월 중순에도 아버지 레드향 4.2톤, 2,400만 원 상당을 구입해 섞어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월 말에는 공동 재배 농가가 아닌 모 조합원 물건 2.6톤을 1,500만 원 상당에 사들여 유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농협 상무와 조합장의 결재도 받지 않았습니다.

농협 자금으로 레드향을 살 때 필요한 내부 서류인 '매취 건의서'도 누락 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바빠서 보고하지 못했다는 게 해당 직원의 입장입니다.

수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해당 농협의 레드향 판매 세부 내역입니다.

이 농협으로부터 레드향을 구매한 모 소매업자에게 전화해봤습니다.

선별된 레드향을 산 경우도 있지만, 농가에서 가져온 상태의 선과되지 않은 '원물'을 그대로 구매한 경우도 있다고 말합니다.

[소매업자/음성변조 : "(원물이라고 한다면 선과 과정을 안 거친?) 그렇죠. 선과 과정을 안 거친 거예요. 그냥 매취하는 거죠."]

그런데 농협 내부 정산서에는 원물로 팔았다는 내용은 아예 없습니다.

심지어 원물로만 팔았는데도, 농협은 포장비와 선별비를 떼갔습니다.

알고 보니 해당 직원이 임의대로 서류를 조작했던 겁니다.

[송종걸/레드향 판매 농가 : "(농협 직원이) 지난주에 자기 아버지랑 같이 와서 사과하러 오고 했습니다. 저희 농장에. 감사는 받겠는데 경찰 조사만 받지 않게 해달라고. 저한테 이야기하지 말고 조합에 가서 이야기하라고"]

지난겨울 이 농협에 30여 개 농가가 공동으로 판매한 레드향은 161톤, 11억 원이 넘습니다.

농협중앙회 제주본부는 감사실 직원들을 보내 레드향 판매 자료 등을 제출받고, 해당 직원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

문준영 기자 (m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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