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료 시켜 '분 단위' 감시…직장 내 괴롭힘 인정됐지만
한 종합병원 팀장이 실수가 잦다는 이유로 동료들을 시켜 한 물리치료사의 행동을 분 단위로 감시하고 또 기록하게 했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됐지만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인아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안성에 있는 한 종합병원입니다.
A 씨는 이곳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제도를 신청했습니다.
팀장은 거절했습니다.
[팀장/2023년 2월 (A 씨와 대화) : 내 욕심만 차리자고 하면 다 쓰고 싶겠죠. 지금 이 상황을 두고 계속 지금 문제를 일으키니까.]
항의 끝에 허락은 받았지만, 동료들의 눈치가 이상해졌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뒤, 동료들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2분에서 5분 일찍 퇴근했다"
"치료를 5분 일찍 들어갔다" 등 행동 하나하나가 분 단위로 적혀 있었습니다.
팀장은 일지 내용을 근거로 A씨에게 시말서를 쓰게 하고 경고장을 줬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팀장이 A 씨의 근로 시간 단축을 방해하고 감시해 징계한 것이 모두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병원은 팀장에게 견책 처분을 내리고 시말서를 받았습니다.
A 씨에겐 3주 유급휴가를 줬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팀장과 분리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병원 여건상 공간이 없어 두 사람의 물리적 분리가 어렵다"는 겁니다.
팀장에게 사과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A 씨/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 인사 평가를 가해자에게 받아야 하는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돼버렸어요.]
고용부는 사업장의 인사 조치까지는 강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곽병수/노무사 :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에) 한계점은 있는 거고,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하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병원 측은 뒤늦게 인사 평가에 불이익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만 했습니다.
[영상디자인 오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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