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BMW `컬러의 지휘자`… "29년 도장 AS 노하우, 전세계에 뿌렸죠"

장우진 2024. 3. 2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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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영 코오롱모터스 BMW 춘천 서비스센터 지점장
국내 첫 도장 부문 마스터 자격증 취득… 'BMW그룹 표준 매뉴얼'도 개발
"범퍼에 센서 장착 늘어… 도장 필요시 제동장치 오작동 방지위해 교체 권장"
BMW 코오롱모터스 춘천 서비스센터 도장 정비 모습. 코오롱모터스 제공
BMW 코오롱모터스 춘천 서비스센터 1층 경정비 수리 작업 모습. 장우진 기자
BMW 코오롱모터스 춘천 서비스센터 최호영 지점장이 다양한 차량의 배합 샘플을 보여주고 있다. 장우진 기자
BMW 코오롱모터스 춘천서비스센터 3층 정비 모습. 장우진 기자
BMW 코오롱모터스 춘천서비스센터 도장 정비 과정. 차체의 색상과 일치하는 색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장우진 기자
BMW 코오롱모터스 춘천 서비스센터 2층에 마련된 고객 전시 공간. 장우진 기자

최근 출시되는 차량의 색상은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다. 같은 흰색이더라도 브랜드마다 미묘하게 다르고, 반짝이는 펄을 넣거나 무광의 옵션을 추가하기도 한다. BMW의 경우 노을빛에서 착안한 '선셋 오렌지', 미국 뉴욕 브룩클린 도심을 모티브로 한 '브룩클린 그레이' 등 독특한 자신들만의 색상을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차량을 구입했는데 스크래치가 났다면? 차량 생산 당시 원료를 그대로 가져오더라도 주행 상황 등에 따라 색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수만가지 색상을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는 배합 기술이 도장 애프터서비스(AS)의 핵심이다.

코오롱모터스 BMW 춘천 서비스센터의 최호영(53·사진) 지점장은 글로벌 BMW그룹 내에서 도장 AS 분야의 최고 실력자로 꼽힌다. 그는 29년째 코오롱모터스에 근무하면서 국내 최초로 도장 부문 마스터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전 세계 BMW AS센터가 공유하는 'BMW그룹 표준 도장 매뉴얼'을 개발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최 지점장은 코오롱그룹으로부터 한 분야의 명장·명인, 혹은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를 의미하는 '마에스트로'로 선정됐으며, BMW가 전략 거점으로 내세운 강원 춘천(주발령)·강릉(겸직) 지점장에 선임되는 등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 지점장은 25일 BMW 춘천 서비스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자동차 보수 도장은 사람이 직접 도구와 장비를 이용해 손상된 차체의 패널을 원형으로 복원하고 그 위에 4만4000가지 이상의 안료와 색상을 조합해 신차와 동일한 차체의 외관을 만드는 일"이라며 "도장 작업 중에서는 색상을 맞추는 게 가장 까다롭다"고 말했다.

도장 보수 과정에서는 판독기로 차량의 색상을 분석해 데이터를 확보한다. 하지만 이는 표준 데이터에 불과해 정확도는 50~90%까지 천차만별이다. 오차를 줄이는 게 배합의 핵심인데, 오랜 작업 노하우가 기술력이라는 게 최 지점장의 설명이다. 그는 "생산라인에서 사용하는 페인트는 종류와 작업 방식이 다르다. BMW에서 제공하는 표준화된 데이터로 색상을 배합하더라도 보수 도장에서는 동일한 색상으로 구현되지 않는다"며 "이 오차를 줄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작업 중 하나다. 최근에는 다양하고 독특한 색상이 개발되는데 이런 색상의 작업 난이도는 더 높다"고 설명했다.

색상을 맞추는 작업은 최 지점장의 지닌 노하우의 핵심이다. 그는 "조색에 관한 지식, 경험, 노력, 패턴의 표준화가 노하우"라며 "각 안료에 대한 특성을 파악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많은 조색 경험과 99.9%의 색상 매치를 위한 도전, 스프레이 방법 표준화로 색상 오차를 최소화해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인터뷰 이후 색상을 배합하고 도장이 이뤄지는 작업 현장을 함께 둘러봤는데, 수백·수천가지의 각종 도료기술과 배합 샘플이 정리돼 있었다. 나름의 영업비밀(?)일 것이라고 생각해 조심스러웠는데 최 지점장은 "본다고 빼갈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편하게 보시라"며 사진 촬영까지 허락했다.

최 지점장은 배합 기술력을 인정받아 도장 매뉴얼 제작의 전 과정에 참여했고, 이렇게 개발된 'BMW그룹 표준 도장 매뉴얼'은 전 세계 BMW AS센터가 사용하고 있다. 이는 매뉴얼을 체계화해 더 완벽한 색상을 구현하고자 하는 최 지점장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BMW코리아로부터 국내 최초 도장부문 마스터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2016년 코오롱모터스로부터 '마에스트로'를 수상했다.

최 지점장은 "1996년 코오롱모터스에 입사할 당시 26세였는데, 사람이 직접 하는 작업이다 보니 하자도 많고 굉장히 힘들었다"며 "도장과 관련한 매뉴얼도 없었고 그나마 페인트 제조사의 사용 매뉴얼을 도장에 접목했는데, 작업자마다 방법이 다르고 이해도도 달라 어려움이 컸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장과 맞춰 체계화하고, 코오롱모터스 내에서 매뉴얼을 개발하는 데에만 2년이 넘는 시간을 쏟아 부었다"며 "이후 BMW코리아 측에서 요청이 들어왔고, 독일 본사와도 공유하게 됐는데 이 과정도 6개월가량 소요됐다. 기술자뿐 아니라 영업·마케팅, 고객을 위한 영상도 만들었다. 현재는 전 세계 BMW에서 이 매뉴얼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유성 도료를 사용했지만 2005년부터는 수용성 페인트로 완전 전환했다. 친환경은 물론 작업자의 건강 등을 위한 것으로, BMW그룹의 방침이기도 하다.

최 지점장은 "수용성은 비용 부담이 더 크고 작업 난이도도 높아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비 등을 도입했다"며 "기술력은 BMW 딜러중에서도 코오롱모터스가 가장 우수하다"고 자부했다.

최 지점장은 소비자들의 차량 도장 관리를 위한 몇가지 노하우와 함께 '차량이 스크래치 나서 AS센터에 들어가면 무조건 범퍼를 교체하라고 한다'는 오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스크래치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범퍼에는 최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센서가 들어가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 부분은 페인트가 두꺼워지거나 하면 센서 작동의 오류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긴급제동 보조 장치의 오작동·미작동을 방지하기 위해 경우에 따라 교체를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하주차장 시멘트 물 등 차량을 운행하거나 주차 중에 차량에 묻은 오염 물질을 빠른 시간 안에 깨끗이 닦아내는 것이 도장 관리에 중요하다"며 "저렴한 왁스라도 자주 발라주는 것이 필요하며 광택, 도장 등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귀뜸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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