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이네 각자도생’ 하준 “‘범도’ ‘효심이네’ 흥행, ‘진인사대천명’이죠”[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4. 3. 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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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에서 강태호 역을 연기한 배우 하준. 사진 에이스팩토리



스크린이나 TV 패널 안을 비추는 수천수만의 별, 스타들 가운데 어느 한 작품에 캐스팅돼 빛날 기회를 얻는 이는 소수다. 그중에서도 그 작품이 잘 되는 이들은 더 적다. 그중에서도 처음 출연한 드라마의 시청률이 20%를 넘고, 신인으로 등장한 영화가 관객 천만을 넘는 기회를 얻는 이는 더욱 적다.

배우 하준은 단순히 ‘운’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스스로도 인정했지만, 작품 운을 타고난 배우다. 스크린 데뷔 6년여, 아직은 신예라는 말이 익숙한 상황에서 출연한 이상용 감독의 2022년작 영화 ‘범죄도시 2’가 천만관객을 넘겼다. 불과 2년 후, KBS 주말드라마의 주연자리를 차지했으며 그 작품 역시 시청률 품귀현상이 일어난 지금 20%의 시청률을 넘겼다.

“여러 면에서 감개무량하다고 해야 할까…. 설명해 드리기가 쉽지 않네요. 노력해도 안 될 때가 당연히 많거든요. 저절로 겸손하게 되고, 제 덕이라 스스로 생각하지 않게 돼요. 결과가 나올 때는 모든 면이 맞아서 나오는 거죠. 결국 최선을 다하고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하는 거죠.”

KBS2 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에서 강태호 역을 연기한 배우 하준. 사진 에이스팩토리



그는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한 후 10년 만에 출연한 KBS2 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에서 강태호 역을 연기했다. 그에게는 가장 큰 배역이자, 촬영에만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가장 긴 작업이었다. 극 중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 태산그룹의 3세이지만 권력에는 욕심이 없었다가, 부모님의 사망사고와 할머니 실종사고를 겪고 결국 경영일선으로 나서는 인물이었다.

“캐릭터의 서사가 기승전결이 있는데 인물의 희로애락을 잘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태호의 기본적인 성격은 저와 비슷한 면이 많다는 느낌이었어요. 원래 천성이 있겠지만, 너무 큰 사건들을 연이어 접하다 보니까 경계심이 생기고 표정이 어두웠죠. 하지만 효심이(유이)를 만나면서 설렘도 느끼고 연애도 하면서 편해진 것 같아요. 결국 인간적인 부분과 태산가를 파헤치는 날카로운 감정을 함께 가지고 가는 데 신경을 썼습니다.”

여러가지로 새로운 부분이 많았다. 자신의 이름이 맨 앞에 찍히는 주인공으로서의 무게감도 그랬고, 베테랑 배우들을 모두 ‘선배님’ 또는 ‘선생님’으로 모시면서 배우는 촬영장도 그랬다. 긴 체력과 감정의 배분 그리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자신을 보는 시선들 역시 하준에게는 새로웠다.

KBS2 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에서 강태호 역을 연기한 배우 하준. 사진 에이스팩토리



“저보다 연배나 경력이 높은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하지만 촬영현장은 가족과 같았죠. 일을 오래 하신 분들에게는 나름의 분위기가 다 있었어요. 그분들의 모습과 그분들을 대하는 태도 등을 배우면서 돌아보면 ‘참, 단단해졌네’ ‘잘했다’ 싶어요.”

특히 극 중 형인 강태민 역의 고주원, 상대역 이효심 역의 유이와는 농담코드부터 모든 것이 잘 맞았다. ‘미씽:그들이 있었다’ 당시 만났던 배우 정영숙 그리고 늘 호흡을 맞췄던 윤미라 그리고 늘 ‘따봉’을 날려주던 전원주 등 선배 배우들의 응원과 지지 역시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그래도 ‘제 방향이 틀리지 않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확답을 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다 20~30년을 하신 분들이잖아요. 실제 지난해 ‘연기대상’에서 유이씨와 ‘베스트 커플상’을, 그리고 ‘장편드라마 부문 남자 우수상’을 받았어요. 축하 문자가 많이 왔는데, 새벽까지 모두 답장을 해드리면서도 감사의 마음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KBS2 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에서 강태호 역을 연기한 배우 하준. 사진 에이스팩토리



2013년 tvN 드라마 ‘후아유’를 통해 이름을 알린 하준은 2020년 tvN ‘블랙독’의 도연우 역, 이듬해 tvN ‘하이클래스’의 오순상 역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이후 ‘크레이지 러브’ ‘진검승부’ ‘미씽:그들이 있었다 2’ ‘이 연애는 불가항력’을 통해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영화 ‘범죄도시’ 1, 2편의 강홍석 캐릭터는 빼놓을 수 없다.

“(마)동석 형님께서는 이제 광역수사대로 가셨지만 ‘긴장해라’하고 연락을 해주세요. 늘 배지는 들고 다닙니다.(웃음) 다양한 배우들이 나와서 인연을 맺은 형님들을 다른 작품에서 뵈면 반가워요. 진선규 형님이나 허성태, 박지환 형님 등 술자리에서도 뵙는데 감회가 새롭습니다. 늘 힘을 내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나요.”

신예일 때의 영광. 지나친 자기객관화의 실패는 결국 배우에게 독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래서 너무 빨리 영광을 맛본 그의 내일은 조심스럽다. 그럴 때마다 그는 부산 해운대 백사장을 떠올린다. 해운대는 그의 영화 ‘양치기들’이 독립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됐던 무대이기도 하다. 스스로 위로는 두둑이 하되, 자만하진 않는다.

KBS2 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에서 강태호 역을 연기한 배우 하준. 사진 에이스팩토리



“‘양치기들’ 영화를 통해 ‘범죄도시’ 오디션도 봤어요. 이번 ‘효심이네 각자도생’ 마지막 촬영도 부산이었는데, 해운대에 가니 그때가 떠오르더라고요. 새벽에 혼자 나가 산책을 했는데 특정 단어로 이 기분을 표현할 수 없었어요. 감사하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죠.”

그는 ‘광대로서의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웃기는 역할 뿐 아니라 즐거움을 주는 배우. 그 길은 여러 갈래로 열려있다. 하준의 행운은 단순히 운이 아님을, 이제 증명하는 일이 남았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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