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분 단위'로 감시…'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인사 평가

정인아 기자 2024. 3. 25. 1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와 분리 요청했지만 '거절'
고용부 "사업장 인사 조치 강제할 수 없어"
A씨의 행동을 적은 기록 일부

한 종합병원의 팀장이 동료들을 시켜 물리치료사 한 명의 행동을 '분 단위'로 감시하고 기록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고용노동부가 해당 병원과 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 결론이 나왔는데, 괴롭힘을 당한 물리치료사는 여전히 가해자인 팀장과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거절하더니…동료들이 행동 감시"


경기도 안성의 한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물리치료사 A씨는 지난해 2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신청한 뒤부터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습니다.

경력 단절 등을 고려해 휴직이 아닌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했지만 담당 팀장은 "다른 직원들의 업무가 늘어날 수 있다"면서 거절했습니다.

수 차례 항의 끝에 허락을 받았지만 몇 개월 뒤 동료들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A씨가 확인한 동료들의 기록, 이른바 '감시일지'에는 A씨의 일거수일투족이 '분 단위'로 적혀 있었습니다.

"예정된 시간보다 치료를 5분 일찍 시작했다" "2분 일찍 퇴근했다"는 등의 기록입니다.

팀장은 동료들이 적은 일지 내용을 바탕으로 A씨에게 시말서를 쓰게 하고, 경고장을 줬습니다.

A씨가 일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항의해도 소용 없었습니다.

결국 A씨는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에 팀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습니다.

직장내괴롭힘 결론 나왔는데…"가해자와 분리는 못한다"



해당 병원과 관계자들을 조사한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팀장이 A씨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사용을 방해한 사실'과 'A씨를 감시하고, 동료들이 일지를 작성하게 한 사실'이 모두 근거가 있고, 이것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고용노동부의 통보를 받은 병원 측은 A씨에게 3주 유급휴가를 주고, 가해자인 팀장에겐 시말서를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A씨가 요구한 '가해자와의 분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병원 측은 "물리치료라는 업무의 특성상 공간 분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A씨는 가해자 팀장과 같은 물리치료실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A씨는 "가해자가 직속 상관이기 때문에 연말 인사평가도 가해자에게 받아야 한다"면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전이나 후나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고용부는 "근로기준법상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도록 권고할 수는 있지만, 사업장의 인사조치를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동료들이 A씨의 행동을 어떻게 감시하고, 또 어떻게 적어왔는지 '감시일지' 원본과 자세한 내용은 오늘 저녁 6시 50분 〈JTBC 뉴스룸〉을 통해 전해드리겠습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