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사직에 이게 뭐꼬"…3세 손녀 상경진료 취소에 할머니 한숨

임윤지 기자 홍유진 기자 2024. 3. 25. 15:2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딸아이 오늘 예정된 진료 3개 중 안과랑 피부과 2개 진료가 갑자기 취소됐다고 연락받았어요."

새벽부터 대구에서 친정어머니와 같이 3살 딸아이를 데리고 서울대병원을 찾았다는 30대 여성 이 모 씨는 한숨을 쉬면서 "다음 주에 또 와야죠 뭐"라며 이같이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대 교수 사직서 제출·근무시간 축소 '디데이'…환자들 한숨
"우리 교수님이 얼마나 환자에 진심인데…떠나면 우리에겐 사망선고"
25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의대 2000명 증원에 반발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이날 정부의 입학정원과 정원배정 철회가 없는 한 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며 오늘부터 교수들의 자발적 사직과 주52시간 근무, 외래진료 축소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4.3.2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홍유진 기자 = "딸아이 오늘 예정된 진료 3개 중 안과랑 피부과 2개 진료가 갑자기 취소됐다고 연락받았어요."

새벽부터 대구에서 친정어머니와 같이 3살 딸아이를 데리고 서울대병원을 찾았다는 30대 여성 이 모 씨는 한숨을 쉬면서 "다음 주에 또 와야죠 뭐"라며 이같이 말했다. 옆에서 친정어머니는 "어린애들 데리고 이게 뭐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의과대학(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사직이 한 달을 넘긴 가운데 교수들까지 사표를 내면서 환자들의 진료 차질이 더 커지고 있다.

25일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신촌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수술과 외래 진료 등이 미뤄지진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앞서 전날(24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복귀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에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지시하면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계는 "정부에 의한 정원 배정과 철회가 없는 한 해결될 수 없다"며 이날 계획대로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고 근무 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축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을 찾은 김 모 씨(34·여)는 "3일 전 폐렴이랑 모세기관지염 때문에 집 근처 응급실을 갔는데 안 받아줘서 1시간 걸려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겨우 왔다"며 "그래서 오늘 외래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오후부터 담당 과 교수님들이 진료하지 않는다 해서 오전 일찍 와있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왜 하필 이때 아파서 이렇게나 고생인지…"라며 "막상 내가 이런 불편을 겪으니까 너무 불안하고 무서웠다"고 호소했다.

일부 환자들은 "설마 진짜로 교수님이 떠날까"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보였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암 환자 남편 보호자 김 모 씨(50대·여)는 "우리 교수님은 '히어로'라 불릴 만큼 환자 위하는 마음이 진심인 분이라 절대 안 떠날 것"이라면서도 "만약 떠난다면 배신감을 넘어 우리 같은 중증 환자는 그냥 죽는 건데 버리고 가겠나"고 덧붙였다.

환자들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길 희망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였다. 환자들은 "사태가 이렇게까지 됐는데 대화로 해결될 기미가 있을지 전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서울대병원 신경외과를 찾은 60대 여성 정 모 씨는 "정부나 의료계나 2000명 증원은 서로 양보 못 한다는데 뭘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의협 회장도 지금 강경파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대화보다 의료진 총파업이 먼저 열릴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 모 씨(65·여)는 "오늘 남편 수술 앞두고 교수님들 사직서 낸다는 소리에 주말 내내 팔다리가 후들거렸다"며 "언제까지 이런 불안 속에서 살아야 할지 모르겠는데 양쪽 다 조금씩 양보해서 빨리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immun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