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사상가 최한기 잃어버린 저작 ‘통경’ 찾았다

고명섭 기자 2024. 3. 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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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조선의 독창적인 사상가 혜강 최한기(1803~1877)의 저서 '통경'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통경'을 처음 발견한 이창일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통경'을 최한기가 28살 무렵 저술한 초기작으로 추정했다.

베이커 교수는 "'통경'은 최한기가 조선시대 가장 창의적인 철학자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통경'은 최한기 철학이 어떻게 진화해 나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를 제공한다"고 '통경' 발견의 의미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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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살 무렵 유교 13경전 정수 집약한 대규모 저작
“개화파 선구 통념과 달리 유학에 깊이 뿌리 내려”
새로 발견된 최한기의 저작 ‘통경’의 표지.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19세기 조선의 독창적인 사상가 혜강 최한기(1803~1877)의 저서 ‘통경’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통경’을 발견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은 26일 오전 ‘통경 발견 보고 발표회 겸 세미나’를 연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고문서연구실은 부여의 함양 박씨 종가가 기탁한 고문헌 자료를 연구하던 중 최한기의 저서 ‘통경’을 최근 발견했다. ‘통경’은 지금까지 이름만 알려져 왔을 뿐, 실물은 확인되지 못했다.

최한기는 기학에 바탕을 두고 유교문명과 서구문명의 통합을 구상한 조선 후기의 대학자이며 1000권이 넘는 저술을 남겼다. 하지만 이 방대한 저술 중 상당수가 유실돼 일부만 전해 내려오고 있다.

‘통경’은 모두 20책 53권에 이르는 큰 규모에, 유교문명의 정수를 집약한 ‘십삼경’의 내용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해설한 저술이다. 당시 조선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십삼경’ 전체를 독특한 형식으로 다룬 유사한 저술은 찾아보기 어렵다. ‘십삼경’은 사서삼경을 비롯해 유교에서 가장 중요한 열세 경전을 가리킨다.

‘통경’을 처음 발견한 이창일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통경’을 최한기가 28살 무렵 저술한 초기작으로 추정했다. ‘통경’은 십삼경의 전체 내용을 학부, 사물부, 의절부와 같이 3개의 범주로 나누고, 각 부 아래에 총 271 조목을 배치해, 전체 내용을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십삼경 각각이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색인기능의 목록도 있으며,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 250장도 실었다. 이창일 연구원은 ‘통경’이 “유교의 모든 분야를 이해할 수 있는 정밀한 구조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새로 발견된 최한기의 저작 ‘통경’의 내지.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조선 후기 학자 최한기.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이창일 연구원은 “최한기의 ‘통경’은 유교문명의 지식을 정리하는 차원을 넘어 십삼경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 새롭고 독창적인 시도이자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려 했던 새로운 해석이어서 유교의 현대적 의미를 묻는 연구에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원석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한기의 해석학은 ‘하나’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하여 전개되는 독특한 유기체 철학”이라며 “유가경전을 연구해 ‘통경’을 펴낸 것은 최한기의 철학이 개화파의 선구라는 학계의 기존 통념과 달리 그 사상이 전통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장 연구원은 “개화-수구의 이분법이 아닌 유학 전통의 연속성 위에서 시대에 맞춰 이 전통을 과감히 개혁한 조선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시자로 최한기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6일 발표에 이어 진행될 세미나에는 최한기 연구의 권위자인 김용헌 한양대 교수와 한국사상 전문가 도널드 베이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교수가 토론자로 나온다. 베이커 교수는 “‘통경’은 최한기가 조선시대 가장 창의적인 철학자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통경’은 최한기 철학이 어떻게 진화해 나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를 제공한다”고 ‘통경’ 발견의 의미를 밝혔다.

‘통경’ 발견 보고회는 26일 오전 10시부터 온라인으로 열린다. 한중연 공지에서 접속 방법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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