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전 세계가 우리의 적”...모스크바 테러 배후 IS

정미하 기자 2024. 3. 2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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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배후 자처
2019년 초, 미국 주도 연합군 공습으로 패배 선언
이후 2020년 기준 1만 명대로 성장
“IS, 미국도 러시아도 모두 적”
“러시아 이주 중앙아시아 노동자, 잠재 IS”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이 글로벌 갈등을 촉발하면서 미국과 자유민주주의 동맹국들이 권위주의 강대국인 러시아, 이란, 중국과 대결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슬람 국가(IS)에겐 모두 말살돼야 할 이슬람의 적이다.”

이슬람 무장 단체 이슬람 국가(IS)가 22일(현지 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에 위치한 대형 공연장에 모인 군중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총격 및 방화 테러의 배후가 자신이라고 주장한 가운데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IS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지었다.

IS란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 테러 단체다. 주로 이라크, 시리아 일대를 거점으로 삼아 활동한다. 알카에다의 일부 초강경 극단주의 세력이 이라크의 이슬람 국가 초대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주도 아래 뭉치면서 탄생한 테러 단체다. 한국 외교부는 ‘폭력적 극단주의 단체’로 지칭한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외곽에 위치한 대형 공연장에서 테러가 발생한 가운데 '국가 애도일'로 지정한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테러 공격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촛불을 켜고 있다. / EPA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IS가 이라크와 시리아 전역에 걸쳐 칼리프 국가 설립을 선언한 지 약 10년이 지났다. IS의 권력이 최고조였을 때는 영국 크기의 지역을 통제하면서 소수파 종교인을 살해하거나 노예로 삼았다. 동시에 IS는 2015년 11월 파리에서 최소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 2019년 스리랑카에서 최소 359명이 사망한 자살 폭탄 테러를 포함해 유럽과 기타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테러 배후라고 주장했다.

◇ 2020년 기준 IS는 1만명, 중동 넘어 유럽 등 테러 공포 확산

IS의 공격 범위는 최근 들어 확대됐다. IS의 주요 공격은 2017년에 최고조에 달했고, 이후 벨기에·프랑스·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칼부림과 총격 사건을 자행하는 등 공격 강도는 약해졌으나, 범위가 넓어졌다. 미국 대테러 연구기관인 수판 센터의 연구 책임자인 콜린 클라크는 WSJ에 “강대국 간의 경쟁은 여전히 활발하지만, IS에게는 전혀 중요치 않다”며 “전 세계가 중국, 러시아, 미국 사이의 분열을 보고 있으나 IS는 우리 모두를 표적으로 본다. 이는 초국가적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IS가 2019년 초, 미국 주도 연합군의 공습으로 사실상 패배를 선언하면서도 중동 및 기타 지역에서 소규모로 결집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2017년 들어 미국이 주도하는 반이슬람국가 연합군에 의해 IS는 밀려났고, 초대 칼리프였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도 2019년 10월 시리아 북서부에서 사망했다. 하지만 IS는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IS는 본래 중동에 본부를 두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도 지부를 두고 있다. 각 지부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UN 안전보장이사회 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IS 회원국은 점점 증가 중이다. 이에 IS가 유럽에도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엔(UN) 대테러 책임자는 지난 2020년, 1만명 이상의 IS 전사들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여전히 활동 중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이번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역시 전 세계적으로 IS 지지자를 활성화시켜, 글로벌 네트워크를 재구성하려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이라는 풀이도 있다. 실제로 테러 발생 직후 IS 선전 매체 ‘아마크 통신’은 “모스크바 공격이 더 광범위한 IS와 이슬람에 맞서 싸우는 국가가 펼치는 전쟁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 IS 중에서도 가장 폭력적인 ISIS-K 소행 추정

이번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는 IS 아프가니스탄 지역 과격 분파인 ‘이슬람 국가 호라산(ISIS-K)’의 소행으로 파악된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미국 정부도 이번 테러가 ISIS-K의 소행이라고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WP 또한 “IS는 어느 지부가 이번 공격에 연루됐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정보에 따르면 ISIS-K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지부가 러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타스 통신은 러시아연방보안국이 3월 초, 모스크바 유대교 회당에 대한 ISIS-K의 공격을 저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ISIS-K의 K는 페르시아어로 ‘해가 떠오르는 땅’이라는 뜻인 호라산(Khorasan)의 앞 글자이자, 한때 소련의 일부였던 현재의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 국가가 자리 잡고 있는 땅을 가리키는 고대 이슬람 용어다. ISIS-K는 IS 지부 중에서도 가장 폭력적인 방식의 테러를 벌이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2021년 8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때 수도 카불에 있는 공항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지난 1월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4주기 추모식에서 84명을 숨지게 한 폭탄 테러도 ISIS-K 소행으로 알려져 있다. ISIS-K는 이슬람 수니파를 제외한 모든 종교를 제거 대상으로 본다. 심지어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도 대립한다.

22일(현지 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에 위치한 대형 공연장에 모인 군중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총격 및 방화 테러 용의자 4명 중 한 명인 파리두니 샴시딘이 바스마니 지방 법원에서 열린 재구속 심리에 출석했다. / 타스 연합뉴스

◇ 러시아의 무슬림 탄압 정책, 중앙아시아 이주 노동자가 화약고 역할

ISIS-K가 러시아를 표적으로 삼은 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에 대한 원한 때문이다. 푸틴 정권은 시리아 내전, 체첸공화국 내 분리 독립운동 등에 개입하면서 무슬림을 탄압했다. 무엇보다 러시아가 이란과 함께 시리아의 바샤드 알 아사드 대통령에게 자원을 제공해 온 것이 IS를 자극했다는 평가도 있다. 러시아의 군사 조직인 바그너는 지난 2017년 시리아에서 IS를 몰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콜린 클라크는 수판센터 연구원은 “ISIS-K는 지난 2년 동안 러시아에 집착해 왔고 선전에서 푸틴을 자주 비판해 왔다”며 “ISIS-K는 러시아가 아프간, 체첸, 시리아에 개입한 것을 언급하면서 크렘린궁이 무슬림의 피를 손에 묻히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고 말했다.

여기다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로 이주한 수백만 명의 이주 노동자는 ‘IS의 인력풀’ 역할을 했다. NYT는 “IS 통치 기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체포된 많은 중앙아시아 전사는 러시아 도시의 건설 현장과 근로자 기숙사에서 급진적인 IS 설교자들을 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와 2년 넘게 전쟁을 벌이는 사이 러시아의 인력 공백을 채우기 위해 러시아에 들어온 중앙아시아 노동자가 IS의 힘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가해자로 지목된 4명의 남성 모두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인 타지키스탄 출신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WSJ는 “IS의 전략은 적지만 더 극적인 공격을 수행하는 것”이라며 “대규모 공격을 통해 전 세계의 관심을 끌면서 잠재적 추종자들에게 회복력과 강인함과 같은 이미지를 전파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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