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똥매와 동산[이기봉의 우리땅이야기]

2024. 3. 2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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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학자 명지대 이태호 석좌교수와 함께 '육백 리 퇴계길을 걷다'(덕주·2022)란 책을 출간한 인연으로 유튜브 퇴계TV에 2회에 걸쳐 출연한 적이 있다.

이 책에는 육백 리 퇴계길에서 만난 많은 우리 땅 이름이 등장하는데, 그때 사회자가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특별히 언급한 지명이 하나 있다.

우리말 이름 '똥뫼'를 한자 東(동녘 동)의 소리, 山(뫼 산)의 뜻을 따서 東山이라고 표기했고, 이것을 한자의 소리로 읽고 부른 것이 '동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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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학자 명지대 이태호 석좌교수와 함께 ‘육백 리 퇴계길을 걷다’(덕주·2022)란 책을 출간한 인연으로 유튜브 퇴계TV에 2회에 걸쳐 출연한 적이 있다. 이 책에는 육백 리 퇴계길에서 만난 많은 우리 땅 이름이 등장하는데, 그때 사회자가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특별히 언급한 지명이 하나 있다. 남한강과 섬강이 합류하는 원주시 부론면 흥호리에서 만난 ‘똥매’란 우리말 지명이다. 굳이 표준말로 쓰면 ‘똥뫼’이며, 지역에 따라 비슷한 소리의 ‘동매’ ‘독미’ ‘통미’라 부르는 경우도 있다. 너른 벌판 가운데에 솟아 있는 작은 산을 가리키며, ‘사람이 눈 똥처럼 작은 뫼’라는 의미다. 전국적으로 흔하게 있던 땅 이름이지만, 똥이 들어가서 그런지 이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미국 민요를 번안한 노래임에도 마치 우리나라 민요처럼 들릴 정도로 많이 불렸던 ‘메기의 추억’의 가사는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으로 시작한다. 국어사전에서 이 노래 속의 동산을 검색해 보면 ‘마을 부근에 있는 작은 산이나 언덕’으로 나온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왜 그런 산이나 언덕을 동산이라 부른 거지?”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어디에서도 속 시원한 답을 찾거나 들을 수가 없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1권), 경기(1권), 충청(2권), 전라(2권), 경상(2권), 강원(1권) 등 시도별로 ‘고지도를 통해 본 지명 연구’ 시리즈 총 9권을 간행했다. 이 업무의 담당자로서 전국의 지명을 10만 개 가까이는 찾아봤는데, ‘마을 부근에 있는 작은 산이나 언덕’을 왜 동산이라 부르는지도 알게 됐다. 우리말 이름 ‘똥뫼’를 한자 東(동녘 동)의 소리, 山(뫼 산)의 뜻을 따서 東山이라고 표기했고, 이것을 한자의 소리로 읽고 부른 것이 ‘동산’이다.

‘똥뫼’ 또는 ‘똥매’. 지금은 어디서도 쓰기 싫어하는 지명이겠지만, 옛날에는 우리 이웃 아주 가까이에 있는 꽤나 정겹고 친근한 땅 이름이었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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