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SK그룹 AI 반도체 팹리스 사피온 류수정 대표 | “성능 4배 좋아진 차세대 NPU 상반기 중 공급”

김우영 기자 2024. 3. 2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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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사업 모델이 많아질수록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가성비 좋고, 에너지 효율성 높은 신경망처리장치(NPU)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다. 특히 사피온이 만든 NPU가 경쟁사보다 성능이 우수해 시장성이 뛰어나다.”

SK그룹 AI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사피온의 류수정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NPU 시장 전망을 묻자 이렇게 강조했다. 사피온은 지난해 기업 가치 5000억원 이상을 인정받은 토종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2016년 SK그룹의 AI 인프라 개선 프로젝트에서 시작해 2022년 4월에 스핀오프(분사)했다.

현재 사피온의 대표 제품은 2020년 공개된 ‘X220’이다. 오직 AI만을 위해 설계된 데이터센터용 NPU다. AI 추론 영역에서 GPU보다 더 효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경쟁사의 최신 GPU보다 X220의 성능이 2.4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작년 11월 사피온이 공개한 후속작 ‘X330’도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존 X220 네 개가 할 일을 X330 하나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X330은 올해 상반기부터 주요 고객사들에 공급될 예정이다.

류 대표는 ‘고성능 에지(온디바이스 AI) 반도체’ 등 다양한 신제품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AI 반도체 후발 주자인 한국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면 데이터센터와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노려야 한다”며 “사피온도 지능형 폐쇄회로(CC)TV를 이용한 교통관제나 차량용 반도체 등의 온디바이스 AI 반도체를 개발하며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류수정 사피온 대표미 조지아텍 전기컴퓨터공학 박사,전 삼성전자 상무, 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산학·객원교수, 전 SK텔레콤 AI 액셀러레이터 담당 사진 사피온

AI 시장에서 사피온의 경쟁력은.

“우선 국내 최초로 상용화된 AI 반도체를 내놓은 기업이 바로 사피온이다. 2016년 SK그룹 내부 프로젝트로 시작해 2021년 말 미국 법인(SAPEON Inc.), 2022년 초 한국 법인(SAPEON Korea) 설립을 완료하기까지 국내 첫 AI 스피커 ‘누구(NUGU)’, AI 기반 미디어 화질 개선 솔루션 ‘슈퍼노바’ 등에 사피온의 AI 반도체가 사용됐다. 성능 우수성도 입증됐다. 국내 최초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X220은 2022년 9월 반도체 성능 테스트 대회 ‘엠엘퍼프(MLPerf)’에서 글로벌 경쟁사 동급 제품 대비 2.4배 높은 성능을 보여줬다. 특히 X220이 2년 전 출시된 28㎚(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인데도, 최신 8㎚ GPU보다 성능이 월등했다.”

작년 11월엔 후속작 X330을 공개했다.

“X330은 차세대 AI 반도체 NPU로 추론에 특화돼 있다. 성능 향상과 전력 효율성을 중심으로 설계했다. 전작인 X220보다 네 배 이상의 연산 성능과 두 배 이상의 전력 효율을 자랑한다. 또 부동 소수점 연산, 거대 언어 모델(LLM) 지원, 개선된 전력 소모와 뛰어난 확장성을 자랑한다.”

X330을 추론용으로 특화한 이유는.

“AI 시장이 더 성숙해질수록 추론용 AI 반도체 시장 규모가 더 확대될 것이다. 현재 AI 시장은 오픈AI의 채팅형 AI 챗GPT 등장 이후 LLM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기업들이 AI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LLM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범용 GPU의 대표 주자인 엔비디아가 지금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LLM 기반의 다양한 AI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범용 GPU 대비 가성비가 좋고, 에너지 효율성이 우수한 NPU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피온은 여기서 실제 AI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추론 영역에 집중하고자 한다. 현재 다양한 실증 사업을 통해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NPC 수요가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 것으로 보는가.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옴디아는 NPU를 포함한 AI 반도체 시장이 2022~ 2026년 중 연평균 31%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8년에는 시장 규모를 1332억달러(약 175조원)로 전망했다. 다만 지금 AI 기술이 너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게 변수다. 자율주행이나 스마트 시티 같은 인프라에 적용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 등 온디바이스 AI 시장까지 새로 열리고 있다. NPU 수요는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커질 수 밖에 없다.”

SK그룹과 시너지 효과도 상당해 보이는데.

“물론이다. 반도체 비즈니스는 대규모 투자와 사업 확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이를 고려할 때 SK그룹은 사피온에 안정적 운영 기반을 제공한다. 사실 AI 반도체 신생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려면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의 실적이 필요하다. 다행히 사피온은 SK그룹의 캡티브 마켓(계열사의 내부 시장)을 활용해 다양한 트랙 레코드를 쌓고 있다. SK그룹 내에서 지속적인 테스트와 검증을 통해 쌓은 다양한 레퍼런스는 사피온이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가장 큰 잠재력이다. 특히 그룹 계열사인 SK하이닉스와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빠른 연산을 가능하게 하는 코어 설계 능력과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공급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기술은 AI 반도체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이를 중심으로 SK하이닉스와 협력하고자 한다.”

사피온은 AI 반도체뿐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 '아티퍼런스(Artiference)'까지 개발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고객이 사피온 반도체 제품을 구입하는 순간부터 복잡한 세팅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이를 뒷받침할 클라우드 시스템과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이를 도와주는 게 NPU 기반의 AI 추론 클라우드 시스템 아티퍼런스다. 아티퍼런스를 이용하면 사용자는 번거로운 환경 설정이나 복잡한 시스템 개발 과정을 거치지 않고사피온의 AI 반도체를 활용해 곧바로 AI 서비스를 배포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함께 개발하는 것은 사피온의 강점 중 하나다.”

한국 AI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지금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와 명성을 확보한 이유는 뛰어난 연산 능력과 편리한 개발 플랫폼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AI 기술과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많은 엔지니어가 엔비디아 칩으로 연구하며 경험을 쌓고 제품을 개발해 왔다. 그간 쌓인 노하우와 인지도로 엔비디아의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인 것이다. 이때 한국 기업 같은 후발 주자는 두 가지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현재 가장 사이즈가 큰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성능 우위를 검증받고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둘째, AI 서비스의 대중화로 나타난 신규 시장인 온디바이스 및 AI 활용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시장에 집중해야 한다.”

그 이유는.

“지금 AI 시장은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다. 대중을 겨냥한 AI 서비스 모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이를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연결하려면 전력 소비와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개선된 성능을 보여줘야 한다. 그럼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효율성을 내세운 AI 칩의 세대교체, 온디바이스 시장에서는 상품성 확보와 대규모 수요 창출을 이뤄낼 수 있다. 사피온 역시 이런 기술 트렌드를 예측하고 제품을 개발 및 출시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전략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본다.”

앞으로 어떤 제품을 선보일 계획인가.

“우선 X330의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적어도 올해 상반기부터 주요 고객사들에 공급 할 수 있을 것이다. 온디바이스 AI 반도체도 선보일 계획이다. 일례로 고성능 지능형 CCTV에 활용해 네트워크 연결 없이도 각 기기에서 생성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 시장뿐 아니라 온디바이스 시장에서도 사피온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2026년 출시 목표로 차세대 반도체 ‘X430’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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