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변호사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김태훈 2024. 3. 25. 10: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1세대 인권변호사.' 2022년 4월 한승헌 전 감사원장이 88세를 일기로 별세했을 때 거의 모든 언론이 고인에게 바친 찬사다.

한 전 감사원장을 비롯해 이돈명, 홍성우, 황인철, 조준희 변호사 등이 가장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는 뜻에서 1세대 인권변호사로 통한다.

1세대에 이은 2세대 인권변호사로는 단연 조영래 변호사가 꼽힌다.

선배인 1세대 인권변호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1세대 인권변호사.’ 2022년 4월 한승헌 전 감사원장이 88세를 일기로 별세했을 때 거의 모든 언론이 고인에게 바친 찬사다. ‘인권변호사’가 무엇인지 뚜렷한 정의(定義)는 없다. 다만 1970∼1980년대 군사정권에 저항하던 이들이 연루된 이른바 ‘시국사건’ 재판에서 변론을 도맡은 변호사들을 그렇게 부른 것이 시초다. 한 전 감사원장을 비롯해 이돈명, 홍성우, 황인철, 조준희 변호사 등이 가장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는 뜻에서 1세대 인권변호사로 통한다. 이 변호사들은 자신이 변호한 민주화 운동가 등과 나란히 정권의 눈엣가시였다. 상당수가 옥고를 치르거나 변호사 활동을 못해 생계를 위협받았다.

1988년 국회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는 조영래 변호사(왼쪽). 오른쪽은 조 변호사와 나란히 민변에서 활동했던 한승헌 전 감사원장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사실 일제강점기에도 인권변호사와 비슷한 존재가 있었다. 일본 수사기관에 붙잡힌 항일 독립운동가들 변호에 앞장선 조선인 법률가들이 그렇다. 특히 김병로, 이인, 허헌 세 변호사는 ‘항일 변론의 트로이카’로 불린다. 김병로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한 뒤 초대 대법원장에 올랐다. 이인은 광복 직후 미군정의 검찰총장을 거쳐 한국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활동했다. 허헌은 월북해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하며 김병로, 이인과 엇갈린 삶을 살았다. 일본인이면서도 항일 독립운동가 변론에 열심이었던 후세 다쓰지(布施辰治) 변호사도 있다. 그는 2023년 5월 일본인으로는 처음 ‘이달(5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됐다.

1세대에 이은 2세대 인권변호사로는 단연 조영래 변호사가 꼽힌다. 1986년 조영래 변호사를 중심으로 ‘정의실현법조인회’(정법회)라는 단체가 결성됐다. 선배인 1세대 인권변호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5공 전두환 정권의 ‘흑역사’라 할 김근태 고문 사건, 부천경찰서 성(性)고문 사건 등을 쟁점화하고 피해자 지원을 주도했다. 1987년 6월항쟁의 결과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뤄지고 노태우 대통령 당선으로 제6공화국이 출범한 직후인 1988년 5월 정법회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으로 거듭났다. 단체 이름에 통상적인 ‘회’(會) 대신 순우리말 ‘모임’을 쓴 것은 파격이었다. 조영래 변호사의 아이디어로 알려져 있다.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실 현판.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4·10총선을 앞두고 잇따라 물의를 일으켰다. 조수진 변호사는 인권변호사라는 호평 속에 서울 강북을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았다. 그러나 과거 성범죄자들을 전문적으로 변호한 이력이 드러나 논란이 일자 물러났다. 이영선 변호사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법률 조력을 제공한 점 등이 인정돼 세종갑의 민주당 후보가 되었다. 하지만 아파트와 오피스텔 10채에 38억원을 ‘갭투자’하고 당에는 이를 숨겼다가 들통이 나 공천이 취소됐다. 물론 이들도 할 말이 있겠으나 민변 변호사답지 못한 점은 분명해 보인다. 43세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조영래 변호사가 하늘에서 혀를 찰 일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