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피, 어디까지 내려가나…지방 미분양 현장의 눈물
계약금 수천만원 아쉬워 묻지마 분양
1억 5000만원 마피 매물도 등장
할인분양 입주저지·소급적용 요구도
정부 "미분양, 심각한 상황으로 보지는 않아"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지방 분양시장에서는 수백가구를 모집하는 단지에 단 1명이 지원하는 등 0%대 경쟁률의 ‘흥행참패’가 이어지고 있다. 준공 이후에도 미분양이 수년째 해소되지 않는 단지에서는 할인분양을 내놨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휩싸이기도 했다. 장기간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자 주택시장이 대혼란기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아직은 심각한 상황으로 보지 않는다며 관망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아우성이 지속하는 모습이다.
2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청약홈 시스템 개편 직전 급하게 서둘러 분양한 단지들의 분양 실적이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용인 역북 서희스타힐스 프라임시티의 청약경쟁율은 0.6대 1, 이천 서희스타힐스 SKY는 0.0대 1, 이천 롯데캐슬 센트럴 페라즈 스카이는 0.1대 1, 평택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는 0.3 대1, 울산 e편한세상 신정 스카이하임은 0.2대 1, 울산 더폴 울산신정은 0.0대 1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단지들이 여유있게 기다렸다가 청약홈 개편 후에 분양에 나서지 못한 이유는 청약자 1명의 계약금 수천만원이 아쉬운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고금리 상황에서 자금 수혈이 늦어질 경우 그만큼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건설사는 금융사로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공사를 시작한다. 이후 수분양자가 입주하면서 낸 돈으로 PF 대출을 상환하고 시공업체들에게 공사비를 지급한다. 따라서 미분양이 증가하면 PF 부실 문제로 건설업계와 금융업계가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악성 미분양이 많은 지방을 중심으로 중소·중견 건설사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이러한 이유로 입주를 시작한 대구 수성구의 한 신축 아파트는 입주가 절반도 되지 않았는데 최근 분양가보다 1억5000만원이나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이 등장했다. 천안의 한 신축아파트 단지에서도 8000만원 수준의 마피가 붙은 미분양 물건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분양을 마쳤다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구의 한 현장은 분양률이 10%에 못 미치자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겨 시공사가 분양 승인을 취소하기도 했다.
대구시 동구 율암동에 입주한 ‘호반써밋 이스텔라’는 최초 분양가에서 7000만~9300만원을 깎은 금액에 분양하거나 분양가의 15%인 7000만원 정도만 내면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두 가지 할인 분양을 내놨다. 이에 수분양자들은 호반건설 본사 앞에서 할인분양 입주 저지와 선분양자 소급적용을 주장하는 트럭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할인분양 가구의 공용부 관리비 및 시설 이용료에 대해 영구적으로 20% 가산율을 적용해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갈등은 부동산 침체기마다 반복되고 있는 문제다. 2014년 인천에서는 할인분양 반대 시위 과정에서 1명이 분신자살하는 사고도 있었다.
◇리츠·LH 미분양 매입 건의에 “모니터링 중”
1·10 대책에 담겼던 △지방 준공후 미분양 주택, 임대주택 활용시 원시취득세 감면 △지방 준공후 미분양 주택 구입시 1세대1주택 특례 적용 △지방 준공후 미분양 주택 구입시 주택수 제외는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의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 소득세법 시행령 종부세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 부분으로 적용이 지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법 개정없이 할 수 있는 준공후 미분양 주택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 추진은 당장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 시장 침체기 때는 미분양 물량이 18만 가구까지 갔는데 아직 6만가구로 적은 건 아니지만 아주 심각한 상황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며 “지방 미분양은 1·10 대책 적용을 우선적으로 하고 추이를 보면서 추가 방안을 내놓을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해 미분양 CR리츠(기업구조조정리츠)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분양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시행된 이 제도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운용하고 이익을 배당하는 것이다. 투자 대상은 미분양 주택으로 한정하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 운용된 미분양 CR 리츠는 9개로 미분양 주택 3404가구를 매입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당시 미분양 사업장을 보유한 건설사는 30% 이상 손실을 볼 상황에 놓여 있었으나 CR 리츠를 통해 손실 규모를 7% 내외로 줄였다. 투자자는 연 6~7% 안팎의 수익을 거뒀다.
다만 1·10 부동산 대책에서 제시했던 미분양 대책도 아직 시장에 적용이 되지 않고 있는데 새로운 대책이 추가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국토부 관계자는 “CR 리츠나 LH 매입 모두 구체적으로 할지 말지 결정된 것은 없다”라며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9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지난해 말부터 증가로 반전됐는데 증가세가 지속하는지 계속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utum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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