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하고 실수 잦아 ‘게으르다’는 비판에 사회 생활 힘들어지는 이유… 알고 보면 우울증?
“수면장애·폭식·무기력·부주의함…
‘게으르다’ 오해받아 사회적 위축
12년 새 2배… 60%가 자살 고민
링컨·처칠 등 위인들도 투병 경험
동료 임세원 교수 피살 사고 이후
나 역시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행복 1위 북유럽도 과거 사회문제
스웨덴 7명 중 1명 정신질환 치료
韓, 치료 접근성 높여 자살 막아야”
“우울증은 ‘선진국병’이라고 불립니다. 기본적으로 행복은 기대 분의 성취입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고도 산업사회에서 ‘기대’라는 분모가 늘어나지만, 저성장 사회라는 특성으로 내가 이룰 수 있는 분자 즉 ‘성취’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국내 역시 이런 이유로 우울증이 증가할 수밖에 없죠. 우울증 해결을 가족 내 대화, 회사 ‘회식’ 등에만 미루지 않고 사회와 국가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는 시기가 온 것입니다.”
‘우울’은 모든 인간이 당연히 느끼는 감정이다. 백 교수는 “우울한 감정 자체는 모든 사람이 겪는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이라며 “우울한 감정을 느껴본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없다는 답이 나온다면 ‘당신이 제일 문제다. 따라오라’라고 말한다. 이런 사람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이라는 연구도 있다(웃음)”고 말했다.
우울한 ‘감정’과 구별되는 우울증은 2주 이상의 수면 장애, 폭식 등 신체적 변화, 일상생활 등의 기능 저하로 인해 사물과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지변화’가 동반됐을 때 진단된다. 우울하다는 감정 외에 무기력감이나 부주의함 등으로 ‘게으르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러한 인지변화 때문에 우울증의 60%는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중앙심리부검센터의 2015년 심리부검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중 88.4%는 정신 건강 문제가 있었고 이 중 74.8%가 우울장애가 있었다. 그러나 사망 직전까지 우울증 치료를 지속해서 받은 사람은 15%에 불과했다.
다만 트라우마 경험,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은 ‘특정한 사람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당장 내일, 누구에게라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이름을 남긴 많은 위인도 우울증과 싸웠다. 에이브러햄 링컨도, 윈스턴 처칠도,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우울증이 있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을, 자신의 나약함을 비관한다. 같은 상황, 같은 경험에서도 스트레스 반응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사람마다 기질이 다른 탓도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끼리도 피어리뷰(peer review) 혹은 슈퍼비전(supervision)이라고, 자신의 괴로움을 동료나 선배에게 도움을 받습니다. 이런 경험은 오히려 환자들이 ‘선생님은 몰라요’라고 말할 때 ‘저도 그 마음 잘 알아요’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고, 이는 환자의 회복에도 좋은 역할이 되기도 하죠.”
“덴마크뿐 아니라 스웨덴 등 행복지수 높기로 유명한 북유럽 국가도 7명 중 1명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한다는 것을 아십니까? 우리나라 10명 중 1명보다 높죠. 그런데 자살률은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부동의 1위입니다. ‘스위스 치즈 이론’이라고 아시죠? 줄줄이 난 구멍 중 하나의 시그널이라도 잡아낸다면 마지막 자살까지 막을 수 있겠죠. 가족이든, 의사든, 조직이든, 사회든 한 곳에서만 그 역할을 해주면 되는 겁니다. 실제 환자 중에서 내 마음을 알아줄, 내 손을 잡아줄, 한 사람이 있다는 확신만으로 급격히 호전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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