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폭행당해도 ‘친절’ 강요… 상사 압박에 고소는 2%뿐 [심층기획-악성민원 시달리는 2030 공무원]
최근 3년간 하루 1000건꼴 달해
8·9급 이직 의향 54.7% 대책 시급
“최근 6개월간 폭언 경험” 89% 달해
인격적 모독에 회의감… 목숨 끊기도
9급 경쟁률 21.8대 1 32년 만에 최저
부처·지자체·기관, 법적 대응은 미흡
4명 중 1명 “상사에 포기 종용받아”
정부, TF 가동… 4월 말 대책 발표
최근 경남 창원시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는 ‘민원인한테 이유 없이 쌍욕을 X먹었다’는 글이 올라와 공무원들의 공분을 샀다. 술에 취한 민원인이 욕설과 함께 금전적 요구를 하다 감사실에 불친절하다며 신고를 했는데, 감사실이 되레 민원인에게 사과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감사실이 민원인에게 사과한 녹음기록을 전달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는 나인데, 왜 사과를 하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24일 행정연구원의 ‘2023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직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8∼9급 공무원 중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54.7%로 절반을 넘겼다. 전체 공무원의 응답 비율(47.6%)에 비해 높은 수치다.
특히 젊은 층에서 이 같은 성향이 두드러졌다. 20대에서는 무려 59.2%가 이직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는 54.3%였다.
악성민원은 공무원의 업무 능률을 떨어뜨리고 직무를 방해하는 주된 요인이다. 행정연구원 조사에서 직무로 인한 스트레스 중 ‘(악성)민원사무 대응’은 모든 유형 중 가장 높았다. 악성민원으로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는 응답은 54%에 달했다.
2021년 10월 경북 포항시청에서는 60대 민원인 A씨가 염산이 든 생수병을 공무원에게 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포항시의 택시 감차 정책에 불만을 품고 청사에 무단 침입해 염산병을 무차별 살포한 것으로 파악됐다. 염산을 뒤집어쓴 간부급 공무원은 눈 등 얼굴 부위에 심한 화상을 입아 수개월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A씨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사건현장에 함께 있던 한 공무원은 “당시 사건이 아직도 가끔 꿈속에서 나타난다”며 치를 떨었다.
서울 자치구 공무원 B씨는 동주민센터에서 근무하던 10여년 전 겪었던 사건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B씨는 교도소를 갓 출소한 뒤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해 달라는 민원인에게 “기초수급자 요건이 안 된다”고 말했지만, 온갖 폭언과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며칠 뒤 머리에 인분을 잔뜩 바른 채 또다시 주민센터를 찾아와 난동을 부렸다. B씨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온몸이 떨린다”며 “이후 한동안 민원인을 대하기가 몹시 두려웠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8월 대구 서구청에선 50대 남성 C씨가 민원실에서 “내가 왕인데 구청장에게 교육할 게 있다”며 난동을 피웠다. C씨는 제지하기 위해 나선 청원경찰에게도 주먹을 휘둘러 얼굴에 상처를 입혔다. C씨는 공무집행방해와 폭행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악성민원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에서는 2022년 민원처리법 개정 등 공무원 보호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섰다. 그럼에도 악성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요인 중 하나는 부처·지자체·기관 차원의 미흡한 법적 대응이 꼽힌다. 악성 민원인이 제기한 법적 소송에 강경하게 대응할 여력이 부족한 데다 ‘피해’ 공무원이 ‘가해’ 민원인의 선처나 소속기관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기에 법적 대응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설문조사 결과가 대표적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고소·고발까지 필요한 정도의 악성민원을 경험했다’는 공무원은 77.3%에 달했으나 실제 법적 대응이 이뤄진 사례는 2%에 불과했다. 고소·고발 등을 시도했으나 이르지 못했다는 응답은 8.8%에 달했다. 관가에서 상사들이 민원 또는 법적 대응에서 빠지라고 압박한 사례도 빈번했다. 설문조사에서 고소·고발에 이르지 못한 이유에 대해 응답자 4명 중 1명가량(22.4%)이 ‘상사 등으로부터 포기를 종용 받아서’라고 답했다. ‘최근 6개월간 부당한 민원을 들어주도록 상사로부터 종용을 받았다’는 응답률은 61.4%로 절반을 넘었다. 상사로부터 위법한 민원을 들어주라고 요구받은 경우는 43.6%였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공무원 노조 등에서 목소리를 내던 부분 등을 중점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추가 회의를 거쳐 4월 말에서 5월 초 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TF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병훈 기자, 포항·창원=이영균·강승우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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