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천만 도와준 공로패 받아 마땅한 의외의 숨은 조력자 3[무비와치]
[뉴스엔 김범석 기자]
개봉 32일 만인 3월 24일 천만 관객을 돌파한 ‘파묘’는 여러 모로 따져볼 게 많다. 항일 코드가 선사한 카타르시스 덕분이지만, 오컬트 장르 최초 천만이며, 배우 이도현은 첫 영화가 천만이 되는 기적을 맛봤다. 2말 3초 비수기 첫 천만 영화라는 점에서 ‘개봉 시기가 애매했다’라는 핑계는 비겁한 변명이 됐다. 천만 ‘파묘’를 있게 한 숨은 조력자를 알아봤다.
◆김도수 전 대표
장재현 감독과 함께 ‘파묘’를 기획, 제작한 쇼박스 전임 대표다. ‘파묘’ 상영 앞뒤에 나오는 크레딧에 제작자로 가장 먼저 이름이 나왔지만 아쉽게도 전직이다. 그는 작년 8월, 사업 부진을 책임지고 쇼박스에서 나왔다. 현재 서울 양재동 오리온 계열 건물에서 비서 한 명을 두고 나 홀로 근무한다. 그룹 전직 임원 규정에 따른 대우를 받는 건데 ‘파묘’ 천만 달성을 누구보다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할 것 같다.
‘파묘’는 3년 전 장재현 감독이 쇼박스에 제안한 2~3개 아이템 중 하나였고, 김도수 대표가 픽하며 설계도가 그려졌다. 당시 시나리오 초고도 없었고 장 감독의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가상 영화였다. 최민식 캐스팅과 항일 코드 강조를 제안한 것도 김도수 대표였을 만큼 당시 둘은 이 기획에 잔뜩 꽂혀있었고 어느 정도 성공을 예감했다.
김도수 대표가 총대 메고 회삿돈을 태우겠다고 하면서 본격적인 시나리오 작업이 시작됐고 촬영, 편집까지 김 대표가 관여했다. 하지만 개봉이 늦춰지며 대박 결실은 남아있는 후배들이 보게 됐다. 그의 한 측근은 “김도수 대표가 양재동에서 시나리오를 쓰며 인생 후반전을 준비 중인데 ‘파묘’ 흥행을 누구보다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혹시나 해서 물었지만 ‘제작 지분이나 인센티브는 전혀 없다’라는 답을 들었다.
◆‘건국전쟁’ 자책골
‘파묘’ 보다 3주 먼저 개봉한 ‘건국전쟁’도 역설적으로 ‘파묘’ 천만 달성에 기여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업적을 재조명한 다큐 영화가 예상을 깨고 100만 명을 돌파하며 파란을 일으켰는데 ‘파묘’ ‘듄2’ 때문에 극장의 관이 급격히 줄자 초조해진 걸까. 김덕영 감독이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김 감독은 파묘가 200만을 넘은 2월 26일 SNS에 ‘반일주의를 부추기는 ‘파묘’에 좌파들이 몰리고 있다’며 대놓고 저격했다. ‘건국전쟁’에 더 많은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서였지만 오히려 역풍을 자초했다. ‘볼까, 말까’ 망설이던 중도층이 ‘쌍팔년도 이념 갈라치기냐’며 오히려 ‘파묘’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듄2’와 샅바 싸움하던 ‘파묘’가 그나마 남아있던 ‘건국전쟁’ 상영관까지 싹쓸이하며 세력을 넓히는 데 성공한 결과를 낳았다.
한 영화 마케터는 “건국전쟁의 좌파 발언이 오히려 ‘파묘’에게 득이 된 셈”이라며 “당시 쇼박스에서 쾌재를 불렀다는 소문이 돌았다. 상대를 깎아내릴 때는 집토끼를 잃을 수도 있다는 걸 각오해야 하는데 이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꼬집었다. 당시 김 감독은 ‘이 고비를 넘겨야 185만 명을 동원한 ’노무현입니다‘를 넘어설 수 있다. 200만 고지 달성을 위해 애써달라’고 호소했지만, 116만 명으로 막을 내렸다.
◆롯데시네마 드리미
모처럼 천만 영화가 나왔지만, 여전히 극장은 춥다. 쇼박스는 ‘택시운전사’ 이후 7년 만에 100억 버는 영화가 나왔지만, 극장과는 무관한 남의 집 잔치일 뿐이다. 코로나 창궐 이후 손실 복구가 되지 않으면서 상시 구조조정 중인데 특히 롯데시네마가 심각하다.
극장 사업을 콘텐츠보다 부동산으로 접근한 탓도 있지만 ‘신과 함께’ 이후 롯데가 투자한 영화가 변변치 않자 롯데시네마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작년 연말 100여 명의 롯데엔터, 롯데시네마 임직원들이 보따리를 싸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한 롯데시네마 직원은 “2년 연속 고과 점수가 향상되지 않은 직원은 권고사직 형태로 회사를 떠나야 했다. 신규 채용 없이 남은 인력으로 기존 사이트를 관리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비명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CGV, 메가박스도 인력난에 시달리는 건 마찬가지지만, 동종업계 중 롯데의 근무 여건이 가장 안 좋다는 게 정설이다.
“말이 좋아 자율 입장이지 실상은 인력난 때문”이라는 푸념도 나온다. 롯데시네마 한 알바생은 “관장님이 온종일 팝콘 튀기고, 쓰레기 줍고, 주차증 민원까지 해결하느라 뛰어다닌다. 우리보다 더한 극한직업”이라고 말했다. ‘파묘’로 손님이 북적일 때 특별 시급이나 간식비 지급 등 직원과 알바를 챙기려는 회사의 세심한 배려가 아쉬운 대목이다.
뉴스엔 김범석 bskim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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