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 올해 첫 1000만… 친근한 풍수·무속 소재로 중년 관객 잡았다
관객 500만명도 언감생심이라 여겼다. 2030세대가 보는 오컬트(초자연적 공포물) 장르였다. 게다가 비수기인 2월말 개봉이었다. 자칫하면 손익분기점(330만명)이 위태했다. 그러나 영화 ‘파묘’는 예상을 뒤엎고 개봉 32일 만인 24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32번째, 한국 영화로는 23번째다. 특히 오컬트 최초로 천만 기록을 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비수기 약진도 눈에 띈다. 2월 개봉한 천만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2004) 이후 20년 만이다. ‘파묘’의 이례적 흥행 배경을 국내 4대 배급사(CJ ENM·롯데컬처웍스·NEW·쇼박스) 관계자 등 전문가 11인(명단은 온라인)과 2501명 설문을 통해 알아봤다.
◇풍수지리·음양오행… ‘민속 오컬트’ 먹혔다
배하나 NEW 투자제작팀장은 “풍수지리와 음양오행까지 아우르며 오컬트 소재를 대중적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한 것이 천만 모객의 주요인”이라고 짚었다. 그 결과 오컬트와 거리가 있던 40대 이상이 대거 ‘파묘’를 찾았다. ‘오컬트 외길’ 장재현 감독의 전작 ‘사바하’(2019·240만명)와 비교하면 40대 이상이 24%(‘사바하’)에서 39%(‘파묘’)로 15%포인트나 늘었다. 충성 관객도 유지했다. 3번 이상 본 관객 비율이 역대 천만 영화 중 5위(2.0%)로 상당히 높았다.
오컬트에서는 드문 개운한 결말도 입소문에 도움이 됐다. 오컬트는 악이 스며들며 발생하는 불행을 파고든다. 결말이 찜찜하기 쉽다. 파묘는 달랐다. 후반부에 일본 악귀와 일전을 벌이는 괴수 퇴치극으로 방향을 틀어 깔끔하게 맺었다. ‘파묘’의 투자배급사인 쇼박스의 이현정 영화사업본부장은 “원래 결말은 장르 본래의 색깔이 더 살아있는 버전 등 여러가지였으나 장 감독이 ‘저도 그런 영화는 기분이 좋지 않다'며 바꿨다”고 말했다.
◇'혼자 우뚝 설 때 개봉' 전략 통했다
쇼박스의 과감한 개봉 전략도 주효했다. 쇼박스는 설 성수기에 ‘시민덕희’(제작비 65억원)를 걸고, 그보다 제작비가 2배 이상인 ‘파묘’(제작비 140억원)를 비수기인 2월 말에 배치했다. 관행의 파괴였다. 이현정 본부장은 “코로나 이후 시장 규모가 70%로 줄어든 상황에서 성수기 경쟁작과 스크린을 나눠 가져서는 승산이 없다고 봤다”며 “독식할 수 있는 비수기를 선택했다”고 했다. “대부분 영화가 택하는 수요일이 아니라 목요일에 개봉해 입소문의 응집력이 높아졌다”(이영주 CJ ENM 배급팀장)는 분석도 있다.
일제 쇠말뚝 등 반일 요소로 인한 노이즈 마케팅 효과에 대해서는 “일부 영향이 있을 수는 있으나 지엽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본지가 지난 19~21일 SM C&C 설문조사 플랫폼인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10~60대 2501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751명(30.03%)이 “‘파묘'를 봤다”고 답했다. 관람 이유(복수 응답) 질문에 ‘반일 논란이 궁금해서’라는 답변은 18.38%로 4위에 그쳤다. 반일 논란에 대한 관심도는 20대가 가장 낮았고(15.7%), 50대(23.2%)가 가장 높았다.
◇응답해주신 전문가들
강유정 영화 평론가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
배하나 NEW 투자제작팀장
서지명 CGV 커뮤니케이션팀장
양경미 영화 평론가
이신영 롯데컬처웍스 커뮤니케이션팀장
이영주 CJ ENM 배급팀장
이현정 쇼박스 영화사업본부장
정지욱 영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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