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금지 범위 4촌내로 줄이면 작은할아버지가 장인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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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할아버지가 장인이 되면 족보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법무부가 '혼인 금지 범위를 기존 8촌 이내에서 4촌 이내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용역을 발주하자 이에 반발하고 나선 것.
―법무부가 발주한 연구용역 보고서는 혼인 금지 범위를 현재 8촌 이내에서 4촌 이내로 축소해야 한다고 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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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 엉망되고 가족관계 무너져”
성균관과 유림이 이달 초부터 법무부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법무부가 ‘혼인 금지 범위를 기존 8촌 이내에서 4촌 이내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용역을 발주하자 이에 반발하고 나선 것. 19일 서울 종로구 유림회관에서 만난 최종수 성균관장은 “근친혼 범위가 축소되면 결국 인륜도, 가족 관계도 무너진 세상이 온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림이 시위에 나서는 게 굉장히 보기 드문 일입니다.
“2022년 10월 헌법재판소가 8촌 이내 혼인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는 민법 조항(809조 1항)이 과잉 금지의 원칙을 어긴 것이라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8촌 이내 혼인 금지는 합헌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결혼해 사는 부부가 있는 만큼 무조건 혼인을 무효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헌재 판단은 8촌 이내 혼인 금지는 유지하지만, 가족 유지와 자녀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혼인을 무효로 하지 않는 예외 조항을 두라는 취지입니다. 그래서 올해 12월 말까지 관련 법을 개정하도록 했지요. 문제는 정부의 법 개정 범위입니다. 헌재 판단 취지를 과하게 넘은 것 같아요.”
―법무부가 발주한 연구용역 보고서는 혼인 금지 범위를 현재 8촌 이내에서 4촌 이내로 축소해야 한다고 했더군요.
“무슨 근거로 그렇게 제안했는지 모르겠습니다. 5촌 이상에서 혈족과 가족으로서 유대감을 유지하는 경우가 현저히 감소했다고 하는데, 지금 젊은 사람들이 5촌이 넘는 친척을 잘 모르고, 서로 유대가 줄었다고 그런 주장을 하는 건 너무 근시안적인 판단입니다.”
―보고서대로 법이 바뀌면 작은할아버지가 장인이 된다고 했습니다.
“보고서대로 바뀌면 5촌(당숙) 간에 결혼할 수 있게 됩니다. 아버지의 사촌 형제가 나와 5촌입니다. 아버지의 사촌 형제가 누굽니까. 큰할아버지, 작은할아버지 자녀지요. 작은할아버지 딸과 내가 결혼하면 작은할아버지는 장인이 되고, 우리 아버지와 작은할아버지는 사돈이 됩니다. 우리 할아버지와 작은할아버지는 친형제인데 또 사돈이 되는 겁니까? 족보는 물론이고 가족 관계가 이렇게 꼬이면 대체 어떻게 되는 건가요.”
―1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종교 지도자 모임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셨더군요.
“마침 의료 개혁 문제로 대통령이 종교계의 도움을 요청하는 자리가 생겨서 겸사겸사해서 말했지요. 8촌 이내 혼인의 경우 대체로 특수한 가정사 때문에 서로 모르고 했다가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미 오래 살고 있고, 아이도 있는데 법이 그렇다고 무조건 혼인을 무효화해 가정을 쪼갤 수는 없지요. 그래서 지금처럼 일정 주기나 상황이 생기면 예외로 인정해 구제해주면 충분히 됩니다. 헌재 취지도 예외 조항을 둘 필요가 있다는 정도입니다. 그걸 일률적으로 법을 바꿔 기준을 낮추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생긴다고 했지요. 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랍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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