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에서 코첼라까지…해외에서 더 유명한 K 밴드 [여기 힙해]

이혜운 기자 2024. 3.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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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연 '라쿠나'. /해피로봇 레코드

지난 9일 오후 2시 서울 성수동 대형 매장 ‘EQL Grove’ 앞으로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반대편 인도까지 가득 채운 인파들. 이들이 매장 2층 테라스를 보며 외치는 이름은 ‘라쿠나’. 아이돌 그룹도, 힙합 크루도 아닌 ‘인디 밴드’입니다.

◇힙스터 사로잡은 밴드는?

라쿠나. /해피로봇 레코드

라쿠나는 1998년 동갑내기들이 만든 밴드입니다. 이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존’, ‘우주의 여름’, ‘파 어웨이’ 등을 부르자, 사람들은 떼창으로 화답합니다. 그러다 ‘바우와우’가 나오자 조용해집니다. 이 곡은 신곡, 이 콘서트는 신곡 발표를 위한 게릴라 콘서트였습니다. 이번 콘서트는 1시간 전에 공지됐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순식간에 성수동 거리를 자신들의 콘서트장으로 만들었습니다. 봄과 함께 다가온 ‘밴드 붐’의 신호탄입니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K밴드

공간을 완성하는 건 ‘음악’입니다. 같은 공간이라도 재즈 음악이 나오면 재즈 바가 되고, 힙합 음악이 나오면 힙합 클럽이 됩니다. 요즘 힙하다고 유명한 공간 배경 음악에 귀를 기울여보면 밴드 음악이 많습니다. 그것도 한국 밴드, ‘K 밴드’입니다.

더 로즈.

다음 달 열리는 미 최대 규모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 밸리 뮤직 앤 아츠’에 오르는 한국 가수는 걸 그룹 ‘르세라핌’과 보이 그룹 ‘에이티즈’, 그리고 밴드 ‘더 로즈’입니다. 앞서 더 로즈는 방탄소년단과 뉴진스가 출연한 ‘롤라팔루자 시카고’, 스위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등에서도 공연했습니다.

‘더 로즈’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밴드로 불립니다. 2017년 데뷔한 이들은 2019년부터 유튜브에서 소문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미주·유럽 투어를 시작하고, 모두 매진시킵니다. 지난해 9월 발매한 앨범 ‘듀얼’은 한국 밴드 음악으로는 이례적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83위를 차지했습니다.

웨이브 투 어스.

해외 투어를 다니는 K 밴드는 이들만이 아닙니다. 2019년 데뷔한 밴드 ‘웨이브 투 어스’는 2020년 EP ‘wave 0.01′을 발매하며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엔 미국·캐나다의 18개 도시 콘서트를 진행해 전석 매진시켰습니다.

루시. /미스틱스토리

대세 밴드 ‘루시(LUCY)’는 오는 30~31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4월 6일 마카오, 4월 26일 타이베이, 5월 6일 도쿄에서 투어를 이어갑니다. FT아일랜드∙씨엔블루 등을 배출한 밴드 명가 ‘FNC 엔터테인먼트’는 내년 상반기 데뷔를 목표로 신인 밴드를 론칭하는데, 이들의 첫 무대는 오는 18일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FT아일랜드 콘서트가 될 예정입니다. 데뷔 전부터 ‘FNC 수저’를 활용해 세계무대를 겨냥하겠다는 의지겠지요.

영어로 노래하는 K밴드

이렇게 K밴드가 국내 젊은 층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까지 사로잡은 매력은 무엇일까요?

(1)단정함 속 야생미

최근 인기 있는 K 밴드들은 대부분 초기 비틀스를 떠올리게 하는 ‘브릿팝 밴드’입니다. 깔끔하게 차려입고 무대에 올라 비교적 밝고 경쾌한 멜로디와 리듬을 가진 노래를 부릅니다. 외모는 ‘밴드돌(밴드 아이돌)’로 불릴 만큼 뛰어납니다. ‘루시’는 2024 서울패션위크의 그리디어스 컬렉션에 초대받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잘 기획해 만들어진 밴드는 아닙니다. ‘더 로즈’는 홍대 앞 버스킹에서 시작했습니다. ‘루시’도 의정부 행복로 버스킹 출신입니다. 거리에서 시작해 실력 하나로 무대로 뚜벅뚜벅 걸어온 것이지요.

(2)해외 팬 사로잡은 영어곡

잘 나가는 K밴드의 두 번째 특징은 바로 직접 만든 영어 곡입니다. ‘칼 군무’로 눈을 사로잡는 K아이돌과 달리 K밴드는 무조건 ‘귀’를 잡아야 합니다. 해외 팬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영어가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솔루션스. /해피로봇 레코드

더 로즈의 곡은 대부분 영어로 돼 있습니다. 밴드 ‘솔루션스’ 역시 대부분이 영어 곡입니다. 한 음악팬은 “유튜브 뮤직으로 듣던 영어 노래가 너무 좋아 찾아봤더니 한국 밴드라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3)음악도 따뜻한 레트로

컴퓨터로 모든 음악을 만들고 연주할 수 있는 시대. 아날로그적 따뜻한 감성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밴드 음악을 찾는다고도 합니다. 음악 역시 ‘레트로’라는 것이지요. 물성이 공기에서 진동할 때 나오는 그 소리는 어떤 비싼 컴퓨터로도 만들어 낼 수 없는 매력입니다.

(4)페스티벌 열풍

이는 페스티벌 열풍과도 이어집니다. 모르는 가수, 노래가 나와도 열광하며 즐길 수 있는 장르가 ‘밴드 음악’이라는 것입니다.

밴드 실리카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한 음악 관계자는 “어느 페스티벌이든 밴드 ‘실리카겔’이 등장하는 순간 열광하며 시작한다”고 합니다. 실리카겔은 오는 7월 26일 내한하는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보컬 노엘 갤러거 공연의 스페셜 게스트로도 초대됐습니다. 오아시스도 알아본 K밴드입니다.

봄에는 페스티벌!

이런 K밴드의 매력을 직접 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예정된 페스티벌도 알려드리겠습니다.

꽃이 피기 시작하는 4월에는 ‘러브썸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4월 27~28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과 체조경기장에서 열립니다. 샘김·적재·로이킴·이승윤 등이 무대에 오릅니다.

봄의 중심 5월은 ‘뷰티풀 민트 라이프’입니다. 5월 11~12일 올림픽공원 내 3개 스테이지에서 진행합니다. 루시·소란·라쿠나 등이 출연합니다.

파크뮤직페스티벌.

여름의 길목인 6월은 ‘서울 파크 뮤직 페스티벌’입니다. 6월 29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88 잔디마당과 88 호수수변무대에서 개최됩니다. 실리카겔·너드커넥션 등이 공연할 예정입니다. 따뜻한 봄날, 페스티벌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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