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시니어 의사’ 활용…실효성 의문에 “뭐든 다 해야 하는 상황”
지역·필수 의료 위기 해소안
“진작 했어야 하는 정책” 평가
갈등 심화 상황서 참여 적고
업무 분장 어려움도 예상돼
“의료공백 해결책으론 부족”
정부가 다음달부터 의사가 부족한 의료기관에서 ‘시니어 의사’들이 일할 수 있게 지원센터를 운영한다. 정부와 의료계는 지역·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시니어 의사 활용 사업을 함께 준비해왔다. 그러나 의대 증원을 둘러싼 양측 갈등이 고조되는 와중에 사업이 시작되면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22일 “국립중앙의료원에 ‘시니어 의사 지원센터’를 만들어 4월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기관이 시니어 의사를 신규 채용하고 퇴직 예정인 의사의 채용을 계속 유지하도록 지원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현 의료공백 상황에서 시니어 의사 활용 방안을 묻는 질의에 “지금 추가 인력이 필요한 곳은 주로 (전공의들이 이탈한) 상급병원이고, 시니어 중에서도 상급병원 교수로 은퇴하는 분들이 활용할 인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50~79세 의사 중 활동하지 않는 의사는 4166명이다. 50대 1368명, 60대 1394명, 70대 1404명이다. 최근 5년간 전국 의대에서 퇴직한 교수는 누적 1269명이다.
시니어 의사 활용 계획이 전공의 이탈로 인한 진료공백 해소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됐지만 이 사업이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해 1월 ‘시니어 의사-지역 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어 6월엔 국립중앙의료원과 의협이 태스크포스를 구성했고, 의협이 50세 이상 비활동 의사 현황 및 진료 의향 등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임준 인천의료원 공공사업실장(전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장)은 “지역·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의사들이 올 수 있게 좋은 병원, 즉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할 수 있는 대책 중 하나로 나온 것”이라며 “일하고 싶은 비활동 의사와 의사가 필요한 의료기관 사이에서 (정부·의료기관·중앙의료원이) 매칭해주고, 필요시 교육도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추진된 걸로 안다”고 했다. 이어 ‘실효성’에 관해선 “지금 지역·필수의료 위기가 굉장히 심각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인천의료원장)은 “진작에 했어야 하는 정책”이라면서도 “다만 의료대란 해결책까지는 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국립대는 교수 정원이 있어 다르지만 사립대는 이미 (의사 구하기 어려우니) 정년 퇴직한 교수들을 붙잡고 있다”고 했다.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니어 의사는 이미 일하고 있어서 새로 끌어올 인력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시니어 의사들은 이 사업을 어떻게 생각할까. 은퇴를 앞둔 수도권 대형병원의 A교수는 “필수의료에서 일하던 교수라면 개원도 쉽지 않고 열의가 있는 분들도 있으니 더 일하려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은퇴 후 지쳐서 쉬려는 사람도 있어 정부가 원하는 만큼 많지는 않을 듯하다”고 했다. 서울 대형병원 교수로 은퇴한 B의사는 “정년 후 다들 일은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대학병원 교수 정도면 은퇴해도 갈 곳이 많긴 하다. 그래도 적당한 자리에 진료 부담이 크지 않은 곳에서 일하고 싶은 지원자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의협이 지난해 6월 진행한 회원 대상 설문조사(2016명 응답) 결과를 보면, 은퇴 후 필수의료 등 의료인력 부족이 심각한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63.1%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심화하면서 당장은 시니어 의사들의 참여가 적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재 의료공백을 메울 ‘대체인력’으로서 시니어 의사를 배치한다고 했을 때 업무 분장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시니어 의사 현황과 진료 의향 등은 의협의 협력이 있어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지원센터에서 신청을 받는다고 해도 시니어 의사들도 정부에 반감이 큰 상황이다. A교수와 B의사 모두 “(의대 증원으로) 지금은 의사들의 저항감이 크기 때문에 안 가려고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고 전했다. B의사는 “은퇴한 교수한테 전공의·인턴 일을 주면 못할 것까지는 없지만 후배 교수와 간호사들과 조화를 이뤄 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향미·김태훈·이예슬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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