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직원 `억대 연봉 시대`

장우진 2024. 3. 2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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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도 임금 인상이 지속되면서 주요 대기업들과 금융사 억대 연봉 직원들의 숫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24일 본지가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매출 200대 기업 중 금융계열을 제외한 157개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 직원 평균 급여가 1억원을 넘어선 곳은 55곳으로 집계됐다. 3곳 중 1곳이 1억원 이상을 지급했다는 뜻이다.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 부진에도 연간 급여 1억원을 돌파한 기업 숫자는 전년과 비교해 5곳이 늘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국내 매출 100대 기업 중 57곳(금융·공기업 제외)의 경영실적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전년 대비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41.9% 각각 줄었다.

기업별로 보면, 지주사인 DL(옛 대림)은 1인당 평균 2억100만원으로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많았다. 이어 두산(1억9103억원), LG(1억8800억원), 작년 현대그린푸드에서 분할해 현대백화점그룹 지주사로 출범한 현대지에프홀딩스(1억8400만원) 등이 뒤를 이어 지주사가 전반적으로 상위권에 랭크됐다.

지주사의 경우 직원 수가 수십명에 불과하는 등 규모가 적은 데다, 고연차 비중이 높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 다음으로는 에쓰오일(1억7293만원), GS(1억56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또 SK이노베이션(1억5200만원), HD현대오일뱅크 실적이 반영되는 HD현대(1억4529억원) 등도 높은 순위에 위치했다. 이들은 작년 업황 부진 등으로 전반적인 처우는 전년과 비슷했지만 상위권에 오르면서 소위 '신의 직장' 타이틀을 지켰다.

작년 역대 최대 실적을 낸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차(1억1700만원), 기아(1억2700만원), 현대모비스(1억2300만원), 현대위아(1억1600만원)는 모두 전년보다 10% 이상 증가했고, 현대로템(1억300만원)은 새로 1억원 클럽에 합류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코로나19 당시인 2020~2021년 평균 연봉이 6000만원 선에 그쳤지만 2022년(8956만원) 대폭 뛴 이후 작년엔 1억104만원을 기록하며 '평균 연봉 1억원' 직장 대열에 포함됐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1억2300만원을 기록해 2021년 분사 후 사업보고서 제출 기준 처음으로 1억원을 돌파했다.

이 외에 대우건설(1억원), 한온시스템(1억376만원), 고려아연(1억249만원) 등도 2023년도 기준 연봉 1억원 클럽에 합류했다.

글로벌 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는 작년 1인당 평균 1억2000만원, SK하이닉스는 1억2100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양사는 작년 실적 부진의 여파로 연봉도 전년보다 10% 안팎의 감소폭을 보였지만, 여전히 억대 연봉 기업의 자리는 지켰다.

금융권 역시 지주사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의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2000만원으로 가장 높았는데 4대 지주의 경우 KB금융(1억9100만원), 신한금융(1억7300만원), 우리금융(1억6700만원), 하나금융(1억5300만원) 등 모두가 이를 웃돌았다. 2금융권에서는 삼성화재(1억4400만원), 삼성생명(1억3500만원), 현대해상(1억700만원), 한화생명(1억100만원) 등이 1억원대 연봉을 챙겼다.

재계에서는 물가 상승, 강성 노조 등을 임금 상승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과도한 임금 상승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 확대뿐 아니라,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 확대로 일자리 위축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도한 인상폭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상시근로자 500인 이상)의 연봉은 2002년 일본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임금인상폭은 2002년 228만원에서 2022년엔 588만원으로 157.6% 급증해 일본을 역전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연공형 임금체계와 대기업 중심 노동운동으로 대기업의 임금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며 "이를 안정시키지 않고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는 불가능하다. 선진국에 비해 낮은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저성장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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