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전주 분양가 5억이하 ‘전멸’...시멘트값 40% 폭등에 인건비도 고공행진
분양 주요 수요층인 신혼부부
신혼특공 늘리고 금리 낮춰도
너무 높은 분양가에 청약포기
시멘트 가격 3년새 40% 폭등
공사 자재비·인건비 계속 올라
지방 30평 공사비 4억 달하기도
충남 천안에 거주중인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달 힐스테이트 두정역 분양가를 확인하고 좌절했다. 신혼특공이 전용 84㎡로만 154가구가 공급됐는데 분양가가 5억5000만원이었다. 김씨는 “취득세랑 옵션비 등을 감안하면 분양가격이 6억원을 넘을 것”이라며 “지방까지 이런 가격인데 감당할 신혼부부가 얼마나 있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국적으로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이 멀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신규주택시장 주요 수요층인 신혼부부들이 분양시장에서 밀려나는 모습이다. 정부가 신혼부부 특공을 확대하고 낮은 금리로 대출을 지원하고 있지만, 분양가격 자체가 너무 올라 청약 자체를 포기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24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평균 분양가는 전용84㎡ 기준 5억7600만원으로 5년 전(4억4300만원)보다 30% 뛰었다. 서울 평균 분양가는 11억2000만원, 지방은 5억400만원에 달했다.
지난 2년간 부동산 침체로 집값이 떨어졌는데도 분양가가 계속 오르는 이유는 불어난 공사비 때문이다. 이전만 해도 분양가격을 상승시키던 주요 원인은 땅값이었다. 그때문에 지방보다는 서울·수도권 분양가 상승세가 강했고, 문재인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등을 활용해 이를 억누르려고 했다.
최근 들어 고분양가 주범은 급등한 자재비와 인건비다. 대표적인 건설자재인 시멘트의 경우 최근 3년 새 40% 넘게 올랐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021년 1t당 7만8800원이던 시멘트 7개사의 평균 가격이 지난해에는 11만2000원으로 껑충 뛰었다.
건축비 상승은 서울과 지방 모두 적용된다. 오히려 분양가 중 땅값 비중이 적은 지방이 공사비가 출렁이면 타격을 더 심하게 받는 측면이 있다. 분양가격에 바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매달 발표하는 ‘민간 아파트 분양가 중 대지비 비율’로 연도별 평균을 계산하면 서울·수도권은 분양가격 중에서 공사비 비중이 40~60%인 반면, 지방은 80%에 육박한다.
실제로 올해 전국에서 분양한 1000가구 이상 아파트 건축비(전용84㎡)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방 아파트도 건축비만 최소 3억~최대 4억원에 달했다. 최근 분양한 광주 위파크 일곡공원은 건축비만 4억5100만원, 충남 힐스테이트 두정역은 3억2000만원, 광주 봉산공원 첨단 제일풍경채는 3억4900만원, 경북 힐스테이트 더샵 상생공원가 3억2500만원이었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공사비만 3억 넘게 드는데 대지비까지 더하면 아무리 땅값이 싼 지방도 분양가가 5억원 이하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존 보유한 집이나 그간 축적한 자산이 있는 중장년층은 새 집으로 갈아탈 수 있다. 그러나 자산형성을 이제 시작하는 신혼부부는 높은 분양가를 감당할 방법이 없다. 평균 분양가가 10억인 수도권에서는 신혼부부는 아예 청약을 포기한다. 10억은 신혼부부 평균 소득(6790만원)의 14배 규모다.
지방이라고 청약이 쉬운 것은 아니다. 지방 평균 분양가 5억도 자산이 없는 신혼부부로서는 ‘영끌’을 해도 감당하기 버겁다.
예를 들어, 분양가 5억원 아파트를 신혼부부가 생애최초 대출 특례를 적용해 최대 담보인정비율(LTV) 80%(4억원)까지 대출받을 경우, 1년간 내야할 총 원리금은 약 2000만원, 매월 166만원이다. 신혼부부 평균 소득(6790만원)의 약 30%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일산 ‘휴먼빌 일산 클래스원’, 천안 ‘힐스테이트 두정역’, 광주 ‘송암공원 중흥 S클래스 SK뷰’와 ‘상무 양우내안애 퍼스트’ 등은 신혼부부 특공에서 줄줄이 미달됐다. 분위기가 이렇게 되면서 지방 미분양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방 미분양 물량은 올 1월 5만3595가구로 전월보다 1137가구(2.2%)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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