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진 진고을 대표 “요리는 예술…조화 갖춰야 제대로 된 음식”

황선주 기자 2024. 3. 2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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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내용에 과한 기교 부려서는 안 돼…봉사가 마지막 소원”
윤봉진 진고을한정식 대표. 황선주기자

 

“요리에는 창작과 예술에 대한 감각이 필요합니다. 음식은 맛도 있어야 하지만 보기에도 좋아야 합니다. 그런 음식을 만들려면 독창성과 창의성이 필요합니다.”

양평 강상면 화양리에서 ‘진고을 한정식’을 운영하고 있는 윤봉진 대표(67)의 요리 철학이다.

그는 최근 각종 프랜차이즈나 음식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요식업은 오랜 경험과 준비가 필요한 업종이다. 할 것이 없으면 식당이나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에서 6년간 운영하던 한정식 식당을 정리하고 터전을 화양리로 옮겼다. 식당 이름도 ‘진정한 고을’이라는 뜻인 ‘진고을’로 바꿨다. 마을의 옛 표현인 ‘고을’에 본인 이름의 끝 자인 ‘진’을 붙여 만든 상호다.

그는 병산리 식당이 협소한 탓에 손님들이 기다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 것이 마음에 걸려 큰마음 먹고 화양리로 옮겨 식당 규모를 넓혔다.

가족들이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가족실도 만들고 어르신이나 어린이 등이 불편하지 않도록 식탁도 들여놨다.

칠순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윤 대표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손님들이 편안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식당을 운영중이라고 했다.

윤봉진 진고을한정식 대표. 황선주기자

1990년대 후반 서울에서 웨딩홀을 운영하며 한 때 요식업계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그였지만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자 청춘이다.

그는 1997년 당시로서는 거액이던 20억원 투자해 웨딩홀을 개업했지만 IMF 구제금융 위기를 넘지 못하고 결국 투자금을 날려야 했다.

이후 20여년 전 양평으로 귀촌해 평생의 업인 음식업을 이어오고 있다.

사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싱가포르 요리 경진대회에서 양식부분 금메달을 수상하고 호텔에서 30년을 근무한 검증된 실력파다. 50년간 외길을 걸어 온 때문인지 윤 대표는 요리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열정도 여전해 지금도 감각을 가다듬으며 요리에 대한 연구의 손을 놓지 않고 있다.

요리 인생은 그의 성격을 변화시켰다. 남 앞에서 발표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소심했던 그였지만 요식업을 하며 다양한 유형의 손님을 접하다 보니 사교적으로 바뀌었다.

윤 대표는 “음식은 내용 안에 기교를 과하게 부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플라스틱 용기는 사용하지 않고 무겁더라도 무조건 도자기를 고집한다. 쉽고 편하려면 장사를 하지 말아야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녹두전을 만들 때 100% 녹두를 고집하고 숙주, 김치, 고사리 등을 넣어 바삭한 식감을 살리는 것도 이런 그의 소신이 묻어나온 결과다.

윤 대표는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봉사하고 양평지역 외식업계 사람들과 음식경연축제 등을 개최해 요리에 대한 재능을 나누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다. 또 지역사회와 함께 음식을 매개로 어려운 이웃과 정을 나누는 것도 그의 계획이다.

그는 “양평군이 음식 타운 등을 만들거나 먹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기울인다면 50년간 쌓은 노하우로 메뉴개발 등에 힘을 보태고 기술지원과 진단평가, 개선 사항 등에 대한 조언과 기술을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표의 식당은 농림축산부가 인증한 안심식당이다. 하지만 그는 그 타이틀을 자랑하지는 않는다. 지역 사람들이 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게 먼저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래서인지 양평에 대한 생각을 묻자 “제2의 고향이자 죽어서 묻히고 싶은 곳”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황선주 기자 hs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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