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 Interview]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감독 “개인적 이야기들이 관객에게 가닿는다”

박찬은 시티라이프 기자(park.chaneun@mk.c 2024. 3. 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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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로 오스카 노미네이트
<넘버3> 송능한 감독 딸 셀린 송 자전적 경험 녹여내

크리스토퍼 놀란과 마틴 스코세이지가 극찬하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20년간 내가 본 최고의 데뷔작”이라 칭했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기대를 모은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수상은 불발로 그쳤지만 만남의 타임라인을 차분히 따라가는 영화는 ‘첫사랑’이나 ‘로맨스’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관계’의 다층적인 면을 충분히 깊게 들여다본다.
<패스트 라이브즈>를 연출한 셀린 송 감독ⓒMatthew Dunivan[사진 제공: CJ ENM]
(1986)의 랜다 헤인즈와 (2017)의 그레타 거윅이 데뷔작으로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올랐었지만 데뷔작으로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모두 오른 아시아계 여성 감독은 그녀가 오스카 역사상 최초다.
1988년생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 주연 송능한 감독의 딸이기도 한 셀린 송 감독은 노미네이트 소식에 대한 가족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좋아하고 온 가족이 신났다. 행복하고 감사한 순간이었다”며 심플하게 답했다.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컷
70여 개가 넘는 트로피와 200여 개가 넘는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지만 수치 자체는 의미 없을 정도로 <패스트 라이브즈>는 전 세계 영화계에 의미 있는 영화로 기록됐다.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 사랑이 이민을 가며 12살 때 헤어지고, 12년 후 스카이프로 만났다가, 다시 12년 후 뉴욕에서 재회한다.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컷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있지만 사귀지는 않은 첫사랑, 아내의 한국어 잠꼬대를 이해할 수 없는 남편, 마침내 관계를 마무리하기 위해 24년 만에 찾아간 연인. 설렘과 확신 사이에서 스쳐 지나간 사랑, 전 연인과 현재의 연인이 뒤섞인 질투와 불안이 이민자의 천국인 뉴욕에서 폭발한다. 셋이 모인 바에서는 마치 연애 예능을 보듯 불안하고 스릴감 넘칠 정도다.
나영(노라) 역의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에 대해 셀린 송 감독은 “내 첫 영화이기 때문에 매일 두려움을 이겨내고 하루 찍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또 하루를 찍었는데, 그 두려움을 함께 헤쳐나가는 영화 속 내 파트너였다”고 밝혔다.
‘인연’에 대해 어른스럽고 우아하며, 진중하게 접근하는 영화는 서로 다른 언어가 주는 불통과 지연조차 세밀하게 세팅된 듯 보인다. 전생이라는 뜻의 ‘Past Lives’의 주요 키워드는 ‘인연’. 영화 속 주인공은 24년 동안 3번을 만나고 세 번을 헤어진다. 셀린 송 감독은 그 ‘인연’은 인류 모두에게 보편적 감정이라 말한다.
몇백 개의 오디션 테이프를 보고 수십 명의 배우를 만났는데 셀린 송 감독은 아이부터 어른의 얼굴을 모두 지니고 있는 유태오 배우를 보자마자 주인공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셀린 송 “‘인연’ 뜻 세계인 모두 알아”
“뉴욕에서 35년 활동한 영화 프로듀서, 내 영화로 오스카 첫 후보된 것 감명 깊다”
셀린 송 감독ⓒMatthew Dunivan
Q. 크리스토퍼 놀란과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패스트 라이브즈>를 극찬했다. 첫 영화로 오스카 후보에 오른 소감은?
그분들의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평생 보고 살았는데 직접 얘기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 감사하고 믿기 어려운 영광이다. 데뷔작에서,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경험’이었다. 그걸 채워줄 수 있는 프로듀서를 만나고 싶었다.
뉴욕 시티 인디펜던트 영화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비드 이노호사, 크리스틴 배콘(<캐롤><메이 디셈버> 등 작업) 등 35년간 영화를 해오신 분들이 프로듀서로서는 처음으로 오스카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돼서, 그 부분이 매우 감명 깊고 좋다.
데뷔작으로 오스카 노미네이트 기록을 세운 셀린 송 감독(사진 제공 CJ E&M)
Q. 인연이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가 어떻게 글로벌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보나?
극중에서 ‘인연’에 대해 설명하는 신이 있는데, 해성과 나영의 관계를 설명할 단어가 ‘인연’밖에 없었다. 해외엔 그런 단어가 없지만, “아, 나 그 감정 느낀 적 있는데, 그 감정에 이름이 없어서 몰랐어”라며 모두가 이해하더라. 영화를 본 서양 관객들이 어설픈 발음으로 ‘인연(In-yun)’이라고 이야기할 때 감동했다.
멀티유니버스 같은 판타지 영웅담이나, 이민자의 디아스포라가 아니더라도 우린 다들 살면서 한번씩 이사를 가거나 나이가 들며 다른 시공간으로 움직이지 않는가. 내가 내 인생의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신기하고 특별한 인연의 순간을 만나기 때문에 다들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화상 인터뷰로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셀린 송 감독(사진제공 CJ E&M)
Q. 극중 등장한 소줏집이 매우 한국적이었다. 한국 배경의 프로덕션 준비는 어떻게 했나?
파리 사람들에게 ‘파리적인 어떤 것’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아무도 에펠탑을 떠올리지 않는다. 로케이션 매니저에게 부탁했던 것은 실제 로컬들이 살고 방문하는 장소들이었다. “만약 이 미팅이 끝나고 맛있는 걸 먹으러 가면 어디로 가겠느냐?”라고 물었고 그렇게 방문한 소줏집이 너무 훌륭했다. 대학, 취업, 군대 등 ‘서울’이라는 도시에 많이 기댔던 것 같다. 군대 에피소드 역시 실제로군대를 다녀온 스태프 AD팀의 막내에게 부탁해서 정확하게 표현해달라고 부탁했다. 예비역들이 보고 놀리지 않도록(웃음).
뉴욕 이스트빌리지 길은 둘의 타임라인을 드러낸다.
Q. 노라와 헤어져 택시에 탄 해성이 공항으로 달리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나는데, 어린 시절 차 안에서 둘이 있던 장면과 연결되는 건가?
노라와 해성이 택시를 향해 앞쪽(왼쪽)으로 걷는 이스트빌리지 길이 바로 세월의 ‘타임라인’이다. 해성을 데리고 현재에서 과거로 걸어가는 거다. 거기서 해성을 떠나 보낸 노라는 뒤로 돌아서서 남편이 기다리는 현재로 걸어온다. 해성이가 탄 택시도 오른쪽으로 달린다. 해성이도 괜찮아져야,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처럼 자고 있는 나영은 옆에 없지만, 마음으로는 어린 나영이 함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유태오 배우도 그 신에서 뭔가 후련하다고 얘기했었다.
“아버지 송능한 감독, 그저 축하한다고”
“세 사람 모였던 자전적 과거에서 모티브 얻어…내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느낌”
셀린 송 감독ⓒMatthew Dunivan[사진 제공: CJ ENM]
Q. 봉준호 감독의 , 정이삭 감독의 에 이어 세 번째로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 한국계 작품이다. 다시 아버지의 나라를 마주한 느낌은 어땠는지, 또 오스카 노미네이트에 대한 아버지 송능한 감독의 반응은?
사실 별다른 특별한 반응은 없었다. 너무 자랑스러워하고 모든 가족이 너무 좋아해줬다. 촬영 때문에 한국의 영화 만드는 분들을 만나고 크루를 꾸려서 다시 영화를 만들게 됐을 때 아빠에게서 영화 수업을 들은 제자들도 만났다. ‘홈커밍’의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고 그 자체가 너무 신기했다.
<패스트 라이브즈> 포스터
Q. 영화에 자전적 내용이 많이 투영됐다고 들었다.
어느 날, 어린 시절 친구가 뉴욕에서 살고 있는 나를 찾아와서 남편과 셋이 바에서 술을 먹게 됐다. 서로 언어가 안 되니까 내가 통역을 해주다 보니, 내 아이덴티티나 역사, 스토리를 두 부분으로 해석하고 있더라. 내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한 방에 모여 술을 먹는 느낌? 굉장히 신기하고 독특한 경험이었다. 그 느낌이 특별해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 그래서 굉장히 한국적인 요소라든가, 뉴욕의 연극하는 사람들의 디테일 같은 것, 이런 저런 것들을 농담처럼 영화에 넣게 됐다.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컷
Q. 본인의 인생을 첫 장편 영화 소재로 삼은 이유?
뉴욕에서 극작가 일을 10년 이상 해왔는데, 늘 내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관객에게 가 닿더라. 다른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이나 작품을 보러 와서 의미를 느끼려면 나만이 할 수 있고, 내가 해야 하는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시작은 자전적 이야기였지만, 그것이 글로 쓰여지고 몇 백 명의 스태프들과 함께 만들며 객관화된다.
영화를 만들 때는 영화와 영화 안의 캐릭터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인물의 감정을 최대한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버하거나 너무 드라이하지 않게. 를 찍으면서 내가 뭘 말하고 싶고,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지 공부하게 된 것 같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컷
Q. 한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전생 같다’고 말했는데, 그 시절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나?
내 아이덴티티, 내가 쓰는 언어나 문화에 대해서 훨씬 더 열려 있게 됐다. ‘너는 누구냐’라고 누가 물었을 때 선택지가 여러 가지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됐고, 더 용감해졌다. 나이는 먹을 수밖에 없고, 선택은 정해져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인생은 생각보다 크고 넓다. 앞으로도 그것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
[글 박찬은 기자 사진 판시네마㈜, CJ ENM]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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