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별이 또 ‘꿀꺽’했다…지구의 운명은? [교과서로 과학뉴스 읽기]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4. 3. 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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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재미난 논문이 한 편 게재됐습니다. 별(항성)이 행성을 잡아먹는 ‘행성 섭취(planetary ingestion)’와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별도 나이를 먹습니다. 늙은 별은 점점 커지다가 결국 별 주변을 도는 행성을 잡아먹게 됩니다. 이 흔적을 찾았다는 내용입니다. 관련 내용을 교과서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행성을 잡아먹은 별의 흔적 발견
별이 행성을 잡아먹는 모습 상상도 [사진제공=NG Images/Alamy]
호주 모나시대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20일(현지 시각) 별의 성분을 분석해 행성 섭취의 흔적을 찾는 데 성공했다고 밝힙니다. 연구진은 “행성 섭취에 대한 강력한 증거를 찾았다”라고 밝힙니다. 물론 이러한 증거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러한 흔적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유는 행성의 크기는 별과 비교했을 때 너무도 작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네이처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행성 섭취 흔적을 찾는 일이 “바닐라 아이스크림 그릇에 소용돌이친 초콜릿 칩을 찾아내는 것과 같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일단 연구진은 행성을 섭취한 별을 찾기 위해 태양과 유사한 별 91‘쌍’을 찾아냅니다. ‘쌍’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말 그대로 별 두 개가 쌍둥이처럼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태양을 가지고 있는 태양계는 한 개의 별이 있지만 우주에는 두 개의 태양이 쌍을 이뤄 존재하는 게 흔하다고 합니다.

이후 연구진은 91쌍의 쌍성을 구성하는 주요 원소의 성분을 비교합니다. 그 결과 7쌍의 쌍성에서 구성 성분의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합니다. 쌍성은 같은 공간에서 태어나는 만큼 같은 구성 성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차이가 난다는 것은 한 개의 별이 다른 행성을 잡아먹었다는 의미입니다.

교과서에서 찾은 별의 진화
별과 행성의 출생과 소멸과 관련된 내용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우는 ‘통합과학’에 처음 등장합니다. 우주의 모습을 설명하는 빅뱅 우주론에 따르면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모여 있던 매우 작은 한 점에서 대폭발이 일어나 시공간이 시작됩니다. 우주는 뜨거웠지만 팽창하면서 온도는 낮아지고 이때 전자와 같은 입자들이 만들어집니다.
항성이 행성을 삼키는 또 다른 상상도 [사진제공=국제제미니천문대]
고등학교 2학년 때 배우는 ‘지구과학1’에서 별의 탄생에 대해 자세히 배우게 됩니다. 별의 출발은 수소로 부터 시작됩니다. 수소 분자로 어우러진 저온의 성간 물질이 중력의 영향으로 수축하면서 ‘원시별’이 만들어집니다. 원시별의 수축이 지속되면 중심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면서 별이 탄생합니다.

이때 질량에 따라 각기 다른 길을 가게 되는데, 태양 질량 정도의 별은 커다란 ‘적색 거성’이 되었다가 우주 공간에 ‘행성상 성운’을 만들고 중심부는 ‘백색 왜성’이 됩니다. 태양보다 질량이 큰 별은 ‘초거성’을 거쳐 ‘초신성 폭발’이 일어난 뒤,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됩니다.

조금 더 쉽게 표현하면 태양은 현재 끊임없이 수소와 수소가 만나며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중심부의 수소가 소모되면 헬륨만 남게 됩니다. 중력으로 중심부가 수축하게 되면 온도가 올라가고, 외곽에 있는 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시작하면 외부가 급격히 팽창하게 됩니다. 이때 지구를 잡아먹을 정도로 태양이 커질 수 있습니다. 지구에 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태양이 가까이 온 것이나 다름없는 만큼 현존하는 태양에 적응한 생물들은 모두 멸종하고 말 겁니다.

◆행성 섭취, 생각보다 빈번하네

이번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흥미로운 부분은 별의 나이입니다. 일반적으로 별은 나이가 들어 수소가 소진됐을 때 팽창합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행성을 섭취한 별들은 젊은 별이었다고 합니다. 즉 아직 태양처럼 ‘팔팔한’ 나이였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행성계의 불안정은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더 흔할 수 있다”라며 “행성계는 많은 부분이 불안정한 만큼 별의 진화 과정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제안합니다.

우리가 당장 지구가 사라질 걱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태양은 아직 안정적이고 젊습니다. 하늘에 있는 태양이 적색거성이 되어 지구를 집어삼키려면 아직 50억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야 합니다. 50억 년까지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1억년, 아니 1000년 정도 뒤면 태양계를 떠나 안전한 행성으로 이주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시간까지 인류가 멸종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중학교 3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가져오란 말이야.”  과학을 담당하는 기자가 선배들에게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맞습니다. 과학·기술 기사는 어렵습니다. 과학·기술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내용을 풀어가다 보면 설명은 길어지고 말은 많아집니다. 핵심만 간결히 전달하지 않으면 또 혼나는데 말입니다. 이공계 출신인 제게 “문과생의 언어로 써라”라는 말을 하는 선배도 있었습니다.  혼나는 게 싫었습니다. 중3이 이해하는 언어로 기사를 쓰고 싶어 과학 교과서를 샀습니다.  그런데 웬걸, 교과서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많은 과학이 담겨 있었습니다. 기억 안 나시죠. 중3 수준으로 기사를 쓰면, 더 어려운 기사가 됩니다.  과학기술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챗GPT, 유전자 가위,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 이름만 들어도 머리 아픈 최신 기술이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습니다. 모르면 도태될 것만 같습니다.  어려운 과학·기술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 교과서를 다시 꺼냈습니다.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최신 기술의 원리를 교과서에서 찾아 차근차근 연결해 보려 합니다. 최신 과학·기술은 갑자기 툭 튀어나오지 않았습니다. 교과서에 이미 모든 원리가 들어있으니까요. 함께 공부하는 마음으로 적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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