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왜 가?" 일상 어디서나 예술과 공존!

2024. 3. 2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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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차우 전경. 홍콩관광청

"홍콩, 왜 가?" 지인이 대뜸 묻는다. 공격적으로 물으려 했던 게 분명 아니었다는 것을 아는데도 살짝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여행 간다. 여행!" 이 같은 대답에 또 놀리듯 대꾸한다. "홍콩에 뭐 좀 있어?" 홍콩행 비행기 오르기 전 짤막한 일화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휩쓸고 간 뒤 홍콩에 대한 여행은 한창만큼은 못했던 게 현실이다. 일단 방역 정책적인 부분이 가장 컸고, 무엇보다 항공편 정상화가 더뎠던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늦은 김에 쉬어가라' 했듯 홍콩은 차근차근 관광객을 맞을 채비를 마쳤고, 점차 홍콩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모양새다. 여행플러스도 홍콩의 오늘이 궁금했다. 예전과 달라진 홍콩, 아니면 이전의 홍콩의 모습은 그대로인지 나흘간 여러 스폿을 두루 살폈다.

서구룡 문화지구. 홍콩관광청

예술 도시로 재탄생 중인 홍콩

놀랍게도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예술' 분야였다. 최근 홍콩이 관광 시장에서 새롭게 밀고 있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예술이다. 매해 3월 아시아 최대 규모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 홍콩(Art Basel Hong Kong)'을 개최할 만큼, 예술에 대한 홍콩의 열정은 뜨겁다. 일상 어디에서나 예술과 공존할 수 있는 도시로 홍콩은 매력적이다.

홍콩 예술 여행으로 한 지역만 방문할 수 있다면, 들러야 할 곳은 단연 서구룡 문화지구다. 서구룡 문화지구는 홍콩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중심지다. 간척지에 각종 문화예술시설을 설립해 누구나 일상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다. 서구룡 문화지구는 2026년까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세계적인 예술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홍콩 고궁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다. 서구룡 문화지구 서쪽 끝자락에 자리한 역사박물관으로, 2022년 7월 개관했다. 들어서자마자 중국풍 건축 양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금빛으로 가득한 공간에선 중국 황실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홍콩 고궁박물관은 자금성(쯔진청)을 모티프로 탄생한 건물이다. 자금성의 거대한 규모는 박물관의 층고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신했다. 그 덕분에 홍콩 고궁박물관은 층수에 비해 개방감이 있다. 고궁박물관의 소장품 1000여 점도 자금성에서 가져왔다. 그중 166점은 중국에서 국보로 분류하는 1급 문화유산이다.

서구룡 문화지구에서 차로 10분만 이동하면 홍콩의 상징적인 번화가, 침사추이다. 홍콩미술관(Hong Kong Museum of Art)은 침사추이를 대표하는 문화시설이다. 1962년 설립한 홍콩미술관은 홍콩 최초의 공립 미술관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곳답게 보유한 유물도 다채롭다. 동서양 전반에 이르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세계 각국 박물관, 미술관과 협업한 전시도 곳곳에서 열린다. 지난 1월에는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의 티치아노 컬렉션을 전시했다. 오는 6월 말까진 일본계 예술가 이토 히코코의 설치 미술도 진행한다. 일부 전시는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기에 보는 재미가 한층 쏠쏠하다.

빅토리아 덕 사이드 근처에선 외관을 식물로 장식한 건물이 눈길을 잡아끈다. 홍콩의 새로운 랜드마크, K11 뮤제아(K11 MUSEA)다. K11 뮤제아는 2019년 오픈한 복합문화쇼핑몰이다. 전 세계 디자이너, 예술가, 건축가 100여 명이 10여 년간 설계했다. 이를 증명하는 장소가 오페라 시어터다. 오페라 시어터는 건물 가운데에 자리한 공간이자 K11 뮤제아의 상징이다. 지니 K11 뮤제아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총 1800개의 수공예 크리스털 조명으로 장식한 오페라 시어터는 우주와 은하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공간 중앙의 커다란 구체 '골드 볼(Gold Ball)'은 K11 뮤제아의 심장이자 창의성의 발원지를 의미한다. 골드 볼 내부에선 비정기적 팝업 스토어를 운영한다.

이 밖에도 건물 곳곳에는 예술이 숨어 있다.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면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실내에는 독특한 형태의 가구가 있다. 이 모든 것은 예술가의 작품이다. 방문객은 쇼핑을 즐기다가 잠시 쉬어갈 때까지, K11 뮤제아에 머무는 것만으로 예술과 함께할 수 있다.

K11뮤제아 내 오페라 시어터 K11뮤제아

시골 정취 느낄 수 있는 홍콩 섬 여행

도심에서 벗어나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섬 여행을 떠나보자. 빽빽한 빌딩이 모인 홍콩에서 자연을 느낄 만한 공간이 있겠냐는 의문에 명쾌한 해답이 돼줄 것이다. 펭차우와 청차우는 홍콩 특유의 감성과 여유를 동시에 즐기기 좋은 섬이다.

홍콩은 대중교통이 발달한 여행지다. 그 덕분에 홍콩 본섬에서 인근 섬까지 이동하는 법도 간단하다. 센트럴 페리 선착장에서 페리를 타면 된다. 탑승 요금은 페리의 종류와 탑승 날짜에 따라 다르다. 가격은 평일, 완행 페리 기준 편도 20홍콩달러(약 3400원) 안쪽으로 형성한다. 공휴일에 혹은 급행 페리를 탑승하면 가격이 올라간다. 물론 옥토퍼스 카드도 사용할 수 있다.

펭차우는 홍콩섬 서쪽의 작은 섬이다. 센트럴 페리 선착장 6번에서 페리를 타고 40분 남짓 달리면 도달할 수 있다. 그간 홍콩 현지인 중에서도 아는 사람만 알던 펭차우는 최근 SNS에서 느긋한 섬 여행이 유행처럼 퍼지면서 찾는 이가 부쩍 늘었다. 평평하다는 뜻을 지닌 이름처럼 펭차우는 뚜벅이에게 인기 있는 섬이다. 언덕이 없음은 물론 천천히 걸어서 두세 시간이면 펭차우 전체를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펭차우에선 골목 여행을 즐겨보길 추천한다. 펭차우를 크게 두 갈래로 나누는 윙온 스트리트와 윙힝 스트리트에는 오래된 차찬텡, 식료품점 등 여러 상업시설이 있다. 골목을 거니는 것만으로 홍콩의 정취에 빠질 수 있다.

홍콩 여행 중 소위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를 찾는다면 펭차우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가죽 공장이다. 예술가가 버려진 물건으로 만든 작품을 전시해 인증 사진을 남기기 좋다.

청차우의 명물 망고떡 석현진 여행+PD

펭차우가 반나절 여행하기 좋은 섬이라면, 청차우는 하루 종일 돌아볼 만한 섬이다. 센트럴 선착장 5번 부두에서 일반 페리로 1시간, 고속 페리로는 35분 정도 소요된다. 조용한 시골 마을 같았던 펭차우에 비해 청차우는 비교적 번화한 섬이다. 홍콩의 많은 섬 중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가 입점해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고 홍콩 중심가를 떠올린다면 곤란하다. 청차우엔 차가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산힝 스트리트와 팍셰 스트리트에는 청차우의 핫플레이스가 모여 있다. 특히 '청차우 빵 축제'가 열리는 곳답게 일부 가게에선 축제 기간이 아닌데도 1년 내내 '평안(平安)'이라는 글자가 적힌 빵을 판매한다. 팥, 참깨 등으로 소를 채운 빵은 우리가 아는 찐빵과 비슷하다. 사실 청차우의 명물은 망고 찹쌀떡이다. 고구마, 두리안, 바나나 등을 넣은 찹쌀떡도 있지만 가장 인기 있는 건 망고 맛이다. 가격은 모든 메뉴가 16홍콩달러(약 2700원)로 동일하다. 과육을 통째로 넣어 한입 베어 물면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이 밖에도 현지 예술가가 만든 공예품을 파는 가게와 카페 등 둘러볼 만한 곳이 여럿 있다. 단,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에 따라 가게 영업시간은 유동적이다.

펭차우가 산책하기 좋은 섬이었다면 청차우는 하이킹하기 좋은 섬이다. 경사가 심하지 않고 완만한 언덕이 이어지기에 초보자도 가볍게 걷기 좋다. 숨이 가빠온다 싶으면 어느새 탁 트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산힝 스트리트를 따라 곧장 해변으로 가도 좋다. 청차우 퉁완 해변은 평소 현지인이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장소다. 여름이면 한가하게 해수욕을 즐기려는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해변과 이어진 길목에는 일명 러브록이라 불리는 공간이 있다. 소중한 사람과 자물쇠를 걸며 청차우에서의 시간을 추억할 수 있다.

[홍콩 이가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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