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쪽방촌 괭이부리마을에 공공임대 50가구

이승욱 기자 2024. 3. 2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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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롭게 서 있는 건물 2층은 합성수지 슬레이트로 외벽을 둘렀다.

24일 오후 찾아간 인천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의 모습이다.

괭이부리마을은 인천에서는 가장 오래된 쪽방촌이다.

마을 안 5168㎡에 인천형 영구임대주택인 '우리집' 50가구와 공원, 주차장 등을 조성하는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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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연말까지 정비계획 수립과 구역 지정을 마무리”
21일 오후 2시 인천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이승욱 기자

위태롭게 서 있는 건물 2층은 합성수지 슬레이트로 외벽을 둘렀다. 빗물과 외풍을 막기 위한 용도인 듯 사방을 천막으로 감싼 건물도 있었다. 전깃줄이 어지럽게 공중을 가로지른 골목길 여기저기엔 녹슨 액화석유가스(LPG) 통이 놓여 있었다. 24일 오후 찾아간 인천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의 모습이다.

괭이부리마을은 인천에서는 가장 오래된 쪽방촌이다. 1930년대 만석동 갯벌을 메우고 들어선 공장을 따라 일꾼들이 모여들었다. 한국전쟁 때는 피란민들이 둥지를 틀었고, 이후엔 피폐해진 고향 땅을 등지고 온 이농민들의 보금자리가 됐다. 주민 조진구(64)씨는 “아버지가 한국전쟁 때 피란을 왔다. 남북이 통일돼 고향 황해도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며 인천 앞바다와 가까운 이 동네에서 평생을 보냈다”고 했다.

근대화 시기의 남루한 생활상이 남아 있는 이곳은 시간이 흐르면서 노후화하고 빈집도 늘었다. 떠나지 않은 주민들의 거주 환경도 열악해졌다. 수십년 된 날림주택이 대부분인 이곳엔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 주민들은 여전히 마을 곳곳에 마련된 공동 화장실을 이용한다. 보다 못한 인천시가 소매를 걷어붙였다. 마을 안 5168㎡에 인천형 영구임대주택인 ‘우리집’ 50가구와 공원, 주차장 등을 조성하는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연말까지 정비계획 수립과 구역 지정을 마무리 짓고 2026년 1월 첫 삽을 뜨는 게 인천시의 목표다.

사업은 인천시와 인천 동구, 인천도시공사가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동구가 사업 시행자로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시가 임대주택 사업비를 부담하면 인천도시공사가 보상과 건설사업을 대행하는 식이다. 인천시는 이렇게 만들어진 영구임대주택을 싼 가격에 원주민에게 임대할 방침이다. 2013년 마을 일부(1227㎡)를 철거하고 4층 건물 2개 동으로 이뤄진 ‘괭이부리마을 보금자리주택’을 만들어 70가구는 영구임대를 주고 28가구는 국민임대로 내주었던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21일 오후 2시 인천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이승욱 기자

주민들 반응은 엇갈렸다. 조씨는 “옆에 만들어진 보금자리주택에 가보니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했다. 지금 사는 집은 너무 낡았다. 어서 빨리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상범(63)씨는 “10년 전 지은 보금자리주택은 집이 너무 좁아서 가족끼리 살던 원주민들 일부는 입주를 포기했다. 임대주택이라고 천편일률적으로 좁게만 지어선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단순히 영구임대주택을 만드는 것에서 더 나아가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마을에서 오랫동안 ‘기차길옆작은학교’를 운영해온 임종연(54)씨는 “2013년 원주민들이 입주를 포기하고 일부는 보상을 받고 마을을 떠나면서 마을 공동체가 무너졌다. 당시 마을 공동체를 지킨다며 마을기업과 주민 공용 공간을 만들었지만,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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