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금주처럼 그리움도 해마다 깊어져" 천안함46용사 찾은 유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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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서 맛있게 마셨으면그 모습 한 번만이라도 눈에 담을 수 있으면."
24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故(고) 서대호 해군 중사의 묘 앞에는 15년 묵은 샛노란 솔방울 담금주가 올려졌다.
묘역 한번 닦고, 눈물 한번 훔치고를 반복하던 모친 안민자(64) 씨는 "휴가 나오면 같이 마시려고 담근 게 벌써 15년이 됐다"며 "술은 있는데 아들이 없다. 보고 싶은 마음도 담금주 깊어지듯 익어나가나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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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우리 앞에서 맛있게 마셨으면…그 모습 한 번만이라도 눈에 담을 수 있으면."
24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故(고) 서대호 해군 중사의 묘 앞에는 15년 묵은 샛노란 솔방울 담금주가 올려졌다.
시원스레 잘 웃던 아들의 모습이 아직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눈에 선한데, 세월은 속절없이 흐른다.
서 중사 부모는 매년 조금씩 진해지는 담금주를 보며 아들 없는 지난 세월을 억지로 가늠하고 있다.
묘역 한번 닦고, 눈물 한번 훔치고를 반복하던 모친 안민자(64) 씨는 "휴가 나오면 같이 마시려고 담근 게 벌써 15년이 됐다"며 "술은 있는데 아들이 없다. 보고 싶은 마음도 담금주 깊어지듯 익어나가나보다"고 말했다.
천안함 피격사건(2010년 3월26일) 14주기를 이틀 앞둔 이날 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찾은 유가족 50여명은 합동 헌화, 참배 후 저마다의 방식으로 추모를 이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조화 바구니를 아들에게 보여주는가 하면, 생전 좋아하던 음식과 음료를 잔뜩 펼쳐놓기도 하고, 연신 묘비를 쓰다듬으며 못다 한 이야기를 전했다.
故(고) 심영빈 중사의 부친 심대일(76) 씨는 올해 작은아들 내외, 손주들과 다 같이 아들을 보러왔다.
고사리손으로 큰아빠의 묘비를 열심히 닦는 손주들을 보며 다른 유족들까지도 활짝 웃으며 덕담을 전했다.
지난 세월 동안 천안함 46용사들의 부모들은 둘도 없는 친구와 이웃이 돼 서로를 지탱했다.
이들은 줄곧 떠들고 웃다가도 아들 이야기만 나오면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故(고) 안동엽 병장의 모친 김영난(67) 씨는 "내일 죽어도 아쉬울 게 하나도 없어요. 그럼, 아들을 만날 거니까, 다들 그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라며 눈가를 닦았다.
김 씨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잊힌다고 하는데 우리는 왜 그게 안 되는지 모르겠어요. 전사 소식을 들었던 날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이 똑같다"고 말했다.
하사 시절 동고동락하며 젊음을 함께 불태웠던 전우는 어느덧 해군 상사가 돼 아들을 데리고 동료를 만나러 오기도 했다.
매년 동료들을 보러 대전현충원을 찾는 안재석 해군상사(41)는 이날 유족들이 도착하자 자리를 비켜주면서도 먼발치에서 동료들의 묘역을 바라봤다.
그는 "2008년 인천해역방어사령부에서 근무하면서 같이 살았던 동료였는데 그땐 우리 다 총각이었다"며 "시간이 빠르다. 멀리서도 항상 생각하니까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이날 조화를 보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2일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9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서해 수호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잊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다가 다친 장병들, 그리고 전사한 분들의 유가족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천안함 용사 고(故) 김태석 원사의 막내딸 김해봄 씨가 아버지께 전하는 편지 낭독을 듣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coo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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