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지금은 요순시대?…“거대 태풍 몰려온다”[세종백블]

2024. 3. 2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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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장·차관 모두 바뀐 영향…주요 현안에 목소리 없어
11차 전기본·전기요금현실화·美대선 등 대형 태풍급 이슈 산적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전임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 수행 부처로 검찰의 압수수색과 전기요금 인상 추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등으로 분주했던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부적으로 올해들어 태평성대를 맞고 있다는 평이다.

이는 전 정부의 탈원전 관련 조사가 마무리되고 올해들어 장·차관이 모두 바뀌면서 소위 ‘허니문 기간’을 지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높다.

그러나 윤 정부의 핵심 에너지 국정과제인 신규원전 건설이 담길 예정인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 발표와 202조 부채의 한국전력 재무 개선을 위한 전기요금 현실화,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후 워싱턴발(發) 통상 대응 등 산업부에 몰아닥칠 거대 태풍급 난제들이 예고돼 있다.

24일 산업부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1~2분기(1~6월) 전기요금 기준연료비와 연료비조정단가 동결했다. 지난해 말 202조4000억원의 기준 부채를 기록한 한전이 전기요금을 동결한 이유는 정부의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기조에 따른 것이라는 것이 관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윤 정부의 초대 산업부 수장을 지낸 이창양 장관은 한전의 재정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물가당국과 여당인 국민의힘에 맞서 전기요금 인상을 강하게 추진해 물러났다. 반면 세번째 수장이 된 통상전문가인 안덕근 장관은 인사청문회이외에는 전기요금 인상관련해 공식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주요 산유국의 수출 제한과 중국의 경기회복 기대에 최근 4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 한전의 원료비 지출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는 현안으로 꼽힌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82.72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1.68달러(2.1%) 상승했다. 이날 상승으로 WTI는 지난 10월 31일 이후, 브렌트유는 10월 27일 이후 각각 4개월여 만에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제11차 전기본 발표도 대형 현안이다. 전기본은 국가 전력 운용의 기본 방향과 장기 전망·전력 설비 시설 계획·전력수요관리 등이 포함된 우리나라의 종합적인 전력 정책으로, 2년 단위로 수립·시행된다. 이번 11차 전기본에는 2024년부터 2038년까지의 전력 수급계획이 담긴다. 11차 전기본에는 신규원전 건설이 담길 전망으로 전력 수요 전망치를 어떻게 넣느냐가 최대 쟁점으로 알려진다. 전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 담당자들도 전력수요 전망치를 놓고 감사원 감사를 비롯한 강도높은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아울러 산업부는 미 대선 전후 워싱턴 D.C에 레이더를 높게 가동해 대책을 수립해야하는 부처다. 현재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표를 의식한 보호주의 장벽을 높이고 있다. 특히 첨단 기술에 대한 대중국 포위망은 촘촘히 짜고 있어 제2차 미·중 간 무역전쟁의 전선이 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우리 전체 수출의 20%가량은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요인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학계의 진단이다.

처럼 불어닥칠 대형 현안들에도 산업부는 ‘요순시대’라고 자평하고 있다는 것이 내부 분위기다. 교수출신인 안덕근 장관이 칭찬 리더십으로 직원들에게 편안함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대체적인 인식이다. 안 장관은 보고하는 직원들에게 꾸지람없이 ‘수고했어요’, ‘감동적입니다’ 등의 칭찬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안 장관의 칭찬에도 순위가 있다”면서 “수고했어요, 감동적입니다는 디폴트(기본 설정값)이고 최고 칭찬은 ‘반복’”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보고서는 12번이나 칭찬을 반복했다”면서 “최고의 칭찬을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내부출신인 1·2차관이 외부 출신인 안 장관의 미흡할 수 있는 업무 파악을 안정적으로 보조하고 있는 것도 직원들에게 태평성대 느낌을 주고 있다는 평이다. 기술고시 29회 출신인 강경성 1차관은 윤 정부 출범이후 대통령실 산업비서관으로 발탁돼 지난해 5월 친정인 산업부에 2차관으로 복귀한 후 올해 1월 1차관으로 이동했다. 강 차관은 운영지원과장, 원전산업정책관,소재부품장비산업정책관, 산업정책실장,에너지산업실장 등 산업부 내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쳐 업무 추진력이 빠르다. 직원들 한사람·한사람 특징과 세평을 파악할 정도로 꼼꼼하다.

행정고시 38회인 최남호 2차관은 에너지자원정책관, 시스템산업정책관, 산업정책관,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등 산업부에서 30년가량 산업·에너지 정책을 두루 섭렵, 소통 능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최 차관은 정권바뀔 때 감사원 감사 받을 가능성이 높은 에너지 관련 민감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에게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말로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또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부는 야성이 강한 부처로 정평이 나 있지만 현 정부 들어와서 전 정권의 에너지정책관련 감사원 감사,검찰 조사 등으로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면서 “특히 초기에 전기요금 인상을 갖고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와 여당으로부터 심하게 공격을 받아 내부적으로 자포자기하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그런 대형 이슈들에 대해서 대립적인 의견을 내기보다는 순응하다보니 태평성대로 느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실물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산업부는 언제든지 초대형 태풍같은 현안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꾸지람도 듣고 반성하면서 대응해야한다”고 말했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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