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재밌다’ 장재현 감독이 밝히는 ‘파묘의 모든 것’(인터뷰)[‘파묘’ 천만④]
영화 ‘파묘’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영화 곳곳에 숨겨진 ‘이스터에그’를 찾아, 이를 파헤쳐보는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 무속인 화림(김고은 분)과 봉림(이도현 분)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작품.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이름 모두 실제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차용됐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운구차의 차번호가 1945라든지, 화림의 차 번호가 0301라는 것 또한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이스터에그 중 하나다.
장재현 감독은 상덕이 묘자리에 동전을 던지는 장면과 같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만들어진 이스터에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참외와 은어’와 관련된 다양한 해석들이었다. 관객들이 내놓은 다양한 해석을 살펴보는 것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고 밝힌 장재현 감독은 “일본 역사를 뒤집어서 해석한 글을 읽고 ‘와 나도 저렇게 생각했다고 말하고 다녀야겠다’ 생각했다”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원래 의도가 뭐였냐고요? ‘험한 것’이 은어와 참외를 달라고 할 때 화림이가 은어만 주잖아요. 사실 일본에는 참외가 없어요. 일본어로 ‘마코아’라는 단어를 쓰는데, 그게 옛날 일본 모과의 한 종류에요. 굉장히 ‘옛 일본어’이기에 ‘요즘 일본어’를 배운 화림이로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거죠. 사람들은 자막으로 ‘참외’를 보니 배우의 얼굴을 못 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자세히 살펴보면 화림이 패닉이 오는 듯한 표정을 포착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웃음)”
“‘파묘’의 첫 챕터가 ‘음향오행’이잖아요. 처음에는 ‘음향과 오행’이었어요. 화림과 봉림이 ‘음향’, 상덕과 영근은 ‘오행’인거죠. 그게 각자의 무기라고 생각했어요. 한국과 중국, 일본의 음향오행이 미세하게 달라요. 그걸로 그걸 본 방향성을 잡은거죠. 특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영화 제목이 ‘파묘’잖아요. 그래서 ‘흙’을 베이스로 하고 네 가지 요소들이 같이 움직이는 것을 떠올리면서 설정을 정리했어요.”
장재현 감독은 영화 속 짧게 등장하지만 화림이 일본으로 출장을 가서 굿을 배우는 장면과 관련된 비하인드도 털어놓았다. 실제 한국 무당들이 의외로 일본 출장을 가는 경우가 왕왕 있는 만큼, 실화에 자신의 상상력이 더해졌다는 것이 장재현 감독의 설명이었다.
“화림이 이른바 인턴 시절에 선생님을 따라 일본으로 출장 가서 정령을 대하는 장면이 있어요. 편집상 속도감을 주기 위해 아주 짧게 ‘한 신’만 파편화 시켜서 넣었죠. 사실 그런 장면들은 제가 어ᄄᅠᇂ게 겪을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좋아하는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받아서 일본 장면들을 짧게 만들어 봤습니다.”
“‘파묘’의 무대인사를 돌면서 느낀 점 중 하나가 여러 번 보는 관객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거였어요. 낯설다 또 신기했죠. 여러번 관람하셤너 다시 스토리가 생산되고, 그러면서 영화를 만든 저도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되고, 좋은 영감을 받게 되는 것들도 있었죠. 저 개인적으로는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극중 인물들의 생일을 물어보고 해주시는 것들이 저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큰 자양분이 됐고, 그러면서 또 다시 영화의 생명력이 길어지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정말 행복한 순간의 연속인 것 같아요.”
영화의 상영 기간이 길어지고, 호평이 지속되면서 행복하다고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더 잘 만들걸’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고백한 장재현 감독이다. 무엇이 가장 아쉬웠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을 하던 장재현 감독은 김고은의 ‘대살굿’ 장면을 꼽았다.
‘파묘’ 속 주요인물인 상덕, 영근, 화림, 봉림을 일컫는 말이 있다. 바로 ‘묘벤져스’ 각 캐릭터들간의 케미가 좋은 만큼, 이들 인물을 놓고 ‘속편’을 바라는 관객들도 적지 않다. 혹시 이들을 놓고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대한 장재현 감독의 대답은 애석하게도 ‘No’였다.
“배우들이 워낙 연기를 잘 해주셔서 캐릭터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다만 더 재밌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야 하니 캐릭터만으로 또 다른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물론 저도 이 캐스터들과 다시 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그런 좋은 이야기를 만나기를 바랄 뿐이죠.”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 그리고 ‘파묘’까지, ‘한국형 오컬르 장르’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으로 우뚝 선 만큼 ‘장재현 유니버스’를 만들 생각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이 선행되야 하지만 말이다.
“저도 좋은 이야기로, 다 같이 출연하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작품마다 성격이 다 달라서요. 무엇보다 워낙 유명한 배우들이다보니 현실적으로 스케줄이 가능할지도 궁금하네요, 하하. 그럼에도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시나리오를 쓰겠습니다. (웃음)”
“저는 영화를 만들 때마다 저를 첫 관객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재밌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영화를 만들 때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 코로나라는 펜데믹 상황에 놓였었잖아요. 펜데믹이라는 우울함 속에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 1순위로 뒀었어요. 특정 연령대를 타깃으로 하지 않았지만, 그런 생각은 했었죠. 30~40대 분들이 ‘옛날 당시 영화에 대한 향수’가 있을 거라는. 그래서 과거에 재밌게 봤었던 느낌이 다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영화 작업에 임했었어요. 펜데믹을 겪고 난 뒤에 관객들이 극장에 가야하는 이유를 찾은 것 같아서 기쁩니다. 항상 생각해요.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모니터 앞에 앉아있을 때도, 촬영할 때도, 시나리오를 쓸 때도, 매순간제가 극장에 앉아있다고 생각하고 일을 해 나갔어요. 극장에서의 즐거움을 떠올리며 집중을 했죠.”
‘파묘’는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오컬트 영화는, 마이너한 ‘장르영화’로 분류된다.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감독의 입장으로 장르 영화도 장르 영화지만 다양한 영화가 극장에서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극장에서 보면 확실히 다르거든요.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나와서 극장의 추억이 다시 살아나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파묘’의 감독판 작업 계획은 있을까.
“아니요. 그럴 계획은 없습니다. 다만 블루레이나 DVD를 통해 생략됐었던 신들을 서클로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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