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의대 지역인재선발 최소 2200명…“80% 이상 수시 선발할듯” [오늘의 정책이슈]

김유나 2024. 3. 2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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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로 당장 올해 고3이 치르는 대입부터 비수도권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나면서 특히 지역인재전형 선발로만 2200명가량이 선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 의대 정원의 70%가 넘는 규모다. 입시업계에서는 80% 이상이 수시에서 선발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21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역인재전형 선발 대폭 늘어…높아지는 의대 기대감

2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이번 의대 정원 확대로 비수도권 27개교의 정원은 2023명에서 3662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 의대 정원이 전체 의대 정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6.2%에서 72.4%까지 올라갔다. 반면 서울권 의대는 정원이 한명도 늘지 않으면서 전체 의대 정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0%에서 10.4%로 내려앉았다. 

정부는 특히 비수도권 의대에서 지역인재전형 선발을 60% 이상으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지역인재전형 선발은 대학이 소재한 지역의 학생을 뽑는 전형이다. 이번 모집정원 확대 발표 전 각 대학이 세웠던 대입 계획에 따르면 2025학년도에 비수도권 의대들은 전체 정원의 52.9%인 1071명을 지역인재전형으로 뽑을 계획이었다.

늘어난 정원에서 60%의 비율을 적용할 경우 2025학년도 대입에선 지역인재전형 선발은 최소 2197명이 된다. 이는 기존 전체 의대 정원(3058명)의 72%에 이르는 규모다. 전체 정원에서 지역인재전형 선발이 차지하는 비율은 35.0%에서 43.4% 수준으로 올라간다. 2025학년도부터는 의대 입학생 10명 중 4명 이상을 지역인재전형 선발로 뽑는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의대 입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비수도권 학원가는 ‘비수도권 의대 정원 확대’, ‘지역인재전형 확대’ 등을 내걸며 의대 특별반 등을 앞다퉈 개설하는 분위기다. 비수도권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녀 성적을 올린 뒤 “의대 도전 가능할까요” 라며 묻는 글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에 가운이 놓여 있다.   뉴스1
어렸을 때부터 자녀를 비수도권으로 보내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이들도 늘 전망이다. 현재 고1이 대학에 가는 2027학년도까지는 대학이 소재한 지역 고교에 입학한 뒤 졸업하면 지역인재전형에 응시할 수 있지만, 올해 중3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비수도권 중학교 졸업’이란 조건이 추가된다. 2027학년도까지는 서울에서 중학교를 나온 뒤 비수도권 고교에 입학하면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면, 2028학년도부터는 중학교도 비수도권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 교육청에는 전학을 문의하는 수도권 학부모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대 등 4개 의대가 있는 부산의 교육청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내년에 부산지역 중학교에 입학시키고자 전학을 고려하는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들의 연락이 많이 온다”며 “실제로 올해 연말 부산으로 전학 오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많을 수 있다”고 전했다. 

7개 의대의 정원이 421명에서 970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나는 충청권의 열기도 뜨겁다. 천안 등 충청권은 서울에서 KTX 등으로 접근도 용이해 기존에도 서울에서 의대 진학을 노리고 유학 온 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세종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A씨는 “세종은 미취학 아이들에게는 좋지만 초등학교부터는 아무래도 교육여건이 서울이 낫다는 인식이 커서 교육 때문에 서울 이사를 고려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이번 의대 증원으로 분위기가 조금 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오히려 서울에 사는 지인들이 세종에서 사는 것은 어떻냐며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방권 대학의 지역인재전형이 의대 합격에서 유리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지역인재전형을 노리고 중학교 때부터 지역으로 이동하는 학생이 발생할 수 있다”며 “수도권 초등학교 학부모 중 지역인재전형 때문에 중학교 때 지방으로 이사해야 하는지 묻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입시업계에서는 지역인재전형 컨설팅 학원도 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역인재전형 80% 이상은 수시 선발할 듯

늘어난 지역인재전형의 80% 이상은 수시에서 선발할 것으로 예측됐다. 종로학원은 “비수도권 의대 지역인재전형의 80% 이상은 수시전형에서 선발하고, 일부 지역은 100%를 수시에서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일 오후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대학별 배분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정원이 110명에서 200명으로 늘어나는 경북대 의과대학 모습.   뉴스1
종로학원에 따르면 의대 모집정원 확대 발표 전 각 대학이 세웠던 대입 계획에선 2025학년도 비수도권 의대에서 전체 정원의 52.9%인 1071명을 지역인재전형으로 뽑을 예정이었다. 이 중 79.4%인 850명은 수시전형, 20.6%인 221명은 정시전형 선발이다.

다만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 강원은 지역인재전형의 100%를 수시로 뽑을 계획이었다. 이 밖에 대구·경북권 90.2%, 충청권 78.2%, 호남권 76.1%, 부산·울산·경남권 73.3%, 제주권 60.0% 등의 비율이었다.

종로학원은 “지방권 고3 수학 1등급 인원이 현재는 의대 전체 모집인원의 1.7배지만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지방 고3 중 수학 1등급 인원이 의대 전체 모집인원의 0.9배로 떨어진다”며 “지방권 의대는 수능을 통한 정시전형에서 지역 학생 선발이 어려워 지역인재전형을 수시에서 대부분 선발하고, 정시에서는 전국 단위로 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종로학원은 비수도권 의대는 수시에서 최대한 학생을 뽑지 못하면 수시 이월 인원 또한 높아지므로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도 점진적으로 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럴 경우 비수도권 학생들은 학교 내신 관리가 중요해지는 상황이 된다. 종로학원은 “과거 대학은 정시에서도 충분히 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 내신 성적이 저조한 학생들은 수시에서 선발하지 않고 정시로 이월시켰지만, 의대 모집인원이 늘어 의대 간 경쟁이 더 치열해져서 수시에서 최대한 뽑으려고 할 것”이라며 “비수도권 대학의 수시 내신 합격선도 현재보다 내려갈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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