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 홀렸다…'파묘'가 흥행한 4가지 이유

김성현 2024. 3. 2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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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컬트 영화 사상 역대 최고 흥행 기록
- 31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
- 역대 32번째 천만 영화이자 한국 영화로는 23번째 천만 관객 기록
영화 '파묘'의 주역 최민식, 이도현, 유해진, 김고은(시계 방향 순서) ⓒ쇼박스

신드롬급 흥행을 일으키며 극장가를 점령한 영화 '파묘'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오늘(2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개봉한 '파묘'는 이날 마침내 천만 관객을 넘어섰다. 개봉 32일 만이다.

영화계에서는 '파묘'의 폭발적인 흥행을 두고 놀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오컬트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한계로 인해 개봉 직전까지도 이같은 열기는 예상했던 이는 많지 않았다. 앞서 '검은 사제들'(544만), '사바하'(239만) 등으로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장재현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흥행 감독'이라는 수식어도 얻게 됐다.

'파묘'가 천만 영화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 풍수, 무당, 음양오행, 빙의…낯설지 않은 소재가 호기심 자극했다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파묘'는 가문 대대로 부자인 집안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을 앓아온 가족들이 조상의 묫자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대한민국 최고의 풍수사와 대통령을 염(殮)한 베테랑 장의사 그리고 신세대 무속인들은 거액의 돈을 받고 묘를 옮기기 위해 무덤을 파내며 기이한 사건과 엮이게 된다.

이처럼 풍수지리와 음양오행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 특유의 토속신앙과 민속신앙부터 굿과 무당 등 낯설지 않은 소재는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CGV에 따르면 '파묘'를 관람하는 연령층은 20·30이 56%, 40·50이 38.5%를 차지한다.

마니아층이 주로 즐기는 장르라는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를 앞세운 것은 '파묘'가 성별과 나이를 막론하고 대중에게 관심받을 수 있던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여기에는 장재현 감독의 치밀한 준비성도 역시 한몫했다. 이번 영화를 준비하며 장 감독은 실제로 2년 가까이 풍수사와 무속인 등을 따라다니며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준비하기도 했다. 단순히 호기심을 끄는 소재를 스크린으로 가져오는 것을 넘어 작품의 밀도와 재미를 동시에 높인 그의 노력이 관객에게 통한 것이다.

◆ 배우가 다했다

영화 '파묘' 촬영현장 ⓒ쇼박스
'파묘'의 천만 관객 돌파를 견인한 가장 주요한 원인에는 작품 안팎에서 활약한 배우들을 노력을 꼽을 수 있다.

연기 경력 35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오컬트 영화에 도전한 최민식 씨를 필두로,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씨의 캐릭터 변신은 '파묘'의 보는 맛을 더했다. 최민식 씨가 특유의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연기로 영화의 설득력을 더했다면 유해진 씨는 그의 맞은편에서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완급조절로 관객이 숨 쉴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줬다.

무당으로 분해 얼굴에 피 칠갑하고 칼을 휘두르며 굿판을 벌였던 김고은 씨는 그간 본 적 없던 파격적인 연기 변신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 사상 최고 흥행 성적을 냈다. 이미 수많은 드라마를 통해 라이징 스타로 발돋움한 이도현 씨도 첫 스크린 도전작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며 관객의 마음에 안착했다.

그간 영화에서 보기 드물었던 MZ세대 무당인 화림(김고은 분)과 봉길(이도현 분)의 듀오 케미는 비슷한 연령대의 관객들에게 '파묘' 속 또 하나의 볼거리로 꼽히기도 했다. 관객들은 '화림-봉길' 둘만의 서사를 다룬 일러스트나 소설 등을 창작하거나, 전사(前史)를 담은 프리퀄 제작 등을 요청 하는 등 두 캐릭터의 팬을 자처하며 흥행에 힘을 보탰다.

스크린 밖에서 이뤄진 배우들의 홍보 활동과 팬 서비스 등은 영화 만큼이나 뜨거운 화제를 모으며 장기 흥행에 불을 지폈다.

유튜브 '요정재형'에 출연한 배우 김고은
먼저 김고은 씨는 가수 겸 작곡가 정재형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에 출연해 진솔한 모습으로 주목받았다. 무엇보다 김고은 씨가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을 강조하며 '돈값'을 해야 한다는 솔직한 소신 발언은 숱한 이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후 최민식 씨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통해 12년 만에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소탈하고 유쾌한 매력을 보여주며 젊은 관객층의 눈길을 끌었다.

무대인사 마다 최민식 배우의 팬 서비스는 화제를 모았다 ⓒ쇼박스
특히 매번 무대인사마다 관객들이 선물한 캐릭터 머리띠나 목도리, 과자가방 등을 착용하며 행복하게 웃는 최민식 씨의 모습은 팬들 사이에서 연일 주목받았다. 이처럼 그의 열정적인 무대인사와 자연스러운 소통은 '할꾸'(할아버지 꾸미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하나의 놀이 문화이자 유행으로 자리 잡았고 극장은 최민식 씨를 보려는 관객들로 예매 전쟁이 일기도 했다.

◆ 파도 파도 끝이 없는 디테일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등장인물들의 이름부터 이들이 타는 차량의 번호판과 포스터에 사용된 글씨체까지. 오컬트 장르라는 외피 속에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 민족의 시대적 아픔을 녹여낸 작품은 곳곳에 항일이나 독립과 연관된 다양한 디테일을 녹여냈다.

'파묘'가 흥행 가도를 달리며 관객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미처 발견하지 못한 디테일을 다시 보기 위해 'n차 관람' 열풍이 불기도 했다.

이미 익히 알려졌듯 배우 최민식 씨가 연기한 풍수사 '상덕'은 임시정부 국무위원이자 반민특위 위원장을 지낸 독립운동가 김상덕 선생과 이름이 같다. 김고은 씨가 분한 무당 화림 역시 동명의 여성 항일운동가 이화림을 연상케 한다. 유해진 씨가 맡은 장의사 '영근'은 조선 후기 왕비 민씨를 살해한 우범선을 일본까지 쫓아가 처단한 고영근을, 이도현 씨가 연기한 '봉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를 떠올리게 한다.

무속인으로 특별출연한 김선영 씨의 배역 오광심 역시 한국광복군 여군이었으며, 김지안 씨가 연기한 박자혜 또한 단재 신채호 선생의 부인으로 국내 항일 공작 활동을 지원했던 역사 속 인물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캐릭터가 실존 인물의 이름과 동일하다.

이외에도 상덕의 차량 번호판은 광복절과 같은 0815, 화림의 차량 번호판은 3.1운동과 같은 0301, 영근의 차량 번호판은 일제에서 해방된 광복년도인 1945라는 점 역시 '파묘' 속 숨은 디테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포스터에 사용된 글씨체 역시 청산리 대첩을 승리로 이끈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의 필체라는 사실 등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도 '파묘'의 숨겨진 디테일과 비하인드 등을 다룬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단지 영화를 관람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처럼 관객 스스로 콘텐츠를 재생산하며 '파묘'는 자연스레 입소문의 주역이 된 것이다.

◆ 선명한 선과 악의 대결 구도가 주는 오락영화의 쾌감

영화 '파묘' 포스터 ⓒ쇼박스
초자연적이고 이유를 알 수 없는 현상을 다루는 오컬트 영화이자 항일·독립 코드가 녹아진 작품이지만, 재미를 최우선으로 두는 시원한 오락영화라는 특징 역시 '파묘'의 초대형 흥행에 동력이 됐다.

중반부 이후부터 '험한 것'이 나오고 그것과 대결을 벌이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두고 일부 관객 사이에서는 '신비감이 떨어진다' '공포감이 줄어든다'라는 등의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견의 여지가 없는 선명한 선과 악의 대결 구도와 악을 말끔하게 처단하는 권선징악(勸善懲惡) 서사를 두고는 '통쾌하고 시원하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는 코로나19를 겪은 뒤 극장을 찾은 관객이 '화끈함'과 '재미'를 느끼길 원했다는 장 감독의 작심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다. '험한 것'의 실체를 감춰 모호함을 남기기보다는 그것을 선명하고 뚜렷하게 보여주는 도전적인 연출 전략이 유효하게 작용한 것이다.

'험한 것'과 대결하는 4명의 주인공을 두고 마블 영화 '어벤져스'가 떠오른다며 '묘벤져스'라는 애칭까지 유행한 것은 '파묘'가 대중적인 오락영화로서 높은 성취를 했음을 보여준다.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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