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리보이 "자이언티 형 회사 만족... 내 목표는 작가" (인터뷰①)

유수경 2024. 3. 2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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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프로듀서·배우로 활약 중인 기리보이
"학창 시절, 학교에서 자던 아이" 회상
"허세와 센 척은 오글거려 싫다" 고백도
기리보이의 최종 목표는 "시나리오 작가"
기리보이(홍시영)가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솔직한 이야기를 전했다. 스탠다드프렌즈 제공

래퍼 기리보이는 다양한 재주를 지닌 아티스트다. 가수 겸 프로듀서이자, 본명 홍시영으로 연기에도 도전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를 사랑하는 그의 최종 목표는 작가가 되는 것이다. 글을 쓰듯이 가사를 쓰고, 늘 '이야기'에 대한 창작욕이 들끓는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것도 촬영 현장을 몸소 느끼고 배우기 위함이었다.

1991년생, 앳된 얼굴의 기리보이는 지난 2011년 데뷔해 정규 10집까지 발표한 중견가수다. 지난달 26일엔 신곡 '미춰버리겠어'를 발표해 큰 관심을 모았다. 자이언티가 이끄는 스탠다드프렌즈에 합류한 뒤 첫 번째 행보다.

지금껏 여러 히트곡들을 냈고, 많게는 억 단위 저작권료를 받는 그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등 각종 예능에 출연해 솔직한 일상과 고민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본지와 단독으로 만난 기리보이는 "애도 어른도 아닌, 딱 중간으로 느껴지는 30대의 삶이 재미있고 좋다"며 웃었다. 기리보이의 언어는 화려하지 않아도 담백하고 단단했다. 내적 에너지로 가득 찬 그의 작업물들과도 닮아있었다.

-회사를 옮긴 이유가 궁금하다. 새 회사에 적응은 잘하고 있나.

"전에 있던 회사에 오래 있기도 했고, 앨범을 낼 때 너무 뻔하게 내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10년 넘게 (한 회사에) 있었는데 다른 데를 가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고요. 지금은 만족하고 있어요. 새로운 느낌을 확 받았거든요. 물론 힘든 느낌도 있는데 재미있는 거 같아요."

-신곡 '미춰버리겠어' 탄생 배경도 알고 싶다.

"제가 원래 노래를 미리 많이 만들어둬요. 쉴 때 많이 짧게 많이 만드는데, 완성은 안됐어도 아이디어를 녹음해놓고 하는 폴더들이 있어요. 다른 사람에게 곡을 주기도 하는데 제가 하려고 갖고 있는 목록이 있죠. 여기에 와서 자이언티 형에게 이거저거 많이 들려줬는데 그 중에 하나가 '미춰버리겠어'였어요. 애매한 걸 하기보다 기존의 제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좋은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작사와 작곡을 직접 했는데 주로 영감은 어디서 얻나.

"영감은 일상의 모든 것에서 얻어요. 평소에 휴대폰 메모장에 메모를 많이 해둬요. 음악을 만들면서 막히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꺼내봐요. 옛날 앨범에도 5년 전에 메모장에 써둔 문장들이 있어요. 짧은 명언 같은 것처럼 가사의 아이디어를 많이 써놓죠. 시나리오 쓰듯이 쓴 것도 있어요. 이 남자는 이런 캐릭터고, 한강에서 맥주를 마시는 분위기와 그때 어떤 말을 하는지 그런 것들을 적기도 해요."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일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평소엔 주로 작업을 하며 지내는지.

"한 달 동안 그냥 작업만 한 적도 있고 몇 달 동안 작업을 안 한 적도 있어요. 예능에도 나왔지만 필라테스는 꾸준히 하고 있어요. 바빠지면 못 가는데 최대한 가려고 노력해요. 게임도 열심히 하려고 하죠. 아직 이해가 안되는 게 어른들이 게임을 못하게 하잖아요. 저는 게임을 하면서도 배우는 게 있거든요. 요즘은 작품처럼 잘 짜여진 게임들이 많은데 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판타지 영화 속 세계관처럼 잘 짜놓은 걸 보면 감탄하기도 하고요."

-작업 속도가 빠른 것으로도 유명하던데.

"예전엔 작업 속도가 진짜 빨랐는데 주변에서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천천히 기다리는 마음을 갖고 해요. 저는 집중할 때 다 끝내버려야 하는 성격이에요. 그 순간이 지나가고 내일 들어보면 '별론데'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게 위험한 게 작업할 때 반복해서 듣다 보면 질린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 있어요. 첫 느낌을 가져가고 싶어서 빠른 작업을 선호하는데, 느리게 작업하는 것의 장점도 있긴 하더라고요."

기리보이(홍시영)가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솔직한 이야기를 전했다. 스탠다드프렌즈 제공

-특별히 아끼는 곡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라식', '미춰버리겠어', '단기알바' 세 곡을 특히 좋아해요. '단기알바'는 계속 들어도 좋은 거 같아요. 너무 슬프거든요. 공연할 때 음악 소리와 가사들이 꽂히는 순간이 있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일부러 참을 때가 있죠. 중간중간 그런 포인트들이 있어요."

-'우리서로사랑하지는말자'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가사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던데.

"그 곡을 만들 때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가 궁금해서 이메일로 사연을 받았어요. 10개까지는 정독했는데 학교를 열심히 안 다녀서 제가 글 읽는 걸 진짜 못하거든요. 굉장히 느린 편이라 보다가 힘들어서 하루에 5개 읽고 쉬고 그랬어요. 사연 대부분이 남사친, 여사친에 대한 이야기들이었어요. 바이빈이란 친구랑 곡을 만들었는데 그 친구가 비트를 보내주고 제가 쓰고 서로 조율해서 바꾸고 하며 오랜 기간 작업했어요. 지금까지도 음원 수익이 제일 많은 노래예요."

-읽는 게 힘든데 쓰는 것은 괜찮다는 것이 신기하다.

"제가 진짜 느리게 읽는데 그게 화가 나는 포인트예요. 이걸 빨리 이해하고 싶은데 잘 안되니까요. 사소한 건데 밸런스게임 같은 순발력이 필요한 것도 어려워요. 요새는 만화책을 읽는데 대사가 긴 게 많더라고요. 글을 쓸 때는 규칙이 없어요. 집중해서 보다 보면 '이게 뭔 소리지' 하는 것도 있을 거예요. 하하. 잘 몰라서 나온 것에 대한 독특함이 있는 거 같아요."

-학교를 열심히 안 다녔다고 말했는데, 학창 시절엔 어땠나.

"그냥 학교에서 잤어요. 나쁜 짓은 안 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추억이 없고 친구도 없어요. 바깥에서 커뮤니티 활동을 열심히 했고 힙합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죠. 그때 만난 애들이 릴보이, 어글리 덕, 지코 등이에요. 저는 보통 고등학생들의 센 척과 그런 행동이 너무 싫었어요. 자퇴 같은 건 어릴 땐 상상도 못했어요. 당연히 학교는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고, 바깥으로 음악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지냈죠."

-지금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저는 그런 생활을 추천하지는 않아요. 후회되는 건 그때 조금이라도 수업을 듣고 시험 공부를 했으면 좀 더 나은 어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억지로라도 했던 것들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거 아니에요. 최소한 영단어 몇 개라도. 저는 기초 상식도 부족하고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도 없어서 그게 아쉬워요. 음악 할 때의 친구들은 지금도 계속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곡의 장르를 물을 때 '대중가요'라고 말하는 걸 봤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제가 인터뷰 같은 걸 할 때 '이 단어는 절대 안 써야지' 하는 게 있어요. 음악 장르를 표현하는 용어들이 종종 오글거리게 느껴지거든요. 제 입으로 꺼내기에는 좀. 너무 아는 척하는 느낌도 나고요. 그런데 가끔은 허세와 어느 정도의 스타병이 필요는 하다 싶어요. 그런 게 진짜 스타를 만든다고 생각하고요. 멋있는 척을 하면 본인도 민망할 텐데 그 자리에서는 하는 게 부러워요."

-다양한 영역에 도전 중인데 최종 목표가 있나.

"전 평소 글을 쓰듯이 가사를 써요. 최종 목표는 작가예요. 장편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는 게 최종 목적인데 거기에 도움이 많이 돼요. 50살쯤 되면 하고 있을 거 같아요. 연출은 아직 모르겠고 제일 하고 싶은 건 글을 쓰는 거죠. 그래서 촬영장에 가면 어깨너머로 많이 봐요. '이렇게 잘라 붙이는 구나' '카메라는 이렇게 하는구나' 하고 유심히 보죠. 사실 제 촬영이 없을 때도 가고 싶은데, 한번 갔더니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하하."

-관찰력이 좋은가 보다. 지켜보는 것만으로 터득하는 게 쉽진 않을 텐데.

"지금 제가 OTT 드라마를 촬영 중이거든요. 엊그제도 갔다 왔는데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전설은 어깨너머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연기를 하는 이유도 최종적으로 글을 쓰는 걸 꿈꾸다 보니까 '현장에서 배우자' 해서 시작된 거였어요. 저는 음악도 그렇게 했어요. 누가 하는 걸 뒤에서 보고 따라하는 식으로요. 입시 때는 어떤 작곡가에게 배웠는데 질문은 잘 안 했어요. 하는 걸 보고 저장하고 따라하고 그랬죠. 완벽히 따라하면 좀 그렇고, 까먹는 것도 있으니까 혼자 채우면서 해나가다 보니 저만의 것이 탄생한 거 같아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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