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전쟁?…정당 상징색 신경전 시작됐다

윤호우 기자 2024. 3. 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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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 계열 진보·붉은색 계열 보수, 대립 뚜렷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3월 20일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주간 경향] “MBC 일기예보에 사람 키보다 큰 파란색 1 대신에 같은 크기의 빨간색 2로 바꿔놓고 생각해보시라.”

지난 2월 29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틀 전 MBC 뉴스 일기예보에서 미세먼지 농도 표시를 위해 등장한 파란색 숫자 1을 문제 삼았다. 더불어민주당 상징색과 기호를 사용해 뭔가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심이었다. 한 위원장은 “전 설마했다가 보고 놀랐다”고 표현했다. 여당 지도부의 발언 때문인지 관련 기관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지난 3월 15일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이와 관련해 MBC <뉴스데스크>에 법정 제재를 전제로 한 의견 진술을 의결했다. 시민단체는 날씨 뉴스에까지 정치 프레임을 씌워 과도한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지역 축구팀 유니폼 색깔 바꿔 논란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지난 3월 9일 국내 프로축구 2부리그(K리그2) 경기에서 충남아산 FC가 원래의 홈 유니폼 색깔인 파란색 대신 아래위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박경귀 아산시장이 국민의힘 소속이어서 유니폼을 변경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시기인 만큼 야권 지지자들은 당연히 의혹을 품을 만하다.

이런 ‘색깔 신경전’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3월 28일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펼쳐지면 각 당의 상징색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거리를 누비게 된다. 파란색(민주당)과 빨간색(국민의힘)의 대결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게 된다. 제3당의 자리를 놓고 녹색정의당(노란색과 녹색), 조국혁신당(짙은 파란색), 개혁신당(오렌지색), 새로운미래(민트색) 등 색깔 대결이 펼쳐지는 것이다.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는 각 당의 색깔을 입힌 ‘선거복’ 등 맞춤 유세 용품이 벌써 판매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20일 더불어민주연합과의 선거대책위원회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색깔이 숫자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선정 초기에는 시비가 벌어졌다. 조국혁신당이 ‘광주 하늘’을 상징하는 ‘트루블루’, 백두산 천지를 상징하는 ‘코발트블루’, 독도를 상징하는 ‘딥블루’를 당색으로 정하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는 “대놓고 남의 당 색깔을 베끼는 것이냐”는 비판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왔다. 조국혁신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오필진 조국혁신당 홍보실장은 “여러 가지 색깔이 논의됐고 그중 선택된 것”이라면서 “트루블루는 5월 광주 하늘을 선명하게 상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실장은 “민주당보다 한발 더 앞서서 검찰개혁을 이끄는 ‘쇄빙선’과 ‘예인선’을 떠올리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색깔 덕분인지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선거판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혁신당도 오렌지색을 당색으로 정한 후에도 시비에 휘말렸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전에 자신이 만든 국민의당과 유사한 주황색이라며 “사실 당 색깔이나 구호가 다 제가 했던 것인데, 저작권을 주장할 생각은 없고 잘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비꼬았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로 상징되는 ‘젊음’과 ‘대담함’을 오렌지색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당색을 찾다 보면 역대 정당과 비슷한 색깔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새로운미래 역시 이런 논란에 휩싸였다. 처음에 프러시안블루(짙은 남색)를 선택한 새로운미래는 민주당과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다시 바꾼 색깔인 민트색은 예전 바른미래당의 색깔과 비슷하다는 오해를 받았다. 박원석 수석 대변인은 “새로운미래의 색은 바른미래당의 그것과는 다르다”며 “정확하게는 ‘터크와즈(Turquoise) 블루’”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신생 정당으로서 진취적이고 밝으며 역동적인 모습을 상징화했다”라고 설명했다.

제3당을 노리는 정당의 로고

제3정당은 역대 정당과 비슷

지난 2월 정의당과 녹색당이 결합한 녹색정의당은 기존 양당의 대표 색깔을 결합했다. 정의당의 노란색과 녹색당의 녹색으로, 한 색깔은 바탕색이 되고, 다른 색깔은 영문자 L(Liberty·Labor)과 V(Victory)로 선명하게 새겨졌다. 김수영 선임대변인은 “노란색은 노동자·진보를 뜻하며 세월호 리본, 노란봉투법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의 상징으로 자주 쓰였다”고 말했다. 녹색은 환경을 뜻하는 녹색당의 대표 색깔이다.

민주당은 지난 1월 파랑 외에 보라, 초록을 가져오며 삼색으로 각각 민주·미래·희망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6가지 푸른 계열 색깔에서 세 가지로 바뀐 것이다. 국민의힘은 정열과 진취적 자세를 나타내는 빨간색을 고수했다. 지난해 말 ‘ㄱㅎ’ 로고와 파란색 배합을 시도했으나 다시 단일한 빨간색으로 돌아갔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표색을 각각 따르고 있다. 사실상 이번 총선은 푸른색 계열의 정당(진보 상징: 민주당·민주연합·조국혁신당·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과 붉은색 계열의 정당(보수 상징: 국민의힘·국민의미래·개혁신당) 간 이념 대결이 당의 색깔 대립으로 뚜렷해졌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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