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종횡무진` 용산, 가려지는 한동훈… 민심의 뙤약볕 쐬야

한기호 2024. 3. 24. 06: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취약 국힘 서울 휘청이며 100석 위기론
한동훈 불끄기 산넘어 산…윤핵관이 공천 발목
"黨주도, 政뒷받침" 역주행하니 尹韓갈등 재발
필수의료 전문가 등진 의료개혁…탈원전만 못해
총선앞 읍소 제로, 우호세력 무시…與 뒷짐만?
지난 1월29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한동훈(왼쪽)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초청해 오찬을 하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대통령실 홈페이지 사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부본부장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지난 3월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른바 '의사 집단행동 관련 중대본'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국민의힘 제22대 총선 공천관리위원인 이철규 의원이 지난 3월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이 불투명하다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공개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국민의힘이 '여당 프리미엄'을 안고도 이번 제22대 총선에서 고전하고 있다. 개헌저지선(국회의원 재적 3분의1 이상), 즉 100석 확보에 실패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당정 지지 상승이 꺾인 지 오래다. 여당 첫 중앙선거대책위원장 회의날,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발로 두자릿수에 그친 지역구 의석 전망을 실었던 한 언론보도가 수정됐다. 일부 민간 전문가 사이에서도 100석 미만 전망이 나왔다.

보수여권에선 한국갤럽 자체 여론조사 3주치(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통신 3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 전화면접·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붙들고 속을 끓였다. 서울 권역에서 3월1주차(지난 5~7일 설문)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 42%·국민의힘 지지 45%'로 호조였지만 2주차(12~14일 설문) '국정지지 31%·국민의힘 30%'로 급격히 빠져 수도권 위기 전망이 다시 급부상했다. 3주차(19~21일 설문)에 '국정지지 38%·국민의힘 39%'로 반등하긴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인 수도권에서, 최근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 이후 서울 지지율 비교우위를 잃을 뻔했다. 그래서인지 5·18 폄훼를 전국구 논란으로 키운 대구 후보 공천을 취소, 서울시민 교양을 일본인 발톱때 미만으로 비유한 과거 SNS글 논란의 부산 후보 공천도 물렸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 조사 외압의혹이 풀리기 전 주호주대사 부임으로 출국금지 해제 논란을 부른 직전 국방장관 귀국, 방송사를 특정해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운운한 대통령실 수석 사퇴 요청까지 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주도의, 정치공학적 결정이다. 허나 산넘어 산이었다. '이종섭 귀국·황상무 사퇴' 공개 요청 이튿날인 18일 대통령실은 거부 입장을 쏟아냈고, 이철규 의원이 국민의미래 비례공천 발표 직후 '공개 SNS'를 통해, 사실상 특정인 후순위·배제와 도태우·장예찬 후보 공천 취소까지 꼬집었다. 장애인 출신이라지만 특정 의원 2연속 비례공천, 무(無)감동 공천은 비판받을 만 했지만, '윤핵관 실세'가 직접 발목잡는 '그림'이 어떻게 비칠지 자각을 못한 듯했다.

그후 기자회견까지 열어 '밀실공천, 사무총장 월권' 주장을 폈다. 윤핵관 유일 공천관리위원에 '경선 발표, 경쟁후보 퇴장, 단수공천'으로 자리를 지킨 그다. 본인이 꽂아넣은 후보는 1명도 없다는 비대위원장의 반박이 돌아왔다. 이 와중에 대통령 측근이자 검찰 수사관 출신 비례 후보는 당선권을 소폭 벗어난 순번을 받았다고 사퇴했다. 비례정당 투표를 고민하는 유권자 입장에 대한 생각은 해봤을까. 대통령은 21일 그에게 없던 '민생특보'직을 내렸다. '인사로 시위를 하나'라는 관특도 나왔다.

20일 황상무 수석 사표 수리, 이종섭 대사 귀국 결정이 내려지긴 했다. 후자는 공수처의 '수사 미비'를 꼬집을 계기가 됐다. '100석 미만 위기론'이 없었다면 꿈쩍이라도 했을까. 수도권·비주류 측에선 "만시지탄"이라고 토로했고, 부산에서도 공천받은 현역의원들이 아우성을 쳤다. 공천 취소 잡음에 대구마저 요동치자 한동훈 위원장은 서문시장을 찾고 박근혜 전 대통령 첫 예방을 예고했다. 그런 와중에 공관위원장은 153~170석 낙관론을 갑자기 꺼냈다. '극한직업 소방수'를 만들고 있다.일련의 상황은 요컨대 '한동훈 주도'가 사라지고 '국민 눈높이'를 등졌다는 것이다. 22일 9회 서해수호의날을 계기로 피격 천안함의 상흔을 함께 살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둘러싼 여론엔 '이번엔 정말 봉합됐을까'란 의문 섞인 시각이 녹아 있다. 1월 하순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수수 의혹 대응'을 놓고 비대위원장직까지 걸고 양측이 충돌하다가 서천특화시장 화재 복구현장 조우로 국면을 전환한 지 불과 두달인 탓이다. 한 위원장 운신의 폭이 넓어 보였던 짧은 시기 여권 지지율은 상승했었다.

과거처럼 진영 내 현재·차기권력 기싸움이 유사 정권교체 효과를 낳을 수 있단 분석, 한 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당 운영·공천 평가·대권 가상대결' 여론조사가 잇따랐을 땐 여권에 낙관론이 퍼졌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철저히 힘의 논리로 공천을 속전속결하고, 야당 주류에 실망한 표심도 '상대적 비주류'인 조국 전 법무장관의 신당이 흡수하며 전열을 갖추자 '정권심판' 국면으로 돌아왔다. 한박자 늦게 공천 잡음이 일고 '용산 독주'를 눈감아온 정부·여당이 직격탄을 맞게 된 셈이다.지난 1월14일 한 위원장이 여당 대표로선 첫 참석한 고위당정협의회 당시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은 "국민 목소리를 가장 민감하게 들을 수 있는 곳이 당"이라며 "당이 앞에서 이끌고, 정부가 이를 실효적 대책으로 뒷받침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1주일 뒤 '1차 윤·한 갈등'이, '명품 백, 국민 눈높이' 발언을 못 견딘 용산 측 압력에 터졌다. 드러난 거짓말에 '비서실장이 결자해지하라'는 글을 썼었다. 이른바 '도주대사 의혹'도 표면화한 계기일뿐, 종횡무진하던 권력이 2차 갈등을 자초한 격이다.

정책 발표장 수준인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가 잦아지고, 한동훈 비대위의 '국민택배' 공약발표는 잦아들었다. "관권선거" 논란이 이어졌다. 대통령이 마트를 누빈다더니 '875원 가격표 대파' 논란을 키웠다. 의료정책은 브레이크가 고장났고, 의사 출신 여당 정치인들은 입을 닫고 있다. 필수의료 종사자들이 거부하는 의료개혁 패키지 발표, 의대정원 '최소 2000명 증원' 발표, 2000명 산출 구체적 근거 공개 거부, 명령·금지·박탈·처벌 돌림노래식 브리핑까지. 총선앞 읍소는커녕 정부 근육자랑뿐이다.

전문의 아닌 의료관리학자가 의사 혐오를 부추기다 민주당 비례정당 공천을 받고, 2026년도부터 의대 정원은 '과학적'으로 정하자는 실토같은 발표를 했다. 또 다른 비(非)전문의 의대 교수의 '적폐 핵심엔 전문직이 있다'는 글에 "옳으신 말씀"이라던 복지부 2차관은 '의사 안 남아도 전세기로 환자 날라', '카데바(기증자 시신) 공유·수입' 등 강경론 일색이다. 원자력 전공한 적 없는 탈원전 스피커들, 사법시험 통과한 적 없이 법조계 대표처럼 법령·권력기관 개혁안·헌법개정안을 주무른 인물과 기시감이 든다.

경제학과 출신 복지부 장관이 "균형잡힌 기대소득"을 운운했듯 '의사 소득'에 천착한 드라이브다. 특례법과 가치기반 수가 등 패키지는 용어혼란 수준이나 부처 이해사업엔 뚜렷하다. 문재인 정부 때 막혔던 한방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올해 4월~2026년말)은 이미 작년말 의결했고, 전공의 사직을 핑계삼은 비대면진료 전면허용은 개연성이 논란이다. PA간호사를 합법화해 평균 주80시간 저임노동 전공의를 대체한단 시범사업엔 '정부 책임'이 없다. 입시대란은 덤이다. 명문 의대를 나온 현직 검사가 내부망 글로 의사들을 비난했는데, 공교롭게도 현대의학을 "양방"이라 칭하는 논문 저자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집권 극초기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일단 중단'을 합리화하려는 흐름에서 '공론화위원회'를 띄운 바 있다. 당시 탈원전 기조를 뒤집진 못했지만 원전 '전문가'들의 활약이 '건설 재개 59.5% 대 중단 40.5%'로 여론 반전과 재개 결론을 도출했다. '운동권 정치'를 성토하던 현 대통령 곁에선 비례 16번 공천자 등 '관료의 힘'이 느껴진다. "청와대 내각"은 안 된다며 대통령실 상당부분을 민·관 전문가 합동위원회로 꾸리겠다던 공약 '무산'은 그럴 수 있다 쳐도, '역주행'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은 "어떤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방치된다면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자유마저 위협받게 된다"는 취임사를 했었지만, 한 직역은 철저히 열외다. 다음 열외라고 없을까. 문 전 대통령의 '의사-간호사 갈라치기' 시도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이번 정책 강행 전후 국민의힘 지지가 71%에서 1%로 실종됐단 설문처럼, Z세대 전공의의 수련 포기는 기성세대·보수정치·나라에 느낀 분노 그 자체다. "의사(14만명)·의대생과 가족, 우호세력 100만표를 날리고 선거를 이길 리 있냐"는 게 의료계에서만 통할 볼멘소리일까. 보수 집토끼는 TK에만 있는 게 아닐 것이다. 문제 유발도 해결도 정치가 한다면, "자유주의 우파"를 말하던 여당 비대위원장은 어떤 선택을 할 건가.한기호기자 hkh89@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