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과 다른 커피 나와도 용납되는 ‘치매 카페’, 일본 넘어 홍콩·영국서 영업 중

정미하 기자 2024. 3.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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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과 다른 커피가 나오고, 주문하지 않은 케이크이 나오는 카페. 전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 일본에는 이른바 ‘치매 카페’가 있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약 30%에 달하고, 2025년까지 65세 이상 인구 5명 중 1명이 치매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본에서 2017년부터 시작된 치매 카페 실험은 홍콩, 영국 등으로 퍼졌다. 치매 카페는 경증 치매를 앓는 사람을 고용하는 것으로 치매 환자를 세상과 ‘단절’ 시키는 것이 아닌 ‘함께’ 사는 경험을 하도록 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홍콩의 노인 요양원 거주자들이 흰색 유니폼을 입고 홍콩 스타일 밀크티와 파인애플 빵을 판매하는 ‘싱키 카페’를 소개했다. 이 카페는 홍콩의 한 요양원 입구에 있는 곳으로, 8명의 노인 직원 모두는 치매를 앓고 있다. 여기서 일하는 직원 2명은 고객의 주문을 받는다. 나머지는 자원봉사자나 요양원 직원의 도움을 받아 토스트와 샌드위치를 만들거나 고객에게 음식을 가져다준다.

치매에 걸린 노인을 고용하는 일본 카페 '오렌지 데이 센가와'. / 워싱턴포스트(WP) 갈무리

이곳의 작업 치료사는 일본의 치매 카페에서 영감을 받아 지난해 12월부터 준비했다. 고객 역시 요양원의 거주자로, 치매 카페에서 일하는 경험은 일종의 인지 훈련 프로그램이다. 주부나 요식업 종사자 등 음식 만들기 경험이 있는 요양원 거주자를 선발해 사전에 간단한 교육과 시연 후 치매 카페 종업원으로 일하게 한다. 다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각각의 노인은 직원 한 명 또는 자원봉사자와 짝을 이룬다.

치매 카페 활동은 단기 기억력, 의사소통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매는 일반적으로 언어 능력을 손상해 어휘력, 반응, 말하는 속도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치매 카페에서 일하려면 소통이 필요하기에 이런 언어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2017년 기준 홍콩에는 60세 이상 중 10만명이 치매에 걸렸고, 2039년에는 그 수가 3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홍콩중문대 연구에 따르면 홍콩의 치매 유병률은 60세 이상인 경우 5%, 85세 이상인 경우 47.5%에 달한다.

치매 카페는 영국에도 있다. 영국 중부 우스터셔주에는 경증에서 중등도의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과 간병인, 친구 및 가족을 지원하고 치매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무료 치매 카페인 ‘퍼쇼어 카페(Pershore Cafe)’가 있다. 해당 카페는 매월 셋째 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퍼쇼어 중심에 있는 시민센터, 즉 한국의 주민센터에 해당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9월 일본 치매 카페를 소개하며 “새로운 사람과 교류하고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치매 카페는 치료법이 없는 신경퇴행성 질환인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열쇠”라며 “일본은 만성적인 간병인 부족, 치솟는 노인 간병 비용으로 인해 치매 환자들이 집이나 병원에 고립되기보다 가능한 한 오랫동안 정신적, 육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지난해 6월, 치매 환자를 돕기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담은 ‘공생(共生) 사회 실현을 위한 인지증(치매의 일본 명칭) 기본법’을 통과시켜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이다. 일본은 ‘치매’라는 용어를 ‘인지증’으로 바꾸는 등의 조치에 나섰다. 일본 보건부는 치매 관련 상담 및 연구에 2024년에만 약 9600만달러(약 1285억5360만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치매 인구는 약 96만명으로 올해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후 2030년 142만명, 2040년 226만명에 이어 2050년 315만명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2050년 서울 인구를 792만명, 전라북도 인구를 149만명, 전라남도 인구를 152만명으로 각각 추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2050년 국내 치매 인구는 서울 인구의 절반, 전북과 전남 인구를 합친 인구를 넘어설 수 있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11%다. 65세 이상 9명 중 1명은 치매를 앓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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